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82. 킹 크림슨의 수수께끼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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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르노가 망설이는 부차라티에게 말했다.


“설명해야 합니다, 부차라티. 모두에게… 동료는… 필요합니다.”


부차라티는 보트에 누워 있는 트리시를 슬쩍 바라보더니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보스는 직접 자기 딸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에게 트리시의 호위를 맡긴 거였다… 피를 나눈 트리시는 보스의 ‘정체’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 그걸 알게 된 나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짓을 보고도 못 본 척 돌아갈 수는 없었어. 그래서 ‘배반’했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리며 벌벌 떨었다. 미스타가 말했다.


“제정신이냐고… 부차라티.”


아바키오가 말했다.


“배반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를 리 없을 텐데. 그 누구든 보스는 그냥 넘어간 적이 없어, 아니… 이미 베네치아가 보스의 친위대에게 포위되어 있을 지도.”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 함께 올 사람이 있으면… 이 계단을 내려와 보트에 올라다오. 단, 나는 너희에게 따라오라고 ‘명령’은 하지 않아… 함께 와달라고 ‘부탁’도 하지 않아… 내가 멋대로 저지른 일인만큼… 그러니 내게 의리 따위 느낄 필요도 없다. 다만 딱 한마디만 잘난 척 좀 해야겠다. 나는 ‘옳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거다. 후회는 없다… 이런 바닥이라도 나는 나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다! 보스는 반드시 쓰러뜨린다. 약점만 찾으면… 지금은 달아날 수밖에 없지만 ‘약점’은 반드시 찾겠다!”


아바키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미스타는 몸을 빙글 돌려 가만히 서 있었다.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던 푸고가 말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알았고, 또 옳은 말입니다, 부차라티. 하지만 분명히 말하죠. ‘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다니…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지만 따라간다는 건 또다른 문제입니다… 이상만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없습니다. 조직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어요.”


푸고는 계단에서 발을 때 올라갔다. 뒤이어 아바키오가 두려움에 떠는 몸을 진정시켰다.


“그래… 푸고 말이 맞아. 네가 저지른 짓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전 세계 어디로 달아나봤자 네게 ‘안식’의 장소는 없겠지… 그리고 내가 충성을 맹세한 건 ‘조직’에게 그런 거지 네게 충성을 맹세한 게 아니야! 하지만…”


아바키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나도 애당초 말이야, 갈 곳이나 안식처 따위 어디에도 없는 인생인데다… 이 나라 이 사회에서 밀려난 신세여서 말이야.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부차라티, 너와 함께 있을 때뿐이다.”


죠르노는 반색했다.


“아바키오…”


아바키오는 보트에 가장 먼저 타서 자리를 잡았다.


“죠르노, 너 혼자 잘난 척하게 놔둘 줄 알고!”


푸고는 당황했다.


“마… 말도 안 돼! 아바키오!”


“보스를 쓰러뜨리고 나면 말이야…”


미스타는 거북을 주워 죠르노에게 던져주며 보트로 발을 옮겼다.


“실력으로 치면… 다음 간부는 나 아니겠어? 여기! ‘거북’ 까먹으면 어떡해.”


미스타는 죠르노에게 속삭였다.


“난 부차라티의 성격을 잘 알아. 녀석은 머리가 좋거든. 말은 저렇게 해도 승산이 없는 싸움은 안 하는 사나이라고. 죠르노, 그리고 난 너 역시도 충분히 신뢰가 가는 녀석이라고 믿고 있어. 분명 뭔가 있겠지. 안 그래?”


미스타마저 합류하자 푸고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미스타! 당신까지…!”


“푸고, 넌 어쩔 거야?”


“완전히 고립될 거라고! 어디로 달아나려고?! 아니! 이곳 베네치아에서 살아나갈 수도 없어!”


죠르노는 나란차를 바라보았다.


“나란차… 나란차는 어떡할 겁니까?”


나란차는 아직 숨도 고르지 못할 정도로 벌벌 떨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 난? 부차라티… 난… 어떡해야 해? 같이 가야 할까?”


“무섭나?”


“응… 엄청 무서워. 그… 그치만 ‘명령’해줘… ‘같이 가자!’ 라고 명령해주면, 그럼 용기가 날 거야. 부차라티의 명령이라면 하나도 안 무서워.”


그러나 부차라티는 단호했다.


“안 돼… 이것만은 ‘명령’ 할 수 없다! 네가 정해라… 자기가 ‘걸을 길’은… 스스로 정해…”


나란차는 머리를 쥐어 싸맸다.


“모… 모르겠어… 난… 몰라…”


“하지만 충고는 해주마. ‘오지 마라’. 나란차… 네게는 맞지 않아.”


“지… 진심인가요? 확실히 살해당할 겁니다. 아무리 ‘올바른 일’이 있더라도… 이 세상에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어요! 우리가 몸 담은 이곳은 어차피 더러운 곳일 뿐입니다… 이미 오십보백보의 문제라고요!”


“그렇지.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부차라티는 보트에 시동을 걸며 소리쳤다.


“가자! 보트가 떠나는 순간 너희는 ‘배반자’가 된다!”


푸고는 떠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걱정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들 정신이 나갔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만난 지 딱 이틀밖에 안 된, 얘기 한번 제대로 나눠본 적도 없는 여자 때문에! 우리랑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란 말이야! 우린 트리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이라고!”


그때, 나란차는 보았다. 부차라티가 붙여 놓은 트리시의 손목에서 피가 흘러 바다로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트리시는… 믿었던 사람에게 버림받았어… 나도 옛날… 버림받았어… 아빠한테도… 믿었던 친구한테도… 버림받았어… 트리시랑 ‘나’는 똑같아… ‘닮았어’…”


부차라티가 말했다.


“죠르노… 거북 좀 주워주겠어…? 트리시를 안에 눕혀 놓자…”


거북을 든 죠르노는 무언가를 본 듯이 말했다.


“부차라티. 뒤 좀 돌아봐요.”


부차라티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란차가 바다를 헤엄쳐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부차라티이이이이이이이이이!! 갈래! 나도 갈 거야!!”


나란차의 각오에 보트에 탄 넷 모두 미소를 지었다. 나란차는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나한테 오지 말라고 명령하지 말아줘! 트리시는 바로 나야! 나라고! 트리시의 팔에 난 상처는 바로 내 상처야!”


푸고는 허심탄회하게 나란차를 바라보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나란차, 당신까지… 다 죽을 거야… 나는…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짓거리’를 할 수가 없어… ‘올바른 바보’는 될 수가…”


죠르노는 나란차를 배 위로 끌어 올리며 말했다.


“나란차, 당신의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할게요.”


미스타는 푸고를 바라보았다. 푸고는 그늘 속에 가만히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고는 안 오는 건가… 아쉽네.”


죠르노는 다시 거북을 부차라티에게 넘겨주며 자연스레 그의 팔뚝을 만지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말도 안 돼… 대체 부차라티의 몸은… 분명 상처는 이미 다 나았을 텐데… 혈액도 다 만들었고. 부차라티의 몸에 무슨 일이… ‘맥박’이 없어. 어떻게 된 거지? 주… 죽어 있다는 뜻인가…?’


같은 시각, 누군가 전화를 걸었다.


“스쿠알로냐? ‘배반자’가 나왔다. 이곳 베네치아에서. 배반자의 이름은 브루노 부차라티와 죠르노 죠바나. 생사 불문이라는 명령이다! 보스가 직접 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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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나코타 푸고, 반역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