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84. 아누비스 신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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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살짝 뽑은 폴나레프의 눈빛이 마치 마약을 한 사람처럼 몽롱 해졌다.


“이 검, 가까이에서 보니… 굉장히 아름다운걸… 뽑아볼까…”


그때, 폴나레프는 이기의 짖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죠스타 일행이 폴나레프를 찾은 것이었다. 죠셉이 말했다.


“이봐, 폴나레프. 거기 있었나? 혼자 없어져서 걱정했잖나… 적에게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정신을 차린 폴나레프는 칼을 다시 집어넣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폴나레프는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이리저리 굴러서 그런지 아니면 부상을 입어서 그런지 머리가 멍한데…”


폴나레프는 자리에 웅크린 채로 칼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죠셉이 물었다.


“폴나레프, 왜 웅크리고 앉았나?”


이기는 계속해서 폴나레프 쪽을 노려보며 짖어 댔다. 압둘이 물었다.


“응? 칼을 가지고 있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래. 바로 조금 저에 빌어먹을 적에게 습격을 당해서 말야…”


폴나레프의 말에 모두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적이라고?!”


“이미 끝났지만요. 아누비스 신의 암시를 가진 스탠드 유저라고 했어요. 검의 고수인데, 물체를 투과해 절단할 수 있는 스탠드였죠. 강적이던데요.”

‘당연히 이 몸만큼은 아니라는 확고한 자신감은 있지만.’


폴나레프는 바닥을 더듬어 칼을 찾았다.


“그놈이 이 검으로 공격을 해… 없잖아.”


폴나레프는 쥐들이 검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뭐야, 쥐잖아… 쥐가 검을 가져가려고 해!”


폴나레프는 호통을 쳤다. 쥐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나자 폴나레프는 검을 다시 집었다.


“여긴 손버릇 나쁜 쥐새끼들이 사는 구만! 훔칠 거면 차라리 치즈를 훔쳐라, 치즈를.”


죠셉이 말했다.


“폴나레프, 무사하니 다행이네만 앞으로는 꼭 두 명 이상이서 행동하게. 조심해야지. 몇 분만 혼자 있어도 떨어졌을 때 공격하는 놈들이니… 배로 돌아가세. 오늘 안으로 에드푸까지 가야 해.”


폴나레프는 검을 다시 뽑아보았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아무리 힘을 줘도 검은 뽑히지 않았다.


“뭐야, 이상하네… 이번엔 꽉 잠겨서 검이 뽑히질 않잖아.”


다음날, 에드푸의 호텔. 죠타로가 물었다.


“폴나레프, 그래서 그 검은 어쩔 생각이야?”


“경찰에 맡길 거야. 아무리 봐도 흉기니”


죠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그 유적에 버리고 왔다 간 누가 주울지도 모르는 일이지.”


압둘이 맞장구 쳤다.


“호화롭게 보이기도 하니까요.”


이기는 계속해서 칼을 노려보며 크게 짖었다. 이기의 반응에 압둘이 호통을 쳤다.


“이놈 이기! 조용히 해!”


죠셉이 말했다.


“호텔에서 쫓겨나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러나 이기는 짖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기의 행동에 질려버린 폴나레프가 말했다.


“뭐냐고, 어제부터! 빌어먹을 개는 시끄럽고… 얼른 검이나 갖다 주러 가야지!”


압둘이 폴나레프를 말렸다.


“폴나레프! 그러니까 혼자가 되지 말란 말이다!”


죠셉이 말했다.


“방금 말한 참이잖냐. 죠타로, 너도 따라가거라.”


죠타로가 폴나레프를 따라 호텔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이기는 짖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 미용실. 죠타로는 해양 생물에 대한 잡지를 읽다가 천하태평하게 이발을 하고 있는 폴나레프에게 물었다.


“폴나레프, 얼른 경찰에 맡기러 가지 않아도 되냐?”


폴나레프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 어때.”


긴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이발소 주인이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폴나레프에게 말했다.


“모처럼 사나이 다운 모습을 더 멋지게 갈고 닦아야지요, 나으리.”


그때, 폴나레프가 말했다.


“맞다. 아저씨. 이 칼 좀 저쪽으로 치워주세요.”


이발소 주인이 칼을 받아 구석으로 옮겼다.


“누가 봐도 흉기니까.”


한참 이발사가 면도 크림을 바를 때, 폴나레프가 말했다.


“그나저나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바람에 이 잘생긴 얼굴이 지저분해졌잖아. 반짝반짝 광나게 해주쇼, 아저씨!”


이발사가 면도칼로 면도를 시작하자, 폴나레프는 고통을 호소하며 항의했다.


“이봐요, 아저씨! 그 면도칼 영 안 드는데? 제대로 갈아놓은 거 맞아요? 이발하면서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인데…”


폴나레프의 목소리가 워낙 큰 탓에, 죠타로는 읽던 잡지를 다시 꽂아 놓으며 중얼거렸다.


“이거야 원. 시끄럽기는.”


이발사는 면도칼을 다시 갈며 사과했다.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까지의 여행이 고되었던 탓일까? 아니면 창가로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 때문일까, 죠타로는 그 답지 않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발사는 면도크림을 폴나레프의 인중과 턱에 바르고, 그의 고개를 돌려 면도를 시작했다. 폴나레프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음~ 좋아좋아. 이번에는 잘 드는데… 기분 좋구만.”


이발사가 아까 전보다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다행이군요…”


“트레비앙(Tres bien)! 턱 밑도 부탁해요.”


“네… 턱… 밑 말이죠…”


그때, 폴나레프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그 순간, 폴나레프는 경악했다. 이발사가 그 요사스러운 검을 뽑아 폴나레프의 목을 베려 하고 있었다.


“턱 밑 말이냐, 폴나레프!”


“아니?!”


이발사가 혀를 날름거렸다.


“나다, 얼간아! ‘아누비스 신’의 암시를 가진 스탠드.”


폴나레프는 당황했다.


“턱째 썰어 버리겠다!”


칼날이 폴나레프의 목에 닿기 직전, 폴나레프는 의자를 완전히 젖혀 칼날을 피했다. 폴나레프는 의자에서 나와 면도 크림을 닦으며 소리쳤다.

“뭐… 뭐지?! 네, 네놈은 이발소 주인이잖아!”


소란에 죠타로도 잠에서 깼다. 폴나레프는 스탠드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호… 혹시 그 검… 그 검 자체가 스탠드…? 검이 이발사를 조종하는 건가? 콤옴보에서 만났던 남자도… 본체가 아니었던 거야?”


문답무용. 이발사가 아누비스 신을 휘둘러 폴나레프를 죽이려 들었다.


“하지만 몇 번을 붙어봤자 네놈은 나보다 약해.”


폴나레프는 실버 채리엇을 꺼내 칼을 막았다. 그러나, 오히려 파워에서 채리엇이 압도당하고 있었다. 힘에서 밀린 채리엇의 이마가 아누비스 신에 닿아 조금씩 베이고 있었다.


“우오오오! 이… 이 힘은?!”


“네놈의 채리엇이 보여줬던 동작이나 파워는 아까 확실하게 새겨놨다! 한번 싸웠던 상대에게는 절대 지지 않지!”


폴나레프의 이마에도 검에 베인 상처와 함께 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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