나비효과 3-29. 엠퍼러 & 행드맨(황제 & 매달린 남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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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나레프는 자신의 짐을 챙겨 들고 선언했다.


“죠스타 씨, 난 이제부터… 여러분과는 별도로 행동하겠습니다. 여동생의 원수가…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 자식이 공격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적의 공격을 받는다는 건 불리하기도 하거니와 내 성미에도 안 맞으니까, 내가 직접 찾아내 죽여버리겠습니다!!”


죠셉이 그를 말렸다.


“상대의 얼굴도, 스탠드의 정체도 모르는데 말인가?”


“양쪽 모두 오른손이란 것만 알면 충분해요! 게다가 놈도 내가 쫓는 걸 안 이상, 뒤통수를 맞지 않을까 불안할 겁니다.”


그때, 압둘이 말했다.


“혹 떼려다 혹 붙이고 말겠군! 폴나레프, 개인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


“뭐라고? 내가 질 것 같아서 그래?”


“그래! 적은 지금! 널 혼자 떼어놓기 위해 일부러 공격을 했던 거다. 그걸 모르겠나?”


폴나레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더니 쏘아붙이듯 말했다.


“잘 들어, 이참에 확실히 해두자고. 난 원래부터 DIO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홍콩에서도 복수를 위해 함께 행동하겠다고 미리 밝혔을 텐데? 죠스타 씨도 죠타로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난 처음부터 혼자였어. 혼자서 싸웠다고.”


“이기적인 녀석! DIO에게 세뇌당했던 걸 잊었나?! DIO가 모든 일의 원흉임을 잊었나?!”


압둘이 폴나레프의 멱살을 잡을 듯 달라붙어 소리치자 폴나레프도 질세라 더 날 선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까짓 게 여동생을 잃은 내 마음을 알기나 해?! 옛날에 DIO와 마주쳤을 때 무서워서 꽁무니를 뺐다며! 그딴 겁쟁이가 내 마음을 알 리 없지!”


폴나레프의 언행에 압둘은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뭐라고?”


폴나레프는 압둘의 손을 거칠게 치웠다.


“건드리지 마! 홍콩에서 운 좋게 이겼다고 설교하지 말라고.”


“이 자식!”


“호오~ 왜, 화가 나나? 하지만 난 지금 너보다 더 화가 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넌 평소처럼 무게나 잡고 있으면 돼, 압둘!”


압둘은 화가 치솟아 끝내 주먹을 들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그때, 죠셉이 그의 팔을 잡았다.


“그만 됐네, 보내주세. 이렇게 된 이상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압둘도 포기한 듯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요, 그냥… 저도 욱했을 뿐입니다. 저렇게까지 여동생의 죽음에 집착할 줄은 미처 몰랐군요.”


그 시각, 캘커타 인근 평원. 화려하게 장식된 코끼리를 카우보이 모자를 쓴 금발머리의 남자가 인도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와 함께 타고 거닐고 있었다. 근처의 버려진 유적에 도착하자, 남자가 한껏 무개를 잡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내리지. 난 친구에게 볼일이 있으니.”


여자가 코끼리에서 내리자 남자가 말했다.


“여기서 부턴 혼자 돌아가.”


소녀가 말했다.


“저를 당신 아내로 삼아주세요. 평생 당신을 섬기겠어요. 무엇이든 말씀만 내리세요. 아아… 그러니 평생 당신 곁에 있게 해주세요.”


“이봐, 바보 같은 생각 마, 이제 겨우 열 여섯 이잖아.”


“이미 결혼할 수 있는 나이예요. 사랑해요.”


남자는 코끼리에서 내려 소녀와 이마를 맞대고 눈을 마주쳤다.


“잘 들어. 난 떠돌이야. 그날그날 내키는 대로 살다가 언젠가는 길바닥에서 객사할 운명이지. 귀족 명문가 딸인 네가 나와 결혼하겠다니, 그딴 생각을 품어선 안 돼.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그 말에 소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요? 저를 사랑하시나요?”


“그래. 세상에서 오직 너만을.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너를 사랑하니까 결혼 같은 건 해선 안 되는 거라고. 이해해주겠지? 나도 괴로워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야.”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남자는 그녀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하지만 이따금 만나서 이렇게 안아줄게.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남자는 소녀를 껴안으며 몰래 비열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코끼리 위에 올라탔다.


“그럼 또 보자. 사랑한다.”


소녀를 뒤로한 채 남자는 코끼리를 몰아 떠났다. 잠시 후, 근처의 다른 유적에서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을 땐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 앉아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아도 아는 이라는 것을 알고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남의 말을 엿듣다니, 취미가 고상하지 못한걸. 왜 그렇게 귀찮게 사냐고 말하려는 거지? 저런 여자가 세계 곳곳에 있으면 말이지,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뭐든지 해주거든. 목숨도 아깝지 않다는 듯이…”


남자의 능글맞은 얼굴이 진지하게 굳어졌다.


“내 방식은 잘 알겠지, J. 가일 형씨?”


그 남자, J. 가일은… 양 손이 모두 오른손이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가 말했다.


“근데, 실버 채리엇의 폴나레프 말이야. 단독행동으로 자넬 찾아 다니던데. 어떻게 할까? 자네가 일부러 끌어냈는데 딱 걸려들었잖아. 놈부터 해치울 건가?”


그때, J. 가일의 뒤로 맹독의 코브라가 기어오더니 가일에게 덤벼들었다. 남자가 오른손을 펴 허공에서 나타난 권총을 잡고 코브라를 향해 쏜 총알은 뱀을 두 동강 냈지만, 뱀의 머리는 그대로 가일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뱀의 머리가 가일이 세워 둔 술병에 비치는 그 순간! 병에 나타난 두건을 쓴 스탠드가 병에 비친 뱀의 머리를 갈기갈기 썰어버렸고, 뒤이어 그 뱀도 같은 자리가 갈기갈기 썰려버렸다. 뱀의 시체가 바닥에 떨어지자 J. 가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도 뒤따라 코끼리에서 내리며 말했다.


“갈까? ‘행드맨’의 자네와 ‘엠퍼러’의 나 홀 호스만 있으면 놈들은 전멸이지.”


잠시 후, 폴나레프가 거리에 앉아있는 거지에게 말했다.


“뭐야?! 봤다고? 양쪽 모두 오른손인 남자를 정말 봤어?”


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거지는 바로 앞을 가리켰다. 그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거지가 가리킨 두 남자 중 왼쪽의 뉴스보이 캡을 쓴 남자만은 마치 투명한 막을 쓴 듯 비가 비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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