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86. 클래시와 토킹 헤드 ②


----------

화장실, 무디 블루스의 타이머가 돌아가자 아바키오가 말했다.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적의 정체를 확인해보자! ‘무디 블루스!’ 10여초 전 ‘여기 있던 자’로 변신하여 추적해!”


나란차는 빠르게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무디 블루스로 정체를 확인하는 것까지는 좋아! 하지만 추적은 안 돼! 물 안에 들어갔다간 한 방 감이야! 알려줘야 해! 입을 열려고 하면 거짓말밖에 안 나오지만! 어떻게든 모두에게 알려줘야 해!’


나란차는 필사적으로 화장실의 수도꼭지들을 전부 잠그며 휴지를 뽑아 철저하게 물기를 닦았다.


‘제길! 이렇게 된 이상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어! 모두가 물에 다가가는 걸 일일이 억지로 막아주겠어! 그리고 다들 눈치 좀 채줘! 내 입안에 이미 다른 적 스탠드가 들어와 있다는 걸 눈치 좀 채달라고!’


그때, 갑자기 나란차의 혀가 길게 늘어나더니 스스로 수도꼭지를 열어버렸다. 나란차가 황급히 수도꼭지를 다시 잠글 때 무디 블루스가 대변기 앞으로 움직였다.


“이 위치에서 무디 블루스가 변신한다!”


나란차는 아바키오를 밀치고 변기로 달려가 오줌을 눴다.


“우오오오오오! 들여다봐(들여다보면 안 돼!)! 안을 들여다보라고(안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고!)!”


아바키오는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뭐야 이 자식! 더럽게!”


“이리 와(저리 가!)! 아바키오! 여기 좀 들여다봐아아!”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 자식! 너 그런 변태 취미가 있었냐! 애당초 난 네가 이 화장실에서 적을 봤다고 해서 조사하려는 거야. 너 이 자식, 진짜 여기서 적을 본 거 맞아?!”


나란차는 자기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자 죠르노가 나란차에게 다가왔다.


“잠깐만요. 아바키오, 미스타. 뭔가 이상합니다. 돌이켜보면 아까부터 나란차의 상태가 이상했어요.”


미스타가 말했다.


“아까 공격을 받은 것 때문에 동요하는 거야!”


“아닙니다. 나란차, 입을 부여잡고 있는데 그 ‘입안’이 혹시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 ‘혀’에 공격을 받았는데 무슨 관계라도?”


‘여… 역시 죠르노야! 감이 좋아! 조금만 더! 죠르노라면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 곧 이해해줄 거야!’


성질 급한 미스타가 죠르노보다 먼저 나란차에게 다가왔다.


“얀마! 무슨 일이냐잖아! 나한테 보여봐!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모른다니까!”


‘으아아, 미스타 넌 좀 빠져 있어! 쓸데없는 짓 좀 마! 죠르노가 추리하게 좀 놔두라고!’


“무슨 일 있었던 거면 보여봐! 괜찮냐?!”


“응,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미스타.”


“멀쩡하네 뭐. 역시 이 자식, 공격을 받아서 흥분한 모양이야. 맞지?”


아바키오는 부차라티와 함께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부차라티… 여긴 나란차가 잘못 봤을 가능성이 있어! 역시 ‘추적’할 거면 아까 그 테이블 쪽부터 하는 게 ‘정체’를 알아내기가 더 수월할지도 몰라.”


‘안 돼! 어느 쪽이든 추적은 안 돼! 하지만 이제 곧이야! 죠르노라면! 조금만 더 하면 알릴 수 있어! 아바키오가 변신하기 전에 어떻게든 죠르노가 눈치 채줘야 하는데!’


그때, 나란차의 혀가 스스로 움직이더니 나란차의 잭나이프를 붙잡아 그대로 손가락을 베어버렸다. 나란차가 당황하는 사이 나이프는 원래 있던 주머니로 쏙 들어가버렸고 상처만 죠르노에게 발견되었다.


“나란차? 손가락을 다쳤군요. 어디에 베인 건가요? 세면대나 어디 튀어나온 데 걸린 건가요? 자! 봐드리죠.”


상처에서 피가 흐르자 나란차는 놈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잠깐, 설마! 이 자식! 흐르는 피 속으로! 이동하기 위해 내 손가락을!’


“지혈에 드리죠! 손을 이리 보여주세요.”


나란차는 손을 등 뒤로 가렸다.


‘아… 안 돼! 오지 마! 죠르노! 피 근처에 오면 안 돼!’

“응. 고쳐줘! 죠르노!”


나란차는 당황해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그 덕에 상처가 죠르노의 눈에 띄고 말았다.


“고쳐 드린다니까요! 그러니까 상처 좀 보자고요!”


‘오지 마, 죠르노! 저리 가! 큰 상처 아니야! 이런 피쯤 스스로 지혈할 수 있다고, 오지 마!’


나란차가 손을 등 뒤로 가리자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피가 안 멈춰! 얼른 고쳐줘! 엄청 아파!!”


나란차는 놀라 다시 입을 가렸다.


“예, 알았다니까요. 그러니까 좀 보자고요!”


‘아… 아니야! 큰일이다! 입에서 손을 떼면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와버려! 그치만 입을 부여잡으면 죠르노는 내 손의 피와 접촉해 공격을 받을 거야! 이게 이 적의 작전이었던 거야! 먼저 죠르노를 해치울 생각이야! 죠르노는 모두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으니까! 나를 이용해서! 젠장!’


“자, 나란차. 상처 좀 보여줘요.”


“에어로스미스!”


에어로스미스의 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벽에 붙은 수도관을 찌그러뜨렸다. 총알의 열기에 파이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나란차는 상처를 그 수도관에 지졌다. 나란차의 모습을 보던 죠르노는 무언가 떠오른 듯이 물었다.


“나란차… 혹시 지금 아까부터 계속 나란차만 모종의 공격을 받고 있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건 아닙니까…?”


‘서… 성공이다! 드디어 알아줬어. 죠르노! 대답은 할 수 없지만 그거야! 바로 그거라고!’


“입안에 뭔가 남아 있는 겁니까?! 첫 공격 이후로! 예를 들면 반대로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능력이라든가!”


‘성공이다! 역시 죠르노! 다행이다! 드디어 알렸어!’


그때, 나란차는 발 밑이 축축한 것을 느꼈다. 수도관에서 물이 세고 있던 것이다.


‘설마… 내 손가락의 피를 지혈하기 위해 달궜던 파이프가… 휘어서! 밑동에서 물이!’

“말도 안 돼! 이럴…”


그 순간, 바닥에 고인 물 속에서 ‘클래시’가 튀어나와 죠르노의 목을 물어버렸다.


“죠르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