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111.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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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안, 컴퓨터가 열심히 보스의 지문을 대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해당자 없음’ 부차라티가 말했다.


“허탕인가…? 인터폴 쪽 기록에 침투해도?”


노트북을 두들기던 푸고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부차라티… 아무 데도 없는 모양입니다… 보스라면 설령… 15년 전보다 더 전에 ‘전과’가 있었다 해도 경찰이 수집한 지문 기록은 전부 지워 없앴을 테니까 말이죠…”


“이곳 사르데냐 경찰 쪽은 어때? 현지 경찰의 아무리 사소한 기록이라도 괜찮아!”


“허탕입니다… 없어요!”


“어디인지를 찾아내야 해…! 반드시 있어! 바로 그 때문에 보스는 딸의 존재를 지워버리려 하고 또 맨얼굴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한 게 틀림없어… 찾는 거야… 이자의 ‘과거’가!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


부차라티는 본을 뜬 보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트리시는 그것을 들고 보스의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 눈, 베네치아에서 어렴풋이 보았던 그 눈이었다.


“용서 못 해… 내 마음도 이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느껴… 베네치아 때와 같은 감각이 아까 ‘한순간’ 들었어… 아바키오에게 접근했던 건… ‘아버지’였어! 이자가 직접 아바키오에게 손을 썼던 거야! 그걸 지금 알 수 있어!”


부차라티가 물었다.


“보스가 여기 와 있다는 거야? 트리시.”


“그래요… 아까 느꼈어요… 지금 어딘지는 몰라도 이 해안 어딘가에 있어요!”


거북 안에서 아바키오를 관리하던 죠르노가 소리쳤다.


“부차라티!”


“지금은 안 돼! 당장은 몸을 숨겨야 해! 보스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내 ‘암살’하는 게 아닌 한 우리는 질 거야… 게다가 여기로 ‘새롭게’ 암살자들을 집합시키려 하고 있는지도 몰라! 어떻게든 먼저! 정체부터 알아내야!”


“부차라티… 지금 생각났는데… ‘사망자’의 기록은 어떻까요? 보스는 모든 개인 기록을 데이터에서 지울 때 자신을 ‘사망’한 걸로 조작한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문’은 사후에도 일단은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10년도 더 지나 발견되는 피살자의 오래된 시신에서 ‘지문’이 채취되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해보자…”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허탕인가… 보스는 역시 빈틈이 없어… ‘지문’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해…! 15년 전의 이 얼굴을 기억하는 자를 직접 찾는 수밖에 없는 건가! 하지만 시간이 없어! 보스가 근처에 와 있다면!”


“그렇지 않네! 자네들은 추적을 이미… ‘완료’했어! 남은 것은 쓰러뜨릴 방법을 찾는 것뿐이지!”


컴퓨터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화면 속 보스의 얼굴이 갈라졌다.


“기다렸네! 자네들 같은 이들이 나타나기를! 이자를 필사적으로 조사하고자 하는!”


“역추적 당했다! 푸고, 통화를 끊어!”


“잠깐! 끊지 말게! ‘디아볼로’를 쓰러뜨리고 싶지? 난 같은 편이야!”


트리시가 말했다.


“디아볼로?”


“신중을 가하는 자네들 입장을 왜 모를까… 하지만… 믿어줬으면 하네. 이 디아볼로를 쓰러뜨리려 하는 이가 반드시 나타나리란 기대에 이 회선을 펼쳐뒀던 거야. 난 쭉 기다렸네…! 오래전부터! 희망을 품고 기다렸어! 나 역시 놈을 쫓고 있어! 난 같은 편이야!”


부차라티는 그를 불신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디아볼로라고? 그런 이름을 댄다 해서 당신이 같은 편이란 증거는 되지 못해. 푸고, 통화를 끊어.”


푸고가 통화를 끊으려는 순간, 그자가 다급히 말했다.


“놈의 스탠드 능력은 ‘시간을 날리는 것’이 가능하지! 그건 혹시 알고 있나? 하긴! 그걸 아는 상황에 쫓기고 있으니 필사적으로 놈의 정체를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트리시가 소리쳤다.


