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76. 보스의 마지막 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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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부차라티가 7세가 되던 해, 부차라티의 부모는 결혼 10년 만에 ‘이혼’했다. 아버지는 인간관계가 서툴긴 했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아부로, 이 세상의 온갖 잔혹함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 한 사내였으며, 어머니는 몹시 자상해 부차라티는 어머니와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고, 또 자기 전에 어머니가 읽어주는 책도 큰 즐거움이었다. 이혼의 원인은 무었이었을까? 그것은 양친 본인들밖에는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이 마을을 떠나겠다고 선언. 그리고 상의 끝에 두 사람은 7세의 부차라티로 하여금 ‘한 가지 선택’을 하게 했다.


“브루노… 아빠랑 엄마는 널 사랑하지만 앞으로는 따로따로 살 거란다. 넌 ‘아빠’랑 살고 싶니? 아니면 ‘엄마’랑 살고 싶니? 네가 선택했으면 해. 엄마랑 같이 이 마을을 떠나 도회지로 가고 싶지? 아니면 아빠랑 같이 이런 아무것도 없는 마을에 남을래? 넌 머리가 좋잖니? 좋은 학교에도 다니고 싶지 않아? 엄마랑 같이 살고 싶지?”


어머니의 설명은 공정하지 못하고 유도적이긴 했지만… 아버지는 마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일곱 살짜리 어린애 아닌가. 엄마 품에서 한창 응석부릴 나이다… 분명 엄마랑 사는 게 자연스럽다…


“엄마랑 같이 갈 거지?”


“난 아빠랑 같이 살래.”


부차라티의 선택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크게 놀랐다. 어머니는 부차라티를 붙잡고 다시 물었다.


“브루노?!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렴! 엄마가 더 좋지 않니?”


“난 아빠랑 같이 여기 남을래…”


부차라티의 어머니, 이자벨라는 그를 껴안으며 구슬프게 울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굳센 의지에 당황했지만 머리 한 구석으로는 납득도 하고 있었다… 아들은 본능적으로 여기서 진정 타격을 받는 것은 아버지 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울고는 있지만 도회지에 나가서도 분명 과거를 잊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 같은 사내는… 과거에 연연해 분면 망가질 것이다. ‘같이 있어줘야 하는 것은 아버지 쪽이다’. 그것이 아들 ‘브루노 부차라티’의 타고난 성격이라는 사실을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사람의 슬픔에 지나치게 공감을 잘하는 상냥함’이 본인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부차라티가 느낀 대로 어머니는 마을을 떠난 지 2년 뒤 밀라노의 한 남성과 재혼… 처음에는 매달 만나기로 한 약속은 부차라티가 12세가 될 무렵엔 크리스마스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확실하게 돌아갔다. 부차라티가 13살이 된 어느 날이었다. 두 ‘낚시꾼’이 ‘나폴리 앞바다 작은 섬까지 어선으로 태워달라’며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원래 아버지는 아들이 어부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내가 도회지로 떠나간 것을 계기로 장차 시내의 좋은 학교에 다니기를 바라게 되어 어부 일 밖에 모르던 처지에 학비를 벌기 위해 관광객과 낚시꾼을 휴일마다 배에 태우게 되었다. 두 낚시꾼은 이상한 손님이었다. 낚시를 하러 왔으면서 그 섬은 물고기가 잘 잡히는 섬도 아니었고, 한 사람은 배에다 ‘낚싯대’를 깜빡 놔두고 섬에 상륙했던 것이다.


“정신없는 손님이군…”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친절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쫓아가 갖다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정신없는 손님’이라기 보다 ‘수상한 손님’이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낚시꾼은! 고기를 낚으러 왔던 것이 아니었다!

낚시꾼들은 다른 누군가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상자에 담긴 ‘비닐 팩에 든 하얀 가루’와 돈다발이 오가고 있었다. 부차라티의 아버지는 단숨에 그 ‘가루’의 정체와 ‘낚시꾼’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굳어버렸다.


“마…약…!”


그들은 부차라티의 아버지를 노려보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이래서 너희 같은 양아치 상대로 거래하기가… 짜증난다니까!”


“야, 들켰잖아. 왜 저 인간이 네 낚싯대를 갖고 있는 거야?”


부차라티의 아버지는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다. 부차라티의 다급한 외침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행운’. 목숨을 건진 것이 ‘행운’이라는 전제를 놓고 보면 부차라티의 아버지는 운이 좋았다. 일곱 발의 탄환이 온몸을 꿰뚫었지만 섬 근처를 우연히 지나던 해안 경비선이 아버지의 배와 아버지를 발견해 구조했다. 배에는 응급 처치 장비가 있어 의식 불명이기는 했어도 나폴리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경찰은 좌우지간 아버지의 의식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부차라티의 인생에서는 오히려… 아버지가 즉사해줬더라면, 차라리 그 편이 지금 돌이켜보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운명이란 자신이 해쳐 나가는 것이다’라고 혹자는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사로 올바른 길을 선택할 여지 따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도 인생을 살다 보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느 밤, 부차라티의 아버지, ‘파울로 부차라티’가 입원한 방. 창문이 열리더니 그를 쐈던 ‘마약상’ 두 명이 칼을 들고 잠입했다.


