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허락할 수 없구나.”

“씨이잉, 그치만 짐은 사이클롭스 프린세스…”

“대체 외눈박이와 용이 무슨 연관이란 말이더냐. 돌아가거라.”

 

며칠 전부터 한 아이가 계속 나를 찾아오고 있다.

나의 등에 올라탄 채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확실히, 이곳에서 눈을 뜨기 전에도 그런 부탁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지. 이전 대의 용살자는 그런 천진함이 아이들의 장점이라고 내게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제일 먼저 잠의 저편으로 사라졌을 때 인간들은 더 이상 웃지 않게 되었지.

개중에는 내 몸에서 방출되는 냉기가 이상한 영향이라도 준 것이 아니겠냐며 내게 돌을 던지는 자도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아이들을 곁에 두지 않는다.

 

“그, 그러엄 이거 줄게… 짐이 소중히 여기던 참치인데. 한 숟갈밖에 먹지 않았어…”

“나는 전류밖에 먹지 않는다. 돌아가거라.”

“어? 어, 그렇구나… 미안.”

 

내 대답에 잠시 당황한 듯 고개를 기울이던 아이는 한동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라운지로 통하는 복도를 와르르 뛰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식이다.

벌써 이런 식으로 일주일이 흘렀다.

아이가 권하는 것들은 전부 지금의 나로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들뿐이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남이 좋아할 만한 것을 주려고 하는 아이의 마음은 순수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좋았던 추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가끔은 고마움마저 느낄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기억 속의 아이들 그 자체. 고로 그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슬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구나.”

“오늘도 과거의 기억에 잠겨 계십니까?”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자 금세 푸른 도장의 AGS 한 기가 눈에 들어온다.

“램파트. 그대는 항상 부지런하군.”

“정비가 끝난 김에 함내를 가볍게 순찰하는 것뿐입니다. 시티 가드의 일원이라면 당연한 일과의 하나지요.”

그런 것을 보통 부지런하다고 한다.

“그대가 퍼피라고 부르는 자는 오늘은 없는가?”

“그것은… 펍헤드 기종은 다소 변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기체의 안정성 검사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것은 보통 근무 태만이라고 하던…? 놀랍군. 강철의 몸을 가진 자가 그런 기조를 보이다니.

태만함이라는 것이 허락되어 있는 것은 인간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건만,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정말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시는군요.”

“미안하구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보내기엔 너무 기나긴 세월이었다.”

“아닙니다. 저도 내부 기록 데이터를 검토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램파트는 멋쩍다는 듯 몸체 한 귀퉁이를 벅벅 문질렀다.

“해당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통해 승무원 보호라는 본 기체의 목적에 더욱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호오.”

“해당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때 더욱 괴롭기 때문입니다. 괴롭다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해당 현상이 일련의 돌발행동을 유발하였으며, 감정 모듈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게 만들었던 바 있습니다.”

“지금은 감정 모듈을 제거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물어도 괘념치 않겠느냐?”

램파트는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흉부의 모니터에서 출력되고 있는 이모티콘이 묘하게 어울리는, 짤막하고도 의연한 동작이었다.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지켜야만 하는 것들이라.”

“저는 과거, 감정 모듈을 중시한 결과, 많은 동료를 잃었습니다. 이는 본 기체의 제조 목적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본 기체는 감정 모듈을 기능 부전의 원인으로 지목, 제거하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거를 시도하던 도중, 감정 모듈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저를 말리다 위험에 빠진 포츈 양을 보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그렇군. 알고리즘의 산물이로구나. 합당한 판단이로다. 허나 네 말대로 이미 많은 것을 감정 모듈로 인해 잃었다면, 감정 모듈 없이 포츈 한 개체를 잃는다고 결심을 뒤집는 것은 다소 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포츈 양 역시 저의 동료입니다. 동료를 더 잃지 않겠다는 이유로 죽게 내버려둔다면 저를 위해 희생한 동료들의 죽음도 개죽음이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

아아,

그것은 옳다. 지극히 옳아.

그대의 마음은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기사의 마음과 같다.

그에 비해 나는…

 

“저런, 공주님께서 다시 찾아오셨군요.”

그 말대로, 저 멀리 복도를 뛰어오는 작은 형상이 눈에 띄었다.

정말 포기를 모르는 아이다. 바이오로이드이기 때문일까?

“저는 포츈 양과 상담할 것이 있어 자리를 뜨도록 하겠습니다. 제스쳐 기능을 제거해 달라고 매번 부탁하는데 통 받아들이질 않는군요.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 조심해서 돌아가거라.”

천천히 멀어져가는 램파트를 배웅한 뒤, 다시금 나타난 연청색 머리의 소녀를 마주한다.

소녀의 손에는 중형 전지가 들려 있었다.

“지, 짐이, 헥, 헥, 돌아왔노라! 위대한, 헥, 보물과 함께!”

아무래도 참치캔을 먹을 수 없다고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규격의 전지라는 사실 역시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 하하! 이 용살자님께서 동포의 도움을 받아! 어… 공업용… 중형… 건전지? 를? 가져왔노라! 자, 그 등을 허하라!”

하지만 방금 들은 바가 있으니, 나도 한걸음 나아가 너그럽게 받아들이도록 하지.

 

“좋다. 허나 요철이 많으니 조심해서 앉거라.”

“앗싸!”

이번에야말로, 아무것도 잃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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