“같은 편이다… 이 사람은 같은 편이에요! ‘스탠드 능력’을 아는데 놈이 살려두는 부하는 없어요!”


푸고가 말했다.


“잠자코 있어요, 트리시… 아직 우리 쪽 의중을 드러내서는 안 돼요.”


푸고와 죠르노, 부차라티간에 눈빛이 교차했다. 부차라티가 말했다.


“좋아… 이야기를 들어보지! 정체가 뭔지 먼저 이름을 밝혀라!”


“내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네… 난 이미 재기불능의 몸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난 더 이상 싸울 수 없네… 중요한 건 자네들이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 없을지 하는 문제야. 놈의 ‘시간을 날려버리는’ 능력에 약점은 없어! 자네들은 지금부터 놈을 ‘암살’할 생각일 테지만 그건 분명 실패할걸! 지금 상태라면 자네들이 역공을 당하리란 건 불 보듯 뻔해.”


“당신은 스탠드 유저인 모양인데… 보스를 쓰러뜨릴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건가?”


“놈의 ‘킹 크림슨’은 무적이야! 하지만 쓰러뜨릴 가능성은 알고 있네. 가능성 말이야. 자네들은 그것을 손에 넣어야 해!”


“손에 넣는다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게… ‘자네들’과 ‘나’는 만나야 해. ‘로마’로 오게. ‘로마’로 오면 자네들에게 가능성을 넘길 수 있네!”


“로마라고? 아까부터 당신은 우리에게 뭘 시키고 싶어하는 거지? 보스와 당신은 어떤 관계지? 우리가 당신을 신용해 로마로 갈 것 같나?”


“이제 곧 영상을 보낼 텐데… 자네들, ‘이것’을 알고 있나? 아니… 알고 있을 거야! 자네들 중 몇몇은 분명 ‘이것’을 알고 있을 걸!”


그자가 보내준 영상을 본 이들 중 트리시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했다. 그것은 화살, 그것도 특이하게 화살 촉의 넓은 부분에 황금빛 쇠똥구리 장식이 된 화살이었다. 죠르노가 소리쳤다.


“이것은! ‘화살’이다! 아니… 닮았어!”


“왜 당신이 이것을 가지고 있지?!”


“내 이야기나 과거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자네들 중 몇 명은 이 ‘화살’에 꿰뚫려 스탠드 능력을 터득한 게 아닌가? 디아볼로가 이 화살을 써서 자기 좋을 대로 사람을 이용해먹을 수 있도록 말이야… 자네들은 내가 있는 곳까지 이것을 가지러 와야 하네. 놈은 이 ‘화살’의 진정한 사용법을 몰라! 이 ‘화살’에는 숨겨진 영지(英智)가 있네! 그것을 가르쳐주지! ‘킹 크림슨’을 뛰어넘는 힘을 손에 넣어야 해! 로마로 오도록 하게! 이 ‘화살’은 그자를 쓰러뜨릴 단 하나의 마지막 수단이네!”


그들이 섬을 떠난 직후, 섬의 해변가. 도피오가 소리쳤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이것들이! 왜 내 전화를 받고 있는 거야! 이리 내! 더러운 계집애 같으니!”


도피오는 여자아이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차가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 귀에 전화를 받는 것처럼 가져다 데었다.


“여보세요. 예 도피오입니다.”


도피오는 보스, ‘디아볼로’의 목소리를 들었다.


‘묘하다… 도피오… 뭔가 눈치 챈 것 없나?’

“무슨 말씀이죠… 보스?”

‘부차라티 일당 말이다… 놈들은 아바키오가 기습당했으니 분명 혼란스러워해야 할 터. 하지만 다르다… 달아나는 데에 망설임이 없어… 뭔가를 추적해 목표로 향하듯 정박해뒀던 보트를 앞바다에 띄웠다. 조사해라… 다시 아바키오가 쓰러진 곳으로 돌아가 조사해보는 거다. 뭔가 이상하다.’

“조사라뇨… 대체 뭘…?”

‘잔말 말고 아바키오가 쓰러진 곳으로 돌아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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