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27. 다비 더 플레이어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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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스타 플래티나의 러시에 얻어맞은 테렌스는 그대로 날아가 공간을 부수며 사라졌다. 죠셉이 말했다.


“어이쿠~ 벽이나 뭐 그런 걸 뚫어버렸나 보구먼… 생각대로 이 환각세계는 어느 방 안이었던 모야이야. 저리로 나가자꾸나! 죠타로, 카쿄인!”


같은 시간 저택 최상층, 소름 끼치는 기운이 감도는 문 앞에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마치 영주를 알현하는 기사처럼 앉아 있었다.


“휴식 중에 실례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10분쯤 전, 죠스타 일당이 저택에 침입하였습니다. 또한 다비가 패배하였음을 보고드립니다.”


조용한 복도에 시계 소리만 고요히 울려 퍼졌다. 오래지 않아,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비는… 천재였다.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가졌으면서 어째서 다비가 진 것 같으냐? 안으로 들어오너라, 바닐라 아이스.”


그 남자, 바닐라 아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데다 하트 모양 귀걸이를 차고, 레오타드에 망토까지 둘렀음에도 거기에 전혀 걸맞지 않는 우락부락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거구의 사내, 바닐라 아이스는 조심스레, 그리고 경건하게 방문을 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바닐라 아이스는 방 안에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내, DIO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DIO는 상의를 탈의한 채로 어느때와 다름없이 늘 읽던 책, ‘OVER HEAVEN’을 읽고 있었으며, 방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용도를 알 수 없는 기묘한 화살이 장식되어 있었다. DIO는 탁자에 놓인 와인잔을 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죠스타 일당은… 자신의 딸, 혹은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버려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으며, 카쿄인이나 나머지 둘… 으음, 뭐였더라… 그래. 압둘이나 폴나레프조차도 나 DIO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 DIO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도망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지… 바보 같은 생각이다만. 하지만 그 바보 같은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각오’라고 하는 것이지. 다비 녀석은 충성을 맹세했으면서도 나 DIO를 위해 죽어도 좋다는 각오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아주 조금만 더 애썼으면 이길 수 있었던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 다비는 자신이 왜 패배했는지를 영원히 알 수 없을 거다…”


DIO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목에 난 상처를 어루만졌다.


“아이스, 내 목의 상처를 봐라.”


바닐라 아이스는 송구스러운 듯이 고개를 들어 상처를 바라보았다.


“아마 앞으로 한 명의 생피를 빤다면, 적응하지 못했던 죠나단 죠스타의 육체도 완전히 내 것이 되어 상처도 완벽하게 아물 것 같은데… 아이스. 너의 피를 내게 주겠나?”


바닐라 아이스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예… 기꺼이.”


바닐라 아이스의 뒤에서 스탠드가 나타났다. 얼굴에 마치 처형 집행인 같은 두건을 쓴, 해골의 형상을 한 스탠드였다. 바닐라 아이스는 커다란 항아리에 자신의 목을 받힌 다음 경건하게 소리쳤다.


“받아 주십시오!”


그의 스탠드가 그 자신의 목을 치자 바닐라 아이스의 목이 바닥을 구르며 그 절단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항아리를 채웠다. DIO는 몸 속의 피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끔찍한 소리를 안주로 와인을 모조리 비운 다음 잔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스로 목을 치다니… 기쁘구나. 그런데 바닐라 아이스. 너 정도 되는 자의 피는 받을 수 없구나. 나의 상처는 다른 놈의 것을 받아 완치시키도록 하지.”


DIO는 자신의 팔목을 그어 상처를 냈다.


“죽을 필요는 없다… 나의 피로, 되살아 나거라…”


DIO의 피가 바닐라 아이스의 상처에 뿌려졌다.


“너라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으리라.”


바닐라 아이스의 머리와 목이 다시 붙으며 되살아 나자 바닐라 아이스는 놀람 반 황홀함 반의 얼굴로 목을 어루만졌다.


“DIO… 님.”


DIO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역시 육체는 자기 것이 최고지…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응하는구나. 놈들은 네게 맡기마. 바닐라 아이스.”


바닐라 아이스는 굳은 결의로 답했다.


“DIO… 님. 당신의 기대는… 충족될 것입니다. 반드시 해치우고… 돌아… 오겠습니다.”


뒤이어 그의 스탠드가 커다란 입을 벌리더니 바닐라 아이스를 머리부터 집어 삼켰다. 끝내 자신의 주인을 모두 삼킨 스탠드는 괴성과 함께 스탠드 자기 자신 마저도 발부터 집어삼키고, 끝내 스탠드가 보이지 않게 됨과 동시에 갑자기 문에 구멍이 뚫렸다.


“가-온!”


DIO는 일상이라는 듯 수천번은 보았던 책을 읽으며 말했다.


“문 정도는 열고 나가거라… 이 세계의 공간에서 모습을 감쪽같이 감추는 스탠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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