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24. 다비 더 플레이어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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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4번 타자(등번호 10번)의 방망이도 공을 저 멀리 날렸다.


“때렸다!!”


5번 타자(등번호 49번)도 공을 미사일처럼 날려버렸다.


“넘어갔다 넘어갔어! 또다시 홈런이다아아!!”


6번 타자(등번호 47번)도 홈런을 날리며 스코어는 4대 0. 아까부터 정말 현실 야구를 보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던 죠셉은 더 크게 환호했다.


“이제 1회초에 4대 0! 보아하니 이 게임의 요령은 파악한 모양이구나, 죠타로! 그대로만 해라, 그대로만!”


그러던 죠셉은 테렌스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위협했다.


“이봐, 다비. 들을 마음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비롭게 말해주지… 지금 당장 카쿄인의 영혼을 풀어주고… 우리를 DIO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잠깐의 침묵이 돌더니 대뜸 테렌스가 입을 열었다.


“형은… 갬블의 천재였다. 그리고 속임수의 천재였지. 스릴 있는 갬블을 추구해 카지노 딜러가 되어 거금을 벌었고, 영혼을 수집해서는 갬블이야말로 삶의 보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는 태어나서 한 번도 ‘이봐, 동생. 포커 한 판 치지 않을래?’ 라고… 말한 적이 없었지. 보통 형제라면 게임 정도는 하지 않을까? 절호의 승부 상대가 있는데, 한 번도 게임을 하려 들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왜 그랬을 것 같나?”


테렌스는 웃으며 자기 이마를 가리켰다.


“내가 열다섯 살 때, 내 여자친구에게 형이 추파를 던진 적이 있지… 나이 차이가 열 살이나 되는 형을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피를 토할 때가지 걷어찼지. 그때도 형은 ‘내가 잘못했다.’라고만 했다. 왜 그랬을 것 같나?”


뜬금없는 소리에 죠셉은 화를 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게냐, 이놈.”


“형은 내게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잘 알았다는 뜻이다… 형에게는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 죠타로는 언뜻 기세등등한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어렸을 적 형과 마찬가지로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내 능력에 불안을 품은 거다. 설마! 아니… 어쩌면? 하고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겠지! 안 그런가, 죠타로…?”


죠셉이 소리쳤다.


“뭐라는 거야, 이 자식!!”


죠타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테렌스가 소리쳤다.


"투수 교체! 등번호 15에서 등번호 57번으로!"


‘등번호 57번. 좌완 오버핸드. 투구 속도 시속 138km. 특징: 직구와 채인지업 밖에 던지지 못한다. 파워 레벨 4. ERA 3.53’


그리고, 다비는 아툼신을 꺼내며 소리쳤다.


“그리고 투구 예고를 하겠다! 이제부터 이 57번은! 한가운데 채인지업을 던지겠다!”


테렌스의 폭탄 선언에 죠셉도, 심지어 죠타로 마저도 경악했다.


“뭐라고?! 투구 예고라고?!”


“한가운데 채인지업을 던지겠다! 믿을 테냐! 믿지 않을테냐!”


죠셉이 말했다.


“죠타로, 이놈은 정신을 산만하게 하려는 수작이야! 투구 예고 따위 신경 쓰지 말거라!”


죠타로는 테렌스를 노려보았다.


“던져라, 다비.”


“믿을 테냐, 믿지 않을 테냐? 흐흐흐흐!”


투수가 와인드업 하며 공을 던지는 순간 죠셉이 소리쳤다.


“온다! 코스는 한가운데! 직구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직구일까?! 떨어지느냐!! 떨어지지 않느냐!”


죠타로는 한 가운데를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휘둘렀다! 죠타로는 채인지업에 걸었어!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다! 직구였어!!”


배트는 공의 아래쪽을 때리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공 아래쪽을 때렸다!!”


떠오른 공은 2루수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가며 아웃. 공수 교대가 되었다. 죠셉이 말했다.


“죠타로!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한 게냐! 이놈의 투구 예고 따위를 믿고 채인지업 코스로 휘두르다니!”


“아니… 이놈은 이미 알고 있었어. 내가 채인지업에 맞춰 휘두르리라는 결심을… 던진 순간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직구로 바꾼 거다. 놈의 말대로 나는 이 저택에 들어온 순간부터 불안을 품고 있었거든… 이놈은 어째서인지 스타 플래티나의 왼쪽 펀치가 나올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직구를 휘두르겠다고 결심했다면 채인지업을 던졌을걸!”


죠타로의 말에 죠셉은 경악했다.


“그… 그럴 리가! 그럼 뭐라는 거냐?! 이놈은 네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냐?!”


테렌스는 여유롭게 말했다.


“다음은 1화말, 내 공격이로군.”


타석에 들어선 와이번스의 1번 타자(등번호 8번)는 갑자기 배트로 죄측 담장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이것이 무슨 행동인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홈런 예고다! 너는 몸쪽을 노리고 던질 생각이지…? 그것도 낮은 공으로! 그 공을 좌측 관중석에 꽂아주마!”


죠타로는 죠셉에게 물었다.


“영감… 이 게임과 기계에 속임수가 없다는 건 분명하지?”


“그건 확실하다. 그것만이 아니야… 어떤 속임수도 쓰지 못하게 눈을 크게 뜨고 있다.”


“그럼 비밀은 놈의 스탠드에 있겠군! 놈의 스탠드에는 영혼을 빼앗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 알 수 없는 능력이 있어!”


죠타로는 투구 위치를 타자의 몸 쪽으로 끌었다.


‘너무 몸쪽으로 갔잖아!’


죠타로는 아랑곳 않고 투구 위치를 타자의 옆구리까지 끌어당겼다.


‘제1구의 타깃은 여기다. 이걸로 무언가를 알 수 있겠지…’


죠셉은 경악했다.


‘뭐야~? 이… 이 녀석! 사구(死球)를! 죠타로, 너! 일부러 타자에게 공을 맞히려는 거냐?!’


죠타로가 공을 던지는 순간, 테렌스가 조종하는 타자가 몸을 뒤로 뺐다. 죠셉이 소리쳤다.


“아니! 몸을 뺐다! 이 녀석, 투구와 동시에 몸을 타석에서 뒤로 뺐어!”


그로 인해 죠타로가 던진 공은 정확히 타자의 앞에 놓이게 되었고, 타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공이 배트에 제대로 맞아 날아가자 죠셉은 경악했다.


“이… 읽고 있었다! 지금! 완전히 읽고 있었어! 이놈! 죠타로의 마음을 읽지 않고선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날아가는 공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홈런!”


죠셉은 그제야 아툼신의 대략적인 능력을 파악했다.


“그, 그럴 수가. 마음을 읽는 스탠드라니?”

‘이제까지 수많은 녀석을 만났지만 마음을 읽는 스탠드만은 없었다! 마음을 읽는다면… 어떤 지능도, 어떤 파워도 당해낼 수 없는 게 아닐까? 어떻게 할 생각이냐, 죠타로?!’


죠타로도 잔뜩 긴장한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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