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6-91. 화이트스네이크 – 추적자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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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스네이크는 천천히, 푸 파이터즈의 남은 잔해가 묻은 그녀의 DISC로 다가갔다.


“서둘러라 화이트스네이크! 푸 파이터즈의 ‘DISC’를 주워! ‘태어난 존재’를 죠린에게 빼앗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알겠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노이즈 낀 잡음과 함께 굵고 묘하게 푸치와 톤이 비슷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답해. 무슨 일…이지? 이 무전… 너…냐? 네가 부른 거냐? ‘푸 파이터즈’. 징벌동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응답…해.”


그건 화이트스네이크 인근의 무전기에서 나고 있었다.


“응답해. 푸 파이터즈.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가?”


“무전기!”

‘왜 여기 무전기가 떨어져 있지…? 스위치가 켜져 있어… 누구지? 지금 말하고 있는 녀석은? 이 교도소 안에서 무전을 수신할 수 있는 녀석이? 누구지? 무전기… 설마…? 푸 파이터즈가 가지고 있던 건가? 체내에… 숨겨서… 언제부터?!’


“응답해. ‘푸 파이터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제야 푸치 신부는 무전기의 정체를 눈치챘다.


“저 무전기는! 여기서 이 간수가 죽었을 때… 푸 파이터즈… 어느새 녀석에게서 빼앗아 자기 체내에 감춰둔 거였나! 동료에게 연락하기 위해! 저 죽은 간수가 가지고 있던 무전기인가!”

“이… 이 녀석은 누구지?!”


화이트스네이크가 무전기를 끄기 위해 그것을 줍는 순간, 화이트스네이크의 손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뒤이어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고 천둥소리가 들리자 무전기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알았다… ‘F.F’. 그런 거군… 대답조차 불가능한 사태라는 거지? 지금 막… 의료실에서 나왔다…”


“이 녀석은! ‘웨더 리포트’!”


그 순간 어마어마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그와 동시에 조금, 아주 조금 남았던 푸 파이터즈의 잔해가 폭우로 다시 부활하며 DISC를 꽂은 채 그 형체를 이뤄가고 있었다.


“이 자식! 웨더 리포트에게 비를 내리게 했겠다!”

‘태어난 존재는 반드시 손에 넣는다… 절대 놓칠 수 없는 노릇!’

“네놈은 절대 놓칠 수 없다!”


화이트스네이크가 다시 푸 파이터즈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더 강력한 폭우와 함께 짙은 안개가 모여들었다.


‘이… 이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어디냐?! 제길! 바로 이 앞에 있을 텐데…”


그때, 화이트스네이크는 이 지역의 자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부딪혀 소리를 내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개까지 끼기 시작했어… 설마, 푸 파이터즈! 아까부터 이, 돌에 부딪히며 달아나는 이 소리는… 이 리듬은! 이리 오고 있는 웨더 리포트에게! 설마! 알리고 있어!’

“모스 부호다!”


‘좀 더 짙은 안개를… 추적 당하고 있어… 화이트스네이크의 정체는… 엔리코 푸치 신부야…’


“들통났다… 알리고 있어… 정체를… 웨더 리포트에게!”


화이트스네이크는 자신의 머리 위를 날던 새에게 DISC 한 장을 던졌다. DISC가 꽂힌 새는 화이트스네이크와 시야를 공유했다.


“찾았다!”

‘새가 보고 있어!’

“거기냐! 죽어라! 푸 파이터즈!”


화이트스네이크는 그 형체를 마구잡이로 떼려 부쉈다. 그러다 화이트스네이크는 그것이 자신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다… 푸 파이터즈가 아니야. 안개의 막에 비친 잔상이었어… 설마…”


잠시 후, 반정도 회복된 푸 파이터즈는 신부의 눈에 띄지 않게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오기 전까진.


“아무래도 무사했던 모양이군… 죠린 일행은 어디 있지?”


푸 파이터즈는 그 얼굴을 보고 안심했다.


“웨더 리포트!”


한편, 푸치 신부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29. 31. 37. 41. 43. 47. 소수를 세자. 소수는 그 어떤 수로도 나누지 못한다. 사람이 패배하는 원인은… ‘수치심’ 때문이다. 사람은 ‘수치심’ 때문에 죽는다. 그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든가 ‘왜 나는 그런 짓을 했던 걸까’처럼 후회하는 ‘수치심’ 때문에 사람은 나약 해져 패배하게 된다. 간수의 무전기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실수 따위가 아니다… 이는 곧 시련이다… 이 일이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바꾸면 된다. 내 정체가 아직 쿠죠 죠린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 완전히 놓친 것도 아니다! 진정한 승리자는 ‘태어난 존재’를 지배할 수 있는 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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