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6-94. 화이트스네이크 – 추적자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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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푸치 신부와 DIO가 함께 있던 때, 침대에 누운 DIO는 책을 보다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이봐… 그거 알아? 푸치…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평균 입장객 수는 하루 평균 4만 명이라는 모양이야. 얼마전 마이클 잭슨의 라이브 공연을 TV로 보긴 했지만 그건 매일 있는 일이 아니지. 반면 루브르는 몇 십 년도 넘게 그 자리에 매일 있어… 개관은 1793년. 매일 4만 명이나 되는 인파가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에 이끌려 그곳에 찾아와서는 그 두 미술품을 반드시 보고 돌아간다는 거야. 굉장하다는 생각 안 들어?”


같은 침대에 누워있던 푸치는 자기가 읽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굉장하다는 건 숫자 이야기인가?”


“그 이야기가 아니라… 뛰어난 화가나 조각가가 자신의 ‘영혼’을 눈에 보이는 형체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말이야. 마치 시간을 초월한 ‘스탠드’ 같아… 그런 생각 안 들어? 특히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는…”


“흥미로운 이야기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스탠드 유저’라?”


“이봐… 지금 이건 네 이야기이기도 해. 너의 화이트스네이크는 ‘영혼’을 형체화해서 보존할 수 있잖아.”


DIO는 갑자기 푸치의 손목을 잡더니 자기 이마 쪽으로 끌어당겼다.


“넌 날 언젠가 배반하려나? 왜 날 치지 않는 거지? 넌 내 약점이 태양빛이고 낮에는… 어둠 속에서 잔다는 걸 알고 있어. 잠들어 있는 날 치면 될 텐데… 나의 ‘더 월드’를 DISC로 만들어 빼앗으면 너는 왕이 될 수 있어. 그렇게 하지 그래…”


두 사내의 말없는 눈길이 교차했다. 그러다 푸치가 말했다.


“그런 일은 상상도 해본 적 없어… 나는 나 자신을 성장시켜주는 사람을 좋아해. 너는 왕 중의 왕이야. 네가 어디에 도달할 것인지? 나는 그것을 따라가보고 싶어. 신을 사랑하듯이 너를 사랑해.”


DIO는 푸치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집어넣어 더 월드의 DISC를 이마 밖으로 반쯤 빼냈다. 하지만 푸치가 거기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자 DIO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답지 않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미안하다… 널 모욕하고 말았군. 상상도 해보지 못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진정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네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어… 넌 경건한 성직자가 될 수 있을 거야. 그걸 받아줬으면 해… 사죄의 증표야. 방금 내 몸에서 뽑았지.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네게 파워를 부여할 거야…”


푸치가 손을 피자 그 안에서 그의 손바닥만 한 뼈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현재. 죠린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눈을 번뜩였다.


“어차피 몇 밀리미터야. 몇 mm로 결판이 나. 네놈의 사정제공권 내에서 정확히 몇 밀리미터만 들어갈 수 있다면 주먹을 갈길 수 있어.”


“절벽에 부딪혀 죽는 제비가 있다고 하더군… 그 제비는 다른 제비보다 더없이 능숙하게 먹이를 포획하곤 하지만… 공중제비를 트는 각도와 그 위험 한계를 부모 제비에게서 배운 적이 없기에 그만 무모한 각도로 날게 되지. 하지만 그 부모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의 부모에게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가르쳐줄 수가 없었던 거다. 그 일족 중에는 단명하는 자가 많지만 왜 툭하면 사고를 당하는 것인지 깨닫지조차 못해. 죠타로는 단명했지.”


죠린은 발끈해 푸치 신부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푸치 신부도 죠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푸치 신부는 죠린을 공격하는 손 끝 손톱에 자그마한 십자가를 박아 놓고 있었다. 죠린이 몸을 튼 덕분에 푸치 신부는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푸치 신부의 공격이 죠린의 이마를 스치며 DISC가 살짝 빠져나와 시야를 가렸다.


‘손가락에 십자가를 꽂아뒀다… 그 길이만큼 너보다 깊이 파고들 수 있었지! 그리고 튀어나온… DISC로 네 눈을 가렸다!’

“받아가도록 하마! 그 스톤 프리를!”


푸치 신부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죠린은 수갑을 당기며 푸치 신부의 팔을 주먹으로 반쯤 짓이겼다. 그 충격에 푸치 신부는 균형을 잃었다.


‘눈가리개를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연결된 이 수갑으로 전달되는 진동의 감촉 때문인가?!’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아… 아니야… 기백이다… 이… 이 녀석, 기백으로! 내 공격을 탐지한 거야… 교도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스탠드 능력조차 없는 줄 알았는데… 남자에게 속아 질질 짜는 일개 철부지 계집애인 줄로만 알았는데… 위험해! 화이트스네이크는 이 녀석과의 싸움에 적합하지 않아…! 이… 이대로 가다간… 내가! 아니 나보다 그 태어난 존재가!’


푸치 신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죠타로의 기억 DISC를 꺼내더니 어딘가로 집어 던졌다. 그 행동에 죠린도 공격을 멈췄다.


“방금 뭘 던졌지? 무슨 짓을 한 거야?”


푸치 신부가 말이 없자 죠린은 더욱 언성을 높였다.


“방금 던진 게 뭐냐고 묻잖아!”


“DISC는 영혼을 형체화한 것이다. 영원히 보존할 수 있지. 체외에 추출해두는 한은 말이야. 하지만… 죽어가는 자의 체내에… DISC가 들어간다면… 그자의 생명과 더불어… DISC도 그자의 죽음에 휘말리게 된다…”


푸치 신부가 던진 DISC는 죽어가는 안나수이의 몸에 꽂혀 점점 일체화되고 있었다.


“네가 목숨을 걸고 원하던 ‘죠타로의 기억 DISC’다! 돌려주마! 죽어가는 안나수이의 몸에! 꽂았다! 이제 어쩔 테냐? DISC를 가지러 갈 테냐? 이 수갑 데스매치를 여전히 계속할 테냐?”


안나수이의 몸에 꽂힌 DISC가 소멸하기 시작하자 죠린의 분노가 울려 퍼졌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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