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114. 목적지는 로마!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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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는 거북 안을 잠식하며 거북 안에 있던 이들도 곰팡이가 들러붙기 시작했다. 푸고가 말했다.


“미생물학 교제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곰팡이 중 특정한 종은 ‘낮은 곳’을 이동하고 싶어해도 스스로는 그 생식 범위를 넓힐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요. 그런 곰팡이는 일단 곤충의 체내에 자리 잡고 있다가 ‘낮은 곳’으로 가면 증식을 시작해 그 곤충을 죽인다고 합니다…! ‘동충하초’같은 종류 말이죠…! 이건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몸보다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 반응해 공격을 시작하는 거예요!”


부차라티가 소리쳤다.


“이건 스탠드야! 무엇 때문에 그런 습성이!”


죠르노가 대신 말했다.


“계속 확장시키기 위해서예요. 스탠드의 사정거리를! 곰팡이가 죽은 벌레에 피어 다시 퍼지듯이 시체가 시체를 계속 만들고! 이동해 죽으면 곰팡이의 사정거리가 어디까지고 확장돼요! 그리고 놈은 그걸 바라고 있어요! 스탠드 능력은 그 본인의 무의식적인 재능이니까…!”


부차라티가 소리쳤다.


“위로 올라가! 나란차! 강변으로 상륙해!”


나란차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타에게 손을 뻗었다. 미스타도 최대한 곰팡이가 피지 않는 선에서 손을 뻗었다.


“어서! 이리 와! 어서!”


그러나, 곰팡이가 오래 잠식한 부분은 껍데기만 남은 수준이었다. 나란차의 발목이 통째로 부스러지며 자세가 무너지고 있었다.


“내…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있어!”


“거북을 던져! 나란차, 미스타를 향해 던지는 거야!”


나란차가 힘껏 거북을 던지려는 순간, 나란차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며 거북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나란차가 절망하는 그 순간, 미스타는 총을 겨눴다.


“OK! 나란차! 그거면 돼! 그 위치면 딱 좋아!”


미스타는 허공에 총을 갈겼다. 뒤이어 피스톨즈가 총알을 보트의 엔진에 박아버렸다.


“너나 거북이나… 그 위치면 아주 딱 좋아!”


엔진이 굉음과 함께 폭발하고, 나란차와 거북은 무사히 상륙할 수 있었다. 빠르게 거북에서 나온 부차라티가 소리쳤다.


“잘 했어, 미스타! 확실히 위로 올라오니 공격이 시작되지 않아!”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초콜라타는 한순간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당황했다.


“돌아왔다… 저놈들, 한 놈도 죽지 않고 강변으로 상륙했어.”


미스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지, 부차라티. 더 이상 바다로는 돌아갈 수 없어.”


“죠르노가 말한 이 ‘곰팡이’의 사정거리가 ‘시체’가 기준이라는 예상이 맞다면 일단!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본체’를 찾는 것 보다… 위험한 건 마찬가지니 계단을 올라 차를 확보해 이 마을을 탈출하는 게 상책이야… 우리가 우선시해야 할 건 조금이라도 빨리 로마로 향하는 거니까 말이야… 죠르노! 사람들 치료는 잘 되어가나?”


“이 마을에서는 회복이 힘듭니다. 상처에 살아 있는 ‘곰팡이’가 나 있어서요…”


“좋아, 미스타. 거북은 네가 들어…! ‘올라가는’ 건 문제없어… 차가 있는 곳까지는 갈 수 있을 거야!”


거북 안에 앉은 트리시가 말했다.


“너무… 차가운 것 아니에요… 부차라티는. ‘나란차, 괜찮아?’ 하는 한 마디도 없다니… 게다가… 방금! 보트에서 나란차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뭐라고 했죠? 먼저 ‘이 거북을 던지라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냉철히 명령했어요.”


소파에 누운 나란차가 말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당연하잖아. 애당초 보트로 내려간 건 나였고, 산 건 다행이지만 전멸할지도 몰랐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부차라티가 거북을 던지라고 말 안했으면 난 바다에 떨어뜨렸을지도 몰라.”


“그런 건 알아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부차라티가 모두에게 차갑다는 거라고요!”


몸을 좀 추스린 아바키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봐… 나는 여자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하고 부차라티가 신경 써줬으면 하는 거냐? 네 자신이?”


트리시는 아무 말없이 아바키오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리고 여기 죠르노를 제외한 모두가 부차라티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넌 아직 모르니까 너무나 부차라티를 알고 싶다는 거지?”


트리시는 한순간 당황했다.


“누, 누가 뭘 알고 싶다고요…?”


아바키오는 다른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뭐… 지금 중요한 건 로마에 무사히 닿는 거야. 천천히 자기 ‘마음’을 깨달으라고.”


나란차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난 지금 진짜 한계거든. 잠깐 좀 쉴게.”


그리고 아무도 나란차가 아주 작은 소리로 ‘젠장’이라고 하는 것을 듣지는 못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초콜라타는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과연… ‘보스’를 배반하고도 놈들이 살아남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방금 그걸로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세코’! 똑바로 잘 찍었겠지?! 방금 생명에 집착하는 필사적인 형상을!”


세코는 마치 유인원 같은 소리를 내며 캠코더를 보였다. 캠코더에는 잔뜩 경악한 나란차의 얼굴이 잘 찍혀 있었다. 초콜라타는 반색하며 양 손으로 세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오오오오오~! 옳지! 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 멋지게 잘 찍었구나! 우리 세코!”


그러더니 다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호기심’이 자극될수록 정신의 파워가 샘솟는 법이지. 사람은 그 어떤 생명보다도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진화했던 거야! 빨리 보고 싶어! 난 이런 놈들이 죽는 걸 빨리 보고 싶었다…!”


그때, 세코가 요상한 소리를 내자 초콜라타는 깜빡했다는 듯 주머니를 뒤졌다.


“맞다. 미안해라, 깜빡했네. 상을 줘야지. 잘 찍은 상으로 두 개면 될까?”


세코는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펼쳤다.


“세 개?! 단 걸 세 개 달라고?! 세 개… 요런 욕심쟁이 같으니! 좋아. 세 개 주마. 간다, 세코. 세 개, 간다!”


초콜라타가 각설탕 세 개를 던지는 순간, 세코는 초월적인 반응 속도로 각설탕 두 개를 단숨에 물었다. 헌데, 그 중 하나가 초콜라타의 실수로 담장 밖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미안… 담장 아래로…”


그 순간 세코는 입에 문 각설탕을 뱉어 저 멀리 날아가던 각설탕을 맞추더니 그 반동으로 떨어지는 각설탕을 입으로 물어 결국 세 개 전부 먹을 수 있었다. 초콜라타는 감탄하여 또다시 그의 머리를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마구 쓰다듬었다.


“오옳~지! 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옳지 어쩜 이렇게 똘똘할까, 세코 너도 참.”


그리고, 세코가 각설탕을 모두 먹자 초콜라타는 명령했다.


“그럼 가라! 이 다음 부차라티는 차를 확보하려 할 거다. 네가 가라, 세코. 네 ‘오아시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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