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35. 아공간의 독기, 바닐라 아이스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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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죠스타 일행이 출발한 지 43일째. 수지Q는 차를 타고 시내를 달리던 중 집사 로제스에게 말했다.


“잠깐 세워줘, 로제스. 차를 세워줘.”


운전을 하던 늙은 집사, 로제스는 수지Q가 국수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마, 마님! 저! 서서 먹는 국수집에 들르시겠다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왜 아니겠어! 오랜만에 일본에 왔는걸! 딸아이에게 가기 전에 잠깐 먹어봐야지! 시저, 내 거북이를 맡아줘.”


수지Q가 동행한 시저에게 자신의 애완 거북이를 맡긴 채 차에서 내리자 로제스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


“다… 당치도 않습니다, 마님! 저건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가게이며 그 외에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일본의 예의! 마님처럼 고귀하신 분이!”


수지Q는 그 말을 무시한 채 카메라를 들었다.


“시끄러워. 기념촬영도 해야지. 좋아좋아. 이 서민적인 분위기가 굿이야 굿!”


수지Q는 길거리의 노숙자, 전봇대의 글귀(소변금지)등을 촬영했다. 그녀가 한창 촬영에 열중하는 동안, 시저가 조용히 물었다.


“로제스… 수지Q에게 홀리의 용태에 대해 말하지 않은거야?”


시저의 물음에 로제스가 깜짝 놀라 있을 때, 수지Q가 가게에 들어가며 로제스를 불렀다.


“얼른 와, 로제스! 얼른!”


“지… 지금 갑니다.”


로제스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아… 아직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오신 것도 가벼운 폐렴을 문안하는 정도라 생각하시니까요. 저는 죠스타 가문을 30년 동안 모셨습니다. 홀리 아가씨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셨을 무렵부터지요. 사실을 말씀드려야 하겠지만, 도저히… 용기가 없어서… 말씀을 드리지 못한 채… 일본에 오고 말았습니다.”


“홀리의 체력은 이미 한계야. 길어야 앞으로 며칠이겠지. 수지Q가 곧 홀리를 만날 텐데… 그 전에 알아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내가 전해도 되는데…?”


“아… 아닙니다. 홀리 아가씨에 대해 저는 계속 마님께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제가 직접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DIO란 자를 쓰러뜨리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그자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말하자면 홀리의 몸은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스탠드라는 에너지에 반응해 압도되고 있는 상황이지. 그것도 ‘DIO’라는 자의 사악한 에너지에… 수지Q에게 스탠드가 보이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죽을 상이란 것은 만난 순간 느끼겠지. 지금 여기서… 수지Q에게 말하는 거야.”


시저의 말에 로제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주, 죽을 상…”


그때, 수지Q가 우동을 먹으며 말했다.


“로제스, 뭐하는 거야? 당신도 카레 우동 먹어봐!”


시저와 로제스는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스가 말했다.


“마… 마님, 드릴 말씀이…”


그때, 수지Q는 무언가 발견한듯 그쪽으로 새어버렸다.


“앗! 이 이상한 음료수 자판기도 찍어가야겠어! 굿이야 굿! 뭐 마시겠어, 로제스?!”


그건 콘돔 자판기였다. 로제스가 놀라 그녀를 말렸다.


“마님, 관두십시오! 그건 음료수가 아닙니다! 드… 들어주십시오, 마님!!”


“응? 뭘?”


“사, 사실은… 아가씨가…”


수지Q는 또 다른 길로 새어 버렸다.


“앗! 이 일본인 좀 특이한 게 멋있는걸! 굿이야 굿! 헬로, 헬로. 기브 미 스마일~”


그녀가 찍으려는 남자는 야쿠자였다. 야쿠자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더니 팔의 문신을 보이며 수지Q를 위협했다.


“야! 이 정신나간 할망구가 어디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지랄이야!”


로제스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수지Q를 데리고 차로 달려갔다.


“마님, 차에…”


“야, 거기 안 서! 사람이 물로 보이냐! 그 카메라 이리 내놔!”


야쿠자는 수지Q의 어깨를 붙잡았다.


“뭐야, 당신! 외국인 할망구야? 피를 봐야 알아먹겠어, 망할 할망구! 아앙!!”


그 순간, 로제스의 눈빛이 변했다.


“이봐… 그만 하시지. 마님 몸에 손대지 마라…”


로제스는 번개처럼 빠르게 야쿠자를 걷어 찼다. 야쿠자가 거리에 나뒹굴자 로제스는 수지Q를 다그쳤다.


“마님! 일본에 대해 공부 좀 하십시오!”


시저는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보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로제스는 생각했다.


‘결국 말을 꺼내지 못했어… 홀리 아가씨의 목숨이 앞으로 며칠 밖에 안 남았다는 말은 도저히! 마님께서 충격을 받아 슬퍼하시는 모습을 봐야 하다니… 아아, 하느님!’


그녀를 태운 차는 도쿄를 빠져나와 시내 외곽에 들어섰다.


‘결국 말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구나. 이미 쿠죠 가가 보이는데. 지금! 여기서 말해야만 해! 내가 말해야만…’


그때, 수지Q가 말했다.


“로제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 당신이 고민하는 게 뭔지는… 이미 나도 알아. 우리 딸의 목숨이 위독한 거지?”


그녀의 말에 로제스와 시저 모두 깜짝 놀랐다.


“뉴욕에서 전화를 하면 홀리는… 언제나 밝고 꿋꿋하게 굴어. ‘그냥… 감기에 좀 걸려서 그래.’ 라고. 죠셉도 행선지마다 전화를 해. ‘잘 지내고말고. 아~ 바쁘다 바빠.’ 하면서, 하지만 나는 어쩐지 알 수 있었어… 딸과 남편에게 아주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50년이나 함께 생활한 남편이고… 내가 낳은 딸인걸. 나도 무서웠어. 확인하는 게 무서웠어… 딸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나러 일본에 오는 것이 무서웠어.”


시저가 말했다.


“이렇게 됐으니 확실하게 말해야겠어. 홀리의 목숨은 앞으로 며칠이 고비야! 죠죠 일행은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이집트로 갔지만 아직 좋은 소식은 없어.”


로제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 말씀드리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마님… 홀리 아가씨께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것이 괴로워서, 그것이 가혹해서… 으으윽…”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로제스! 홀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잖아.”


잠시 후, 수지Q는 홀리가 누워있는 방에 들어왔다. 홀리가 그녀를 바라보고 미소를 짓자 수지Q도 똑같이 환한 미소로 답했다.


“홀리.”


“엄…마.”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자 문 뒤에 가만히 있던 로제스는 홀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로제스… 잘 들어.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 그건 믿는 거야. 나는 자세한 내용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믿는 거야… 우리 죠셉과 손자 죠타로가, 우리 딸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면 그걸 믿겠어. 50년 전 이탈리아에서 그이와 만난 후로… 기대를 저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이는 한번 하겠다고 결심하면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니까.”


수지Q는 홀리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죠타로와 죠셉을 믿자꾸나. 분명 건강해져서, 다시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을 거야…”


로제스는 모자를 벗으며 조용히 울먹였다.


“마님, 아가씨…”


같은 시각, 죠셉이 말했다.


“압둘과 폴나레프는 위층으로 갔군. 가자, 죠타로! 카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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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