“어부는… 하여간 몸이 튼튼해서 말이야.”


“얼른 해치워! 망보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둘 중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파울로에게 칼을 들이밀었다.


“거 귀찮게 누가 살아있으래! 이 새끼 이거! 이 오밤중에 일부러 찾아오게 하고 말이야!”


남자가 그의 숨통을 끊으려는 순간, 침대 밑에서 다른 단검이 그의 목을 얕게 찔렀다. 그 칼의 주인은 부차라티였다. 마약상은 당황했다.


“뭐…?! 뭐야 넌…?! 위… 위험하잖아…!”


“고… 고작 어린애잖아! 그냥 처리해!”


그러나 부차라티는 그들의 반응보다 더욱 빠르게 단검으로 그 마약상의 목을 깊게 찔러버렸다. 마약상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하자 부차라티는 그의 동료도 눈에 칼을 박아 넣어 죽여버렸다. 침입자가 쓰러지자 부차라티는 잠든 자신의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지켜줄게… 아빠. 걱정 마… 걱정할 거 없어…”


브루노 부차라티는 13세에 살인을 저질렀다. 사람이 넘어선 안 될 영역에 발을 들였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이대로는 이 불량배 놈들의 패거리로부터 ‘보복’과 ‘입막음’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누가 이 부자를 지켜줄 것인가? ‘경찰’이 보장해줄 것인가? 이 일을 무마해줄 수 있는 존재는 ‘거리’를 뒤에서 지배하고 있는 ‘조직’뿐이다. 그리하여 브루노 부차라티는 ‘조직에 대한 충성과 봉사의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았다. 조직을 이 세상의 정의라고 믿으며 현명하게 일했다. 조직 내에서 눈에 띄기 시작하며 ‘간부 폴포’의 마음에 들게 되었다. 5년 후, 부차라티의 아버지는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차라티는 아버지와 자신을 말려들게 한 ‘욕망의 하얀 가루’를 원망하며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차라티가 꼭 19살이 되던 해였다. 부차라티는 조직의 말단 하나를 구타하며 말했다.


“그 가족에게서 손 때는 게 좋을 거다. 죽고 난 뒤에는 후회조차 하지 못할 테니. 너도 갱이라면…!”


그때, 부차라티는 발견했다. 그 조직원의 주머니에서 익숙한, 부차라티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그것’이 떨어진 것이다. 그건 바로… ‘마약’이었다. 부차라티는 더욱 더 험악한 표정으로 그를 죽일듯이 몰아붙이며 물었다.


“야, 이건 뭐야?!”


마약의 매매에 자신이 정의라 믿은 조직의 보스가 직접 관여하고 있음을 깨닫고 격노한 부차라티는 그 마약 봉지를 한 손으로 터뜨려버렸다.

“하필이면 이 마을에서! ‘금지’였던 거 아니었냐고!”


다시 현재, 부차라티는 머리 끝까지 분노했다.


“그리고 지금! 보스는 지금! ‘구역질 나는 사악함’이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아버지란 작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딸’을 자기 좋을 대로만! 용서할 수 없다! 네놈은 지금 또다시! 내 마음을 ‘배반’했다!”


스티키 핑거즈가 엘리베이터 바닥을 지퍼로 열자 엘리베이터 통로 아래로 비록 어두워 인상착의는 보이지 않았으나 남자-필시 보스일 것이다-가 정신을 잃은 트리시를 붙잡아 케이블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어떻게 한건지 알 수는 없지만 역시 탑 아래로…! 트리시는 아직 살아 있어.’

“네놈의 정체만 알아낼 생각이었지만… 예정 변경이다! 네놈을 처리해주마!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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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부차라티(Bruno Bucciarati)

생년월일 - 1980년 9월 27일 나폴리

신장 - 185cm, 체중 - 85kg

스탠드 - 스티키 핑거즈

좋아하는 음식 - 숭어알 소스 스파게티, 포르치니 버섯 가리비 오븐구이

싫어하는 음식 - 콩류, 사과

가족관계- 파울로 부차라티(아버지, 사망), 이자벨라 부차라티(어머니)

기타 - 언제나 ‘각오’를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그 ‘각오’를 위해 자신(최악의 상황에선 다른 이들까지도)을 희생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갱스터라는 일에서 벗어나 가정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소한 꿈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이혼하여 집을 떠났지만 갱에 들어간 후로도 자주 그녀와 만났으며 아직 부차라티는 어린 시절 찍은 가족 사진을 아련하게 바라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