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85. 클래시와 토킹 헤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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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키오가 물었다.


“나란차,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지금 뭐라고 했지?”


미스타가 말했다.


“지금 널 공격해온 건 커다란 스탠드라고 했지? 하지만 좀 전에는 ‘수프 그릇 안에 있다’고도 했는데, 모순 아니야? 아니면 말실수였냐?”


“응? 아아! 무, 물론 봤어. 난 분명히 봤다고! 적은 커다란 스탠드였어!”


또 말이 생각과 반대로 나오자 나란차는 적잖게 당황했다.


“아… 아니! 내가 지금 또! 뭐라고 했지?”


미스타가 다시 물었다.


“엄청 커다랗다고? 수프 그릇 안에 있었다면서 ‘커다래’? 얀마, 커다랗다는 게 대체 어느 정도 사이즈냐고? 이 정도냐?”


미스타는 양 손을 작게 모았다.


“아니!”


나란차는 또 반대로 말하고 말았다. 미스타는 팔을 조금 더 벌렸다.


“그럼 이 정도냐?”


“아냐! 아니라니까, 미스타! 그게 아냐! 사이즈 얘기가 아니라, 나 뭔가 이상해.”


미스타는 양 팔을 크게 벌렸다.


“그럼 이 정도냐?”


나란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나란차의 말에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나란차를 다시 바라보았다. 미스타가 되물었다.


“이만한 게 접시 안에 있다가 지금! 가게 안으로 달아났다고?”


‘아… 아니야! 나… 나 뭔가 이상해! 지금 내 생각이랑 왠지 다른 대답을 하는 것 같아! 해야하는 대답이랑 반대로!’


부차라티가 물었다.


“나란차, 네가 말하는 ‘적의 이미지’가 우리에겐 전혀 와닿지 않아. 다시 확인해보자! 적은 돌덩이 같고 커다란 놈인데… 날쌔게 널 공격했다 이 말이지?”


“아니, 굼뜬 놈이었어!”


다른 일행들은 물론이고 나란차도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미스타가 다시 물었다.


“나란차! 너 어째 좀 이상하다? 하는 말이 생뚱맞고 앞뒤가 안 맞아! 커다랗고 굼뜬 놈 같으면 왜 우리한테 안 보였냐고?”


아바키오가 물었다.


“너 진짜 적 스탠드를 보긴 본 거 맞냐?”


‘진짜 이상해! 뭐냐고?! 대체?! 사… 사실을 말할 수가 없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생각이랑 전혀 다른 엉뚱한 말밖에 안 나와! 설마! 공격을 받았을 때 내 혀에 뭔가가!’


나란차는 거울로 혀를 살폈다. 하지만 혀에 기생한 ‘토킹 헤드’는 이미 혀 뒤편으로 숨어 있어 찾을 수가 없었다. 인내심이 바닥난 미스타가 소리쳤다.


“얀마, 진짜 ‘본 거’ 맞냐고 물어보잖아! 나란차!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라니까! 너 진짜 적 스탠드의 정체를 본 거 맞냐고! 설마 너… 공격을 받은 게 쪽팔려서 오기로 허세 부리는 건 아닐 테지?”


‘아니라니까! 뭐가 어째? 젠장, 좋아! 대답한다고! 대답해주겠다 이거야! 대답한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대답해주겠어!’

“물론…!”


그 순간, 나란차의 혀가 안쪽으로 말리며 목구멍을 막아버렸다.


“뭐야! 역시 이 자식! 아무것도 못 봤으면서!”


죠르노가 말했다.


“하지만 공격을 받은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스탠드는 틀림없이 ‘원거리 조작형’에, 본체는 어디선가 여기를 보고 있습니다. 부차라티, 즉시 ‘보트’를 타고 여기를 떠야 합니다!”


죠르노가 보트로 발걸음을 옮기자 나란차는 죠르노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죠르노! 운하로 ‘보트’를 타고 가야 해!”


또 생각과 반대로 말이 나오자 나란차는 당황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예, 나란차 말이 맞아요. 운하로 가죠.”


나란차는 죠르노의 팔을 붙잡았다.


“제발! ‘보트’로 가야 해! 가야 한다고!!”


“예! 그러니까 ‘보트’로 간다고요!”


죠르노가 빠르게 보트로 달리자 나란차는 죠르노의 다리를 덥석 붙잡았다.


“가야 해! 가야 해! 꼭 운하로 가야 해!”


죠르노는 정말로 넘어질 뻔했다.


“뭐냐니까요 지금? 그러니까 운하로 간다고요!”


나란차는 정신병에 걸린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더니 자기 입을 벌렸다.


“내 혀 좀 봐봐! 내가 뭔 소리 하고 싶은 건지 알겠어? 여기, 혀에 뭐 안 붙어 있어?!”


죠르노는 무언가 의심을 하기는 했지만 확증하지는 못했다.


“나란차… 괜찮은 겁니까?”


“응, 괜찮아.”


나란차는 절망했다. 부차라티가 말했다.


“아니다, 죠르노! 아까도 한 이야기지만 어차피 운하로 가도 따라잡힐걸. 하지만 이건 기회야! 지금 거꾸로 이 적을 추격해 쓰러뜨리자! 보스에게 우리의 배반은 예상 밖의 일이었어! 때문에 이곳 베네치아에 현재 보스의 친위대가 그렇게 많이 모여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이 적을 쓰러뜨릴 기회는 바로 지금이야! 그럼 안심하고 이곳 베네치아의 바다를 건널 빈틈이 생길 거야! 지금 ‘운하’로 가는 건 관두자!”


미스타와 아바키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란차는 안심했다.


‘살았다… 운하로 안 가.’


“아바키오! 네 ‘무디 블루스’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적의 정체를 재생할 수 있겠어?”


부차라티의 말에 나란차는 더 당황했다.


‘뭐라고! 위… 위험해! 무디 블루스의 변신 재생은 위험해! 무디 블루스가 추적한다는 건 물 속까지 들어간다는 거잖아! 그 상어에게 물은 무기야! 무디 블루스가 정체를 알아내기 전에 틀림없이 기습 공격을 당할 거야! 위험해! 어떻게든 내 혀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려야 해.’

“미스타! 펜 좀 빌려줘!”


나란차는 펜으로 자기 팔에 글을 썼다.


‘물은 무기야! 내 입은 스탠드야!’


하지만, 글로 적는 것 조차도 자기 생각대로 써지지 않았다.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 운하에 거대한 상어 지느러미가 움직였다. 그 스탠드, ‘클래시’였다.


“다들 봐봐!! 저기 있어!”


하지만, 나란차의 손은 화장실 안을 가리켰다. 미스타가 가장 먼저 총을 뽑아들었다.


“나란차? 이번엔 진짜 본 거겠지?!”


‘아니야! 손가락이 멋대로!’

“응! 봤어.”


부차라티가 소리쳤다.


“추적하자! 이 적과는 여기서 결판을 내겠어!”


그때, 운하의 클래시가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나란차의 눈물 위에서 나타났다.


“그라치에, 나란차.”


클레시는 다시 사라졌다.


‘이… 이게 이 적의 목적이었나…! 날 이용해 모두를 한 명씩 물 근처로 유인할 생각이야! 젠장! 내가 그렇게 물로 보이냐! 하지만 어떡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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