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78. 킹 크림슨의 수수께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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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부차라티 팀이 대기하고 있는 보트. 죠르노는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상황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느껴진다! ‘이동하고’ 있어! 내가 생명을 부여한 ‘무당벌레 브로치’가 탑 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어! 걷는 속도가 아니야! 탑 위에서 낙하하는 듯한 움직임…! 그리고 지금! 지하 납골당으로 가서 거길 가로지르려 하고 있어! ‘보스’다…! 부차라티는 ‘보스의 옷’ 어딘가에 브로치를 단 거야! 그게 지금! 이동하고 있어!”


그때, 푸고가 말했다.


“죠르노, 미안하지만 거기 그 물 좀 집어주겠어? 목이 마른데. 그리고 조심하는 게 좋을걸… 우린 지금 섬에 상륙하면 안 된다는 명령을 받았으니까.”


죠르노는 말없이 가방에서 물병을 꺼냈다. 한편, 미스타는 보트 구석에서 나란차의 초콜릿 박스를 발견했다.


“우옷! 나란차 이 자식! 몰래 뭘 감춰놨냐! 초콜릿이잖아! 다들 쫄쫄 굶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딜 혼자 몰래 먹으려고 그래!”


“세 개밖에 안 남았단 말이야! 내 돈으로 산 거니까 내놔! 네가 무슨 눈 오는 산 속에서 조난된 것도 아닌데 뭘 그래!”


그 순간, 상자에서 초콜릿이 사라졌다. 나란차는 혹여나 떨어뜨린 건 아닐까 바닥을 둘러보다 화를 냈다.


“먹었지! 미스타! 세 개나 먹었지! 내놔! 물어내! 너 같은 건 동료도 아니야! 망하알!”


“야, 입가에 묻은 건 뭐냐?”


나란차는 그제서야 자신이 초콜릿 세 개를 전부 입에 넣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스타가 투덜거렸다.


“어느 틈에 다 꿀꺽한 거야?!”


“달다!”


푸고는 물을 마시다 문뜩 죠르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내가 고맙다고 했나? 죠르노… 안 했지?”


죠르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다리 위로 고양이의 발자국이 찍힌 것을 알아차렸다. 방금 전까지 반대편에 앉아 있던 고양이가 자신의 다리를 밟고 반대편으로 갔으나 죠르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이상했다. 죠르노는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뭔가… 기묘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해!”


죠르노가 섬에 상륙하자 아바키오가 기겁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죠르노! 너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한 발짝이라도 섬에 상륙해서는 안 된다는 보스의 명령을! 너 이 자식! 뭐라고…”


아바키오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바키오는 자신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순간에 섬에 상륙해 있던 것이다.


“뭐…라고…”


죠르노는 이제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성당으로 달려갔다.


“정상이 아니야…! 뭐지?! 이건! 이 분위기는 대체!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아!”


그때, 전화가 울렸다.


“죠르노?”


부차라티의 목소리가 들리자 죠르노는 다급하게 말했다.


“부차라티… ‘이동’하고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보스의 몸에 붙인… 제 ‘브로치’의 위치라면 지금 지하 납골당의 나선형 계단! 거기로 내려와 약 2미터 떨어진 기둥 옆에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만요! 부차라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요!”


하지만 부차라티는 죠르노의 경고를 듣지 못하고 기둥 너머로 보이는 검은 실루엣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받아라! ‘스티키 핑거즈!’”


스티키 핑거즈의 러시가 실루엣을 공격하는 순간, 부차라티는 경악하고 말았다. 자신이 공격한 것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기둥 뒤에 있었던 건… 나잖아!”


부차라티는 그제서야 기둥 뒤에서 공격받은 자신으로 정신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부차라티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마지막이니 가르쳐주마… 네가 방금 목격하고 또한 접촉한 것은… ‘미래’의 너 자신이다.”


부차라티의 뒤에서 스탠드가 나타났다. 붉은 육신에 하얀 다이아몬드 줄무늬를 가진 몸,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얼굴과 이마에 달린 선홍색의 또 다른 얼굴, 인간이 아닌 것처럼 초록색의 흰자위와 검은색의 둥근 홍채 위로 삼각형의 또다른 홍채가 붙어있는 눈… 이것이 보스의 ‘스탠드’였다. 곧이어 부차라티는 입에서 피를 흘렸다.


“몇 초 전 과거의 네가 미래의 너 자신을 본 것이다. 이것이 나의 스탠드 ‘킹 크림슨’의 능력! ‘시간을 지우고’ 건너뛰었다…!”


킹 크림슨은 부차라티의 척추를 부수며 천천히 주먹으로 부차라티의 몸을 뚫었다.


“그 누구든 나의 영원한 절정에 위협이 되는 자는 용납할 수 없다. 결코, 확실하게 지워주마.”


마침내 킹 크림슨의 하얀 주먹이 부차라티의 배를 뚫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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