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25. 다비 더 플레이어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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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타로가 소리쳤다.


“분명 이놈은 정확하게 읽고 있다! 내가 어느 코스로 던질지를! 마음속으로 읽고 있어!”


1회말 스코어는 4대 1. 테렌스가 올린 2번 타자(등번호 1번)도 배트를 들어 관중석을 가리켰다. 죠셉이 말했다.


“빌어먹을… 또 홈런 예고로군…”


다비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바깥쪽일까?”


죠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낮은 공일까…? 직구로 던지려는 걸까?”


테렌스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죠타로는 투구를 왼쪽 아래,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도록 던졌다. 그러나, 그 낮은 공을 테렌스는 배트로 퍼 올리며 또다시 홈런을 만들었다.


“4대 2. 후후후.”


죠셉은 오싹한 기분을 받았다.


‘현재 상황이나 몇 가지 데이터를 통해 어느 정도 심리 분석은 가능하지! 그런데…! 이놈의 스탠드는 정확하게! 어느 코스로 공이 날아올지를 읽고 있다! 게다가 속임수가 아니야!’


3번 타자(등번호 14번) 역시도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이번에도 홈런! 4대 3!”


죠셉은 죠타로 보다도 긴장했다.


‘어떻게 하면 놈이 마음을 못 읽지?! 어떻게 해야 하지?!’


테렌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어주지. 자, 다음은… 안쪽일까? 한가운데일까? 높은 공일까? 변화구? 어떤 거지?”


죠타로는 계속해서 화면을 바라보더니 느닷없이 모자를 벗어 모니터 위에 올렸다. 그로 인해, 테렌스의 눈은 죠타로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테렌스에게는 문제될 게 없었지만.


“흥, 멍청한! 형처럼 치졸한 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나?”


죠셉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죠타로, 그건 아니다! 모자로 감춰도 소용없어… 저놈은 네 눈동자에 비친 TV 화면을 보는 기색도 없었다…! 심지어 컨트롤러를 누르는 손가락의 동작이나 소리로 코스를 파악하는 속임수도 아니야! 내가 아까부터 확인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어…”


죠타로는 죠셉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땀을 흘려서 벗은 것뿐이야.”


테렌스는 죠타로를 재촉했다.


“어서 다음 공을 던졌으면 좋겠는데.”


죠타로는 테렌스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젠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될 것 같군. 투구 예고를 하겠다! 바깥쪽 높은 직구다.”


그 말에 죠셉은 물론이고 테렌스까지 당황했다.


“뭐…라고!”


“뭐, 뭐야! 지금 뭐라고 그랬느냐, 죠타로?!”


죠타로는 죠셉을 흘겨보았다.


“말 그대로야… 늙어서 귀가 먹었나, 영감. 투구 예고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바깥쪽 높은 직구를 던지겠어.”


‘죠타로…’


죠타로는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믿을 테냐? 믿지 않을 테냐?”


다비는 콧방귀를 뀌었다.


“어리석은 놈!”


아툼신의 붉은 두 눈이 번뜩이더니 죠타로의 몸이 마치 적외선 카메라에 비친 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스탠드는 상대가 가진 영혼의 상태를 야간투시경처럼 볼 수 있다… 어떤 인간이든 영혼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Yes or No? Right or Left? 질문을 던지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알지… 바깥쪽이냐 안쪽이냐? 높은 공이냐 낮은 공이냐? 변화구냐 직구냐? 100퍼센트 적중률로 판별할 수 있다!’

“바깥쪽 높은 직구라고 했나?”

‘YES냐, NO냐?’


아툼 신에 비친 죠타로의 영혼이 말했다.


“YES! YES! YES! YES! YES! YES!”


‘죠타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바깥쪽 높은 직구! 투고 예고는 진심이군… 정말로 던질 작정이다. 무슨 생각이지? 형에게는 블러핑을 쳐 이겼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런 블러핑에 동요할 거라 생각했나…? 멍청한 놈!’


“던진다.”


죠타로의 투수가 공을 던지자 테렌스는 이미 다 이긴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11점 차이가 나면 그 자리에서 콜드 게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다비의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놀랍게도 공은 아래로 뚝 떨어졌다.


“아니!! 변화…! 변화했다! 커브다! 이럴 리가! 휘다니!”


이미 배트는 나가고 있었다.


“맞았다! 하지만 유격수 앞 땅볼! 유격수, 1루로 송구! 아웃!”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결과에 테렌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 이럴 리가! 분명 이놈은! 틀림없이 바깥쪽 높은 직구를 선택했다! 부처 같은 성인이든 형 같은 천재 사기꾼이든 영혼까지 조작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이번에도 바깥쪽 높은 직구로 가겠다…”


테렌스는 크게 놀랐다. 죠타로의 영혼은 이번에도 같았다.


“YES! YES! YES! YES!”


‘이… 이번에도 거짓말은 안하고 있어! 진심이다!’

“죠타로… 설마… 속임수를 쓰는 건 아니겠지?”


영혼의 대답은 의외였다.


“I DO! I DO! I DO!”


“뭐야!!”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투수가 공을 던졌다.


‘안쪽 낮은 슬라이더! 투수 앞 뜬공! 아웃!”


테렌스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속임수를! 죠타로! 이놈! 기계에 무언가 조작을 했구나!!”


영혼이 말했다.


“NO! NO! NO! NO! NO! NO!”


테렌스는 숨을 헐떡였다.


“뭐?!”

‘조작이 아니라고?!’

“속임수를 쓴다는 건 알아! 무슨 속임수를 쓴 거냐!”


영혼은 대답이 없었다.


’바… 반응이 없어… 빌어먹을! 질문은 YES, NO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하지…!’


죠타로는 테렌스의 반응을 보더니 비꼬듯이 말했다.


“보아하니 네놈의 독심술은 YES, NO 대답에만 적용되는 모양이군… 네놈의 형이 그러더군. 들키지 않으면 속임수가 아니라고…”


테렌스는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헐떡였다.


“죠타로의 영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허억, 허억… 하지만… 속임수를 쓰고 있다니?! 그럴 수가. 무슨 속임수란 말이지…?”


“그러면 계속해볼까…? 다음 투구 예고는 바깥쪽 높은 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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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명: 아툼신 - 유저: 테렌스 T. 다비

파괴력 - D 스피드 - C 사정거리 - D 지속력 - B 정밀동작성 - D 성장성 - D

능력 - 상대가 패배를 인정해 영혼에 공백이 생기면 그 틈을 비집고 영혼을 빼앗는다. 만일 상대의 영혼이 매우 강하더라도 일부분 개입할 수 있다. 또한 두 눈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만 오로지 이지선다의 질문만 가능하다. 아툼신의 유저가 사망하면 그가 빼앗은 영혼은 모두 소멸하기에, 영혼을 되찾고 싶다면 반드시 아툼신의 유저가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