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34. 아공간의 독기, 바닐라 아이스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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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나레프는 더 풀을 구성하던 모래를 만지며 생각했다.


‘이… 모래에서 전해지는 감각은! 빌어먹을! 내가 살아남고 말았어!!’


폴나레프는 이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바닐라 아이스의 미간을 레이피어로 관통시킨 다음 그의 뒤통수로 튀어나온 칼날을 붙잡아 180도로 꺾어버렸다.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닐라 아이스가 쓰러지자 폴나레프는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이기에게 엉금엉금 기어가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럴 수가. 나는 이놈을 좋아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난 언제나 그랬지…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알게 돼. 성격 글러먹은 똥개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사람도 따르지 않는 삐딱한 네가 좋았다… 애교라곤 전혀 보여주지 않던 그 성격은 정말로 당당한 놈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어. 날 구하지 말라고 했는데… 빌어먹을! 그 삐딱한 성격 탓에…!’


폴나레프는 이기와의 추억을 회상하여 그에게 손을 뻗으려 하는 순간… 폴나레프의 뒤에서 분명히 목뼈가 부러져 죽었어야 할 바닐라 아이스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곧이어 폴나레프를 향해 크림의 거대한 입이 다가가는 순간, 폴나레프는 그 어느때보다 냉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그랬구나… 바닐라 아이스, 이놈…”


크림이 괴성을 지르며 폴나레프를 집어 삼키려는 그 순간 채리엇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이피어로 크림을 사정없이 찌른 다음 마구 베어버렸다. 바닐라 아이스도 상체에 바람 구멍이 난 다음 수십개의 베인 상처가 생기며 뒤로 나뒹굴었지만, 고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 다시 한번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폴나레프를 노려보았다. 폴나레프가 말했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죽지 않는 그 몸… DIO에게 무언가 당했구나.”


바닐라 아이스가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려는 그때, 폴나레프는 채리엇으로 덧창을 베어버렸다. 활짝 열린 창문을 비추는 햇살이 바닐라 아이스의 오른팔에 닿는 순간, 놀랍게도 바닐라 아이스의 오른팔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바닐라 아이스는 경악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뭐… 뭐냐, 이게!!”


폴나레프가 말했다.


“네놈 스스로도 자기 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던 거냐? 피를 받았을 텐데? 죠스타 씨에게 말로만 듣던 흡혈귀로 전락하는 중이었을 줄이야. DIO와 똑 같은 체질로…”


“이노옴!!”


바닐라 아이스가 그를 공격하기 위해 땅을 박차는 순간, 그의 오른쪽 다리가 햇빛에 노출되며 가루가 되었다. 바닐라 아이스가 비명을 지르자 폴나레프는 그를 더더욱 도발했다.


“입 속에 검을 꽂았을 무렵부터 흡혈귀로 전락하는 중이었던 모양이지. 이봐! 지금이야말로 집념을 쥐어짜내서 어떻게든 해봐! DIO를 지키겠다는 집념이 있잖아? 어떻게든 해보라고! 앙?! 덤벼보라니까! 여기야, 뭐 하는 거냐, 바닐라 아이스! 덤벼봐!”


바닐라 아이스는 이젠 인간도 아닌 짐승처럼 소리를 질렀다.


“너 따위 노오오옴 에게에에에에에!”


“지옥에서나 지껄여라.”


폴나레프의 일갈과 동시에 채리엇이 바닐라 아이스의 등을 쳤다. 바닐라 아이스는 크림을 꺼내 자신을 지킬 틈도 없이, 어쩌면 자유 의지가 사라져 크림도 소멸했기에 폴나레프가 뚫어 놓은 구멍의 햇살을 고스란히 쬐며 가루가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바닐라 아이스가 소멸하자 폴나레프는 자기도 모르게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주변에서 하얀 연기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형체를 이루었다. 폴나레프는 그것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아…”


그는 압둘이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태양빛 아래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압둘은 결의에 찬 얼굴로 폴나레프에게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아… 압둘!!”


폴나레프는 압둘을 붙잡으려 몸을 일으키다 그 자리에 엎어졌다. 폴나레프가 다시 일어섰을 땐, 압둘은 사라지고 없었다.


“화… 환영… 이었나…? 아니면…”


폴나레프는 잠시나마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결의를 굳혔다.


“어쨌거나 이제부터 나는 DIO가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지금 내게는 슬픔에 잠겨 눈물 흘릴 겨를 따위 없으니까.”


폴나레프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질질 끌며 움직였다. 다리를 붙든 그의 손에 눈물이 떨어졌다.


무함마드 압둘(본명 모하메드 압둘라), 사망.

이기, 아무튼 살아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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