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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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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잘 먹었다... 딸꾹!”

 

“좀 조신하게 행동하면 안 되겠나, 토모?

무슨 라멘을 그렇게 걸신 들린 듯이...”

 

“에이, 나는 얌전히 먹은 편인데~

왓슨 좀 봐봐, 아직까지도 옷에 묻히고 있잖아!”

 

“뭐? 아니, 왓슨! 하얀 옷인데 빨간 국물이 튀도록 내버려 두면 어떻게 하는 건가!

하아, 이러면 세탁비로 또 몇 엔이나 나가야 하나... 골치군.”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큰한 국물도, 아삭거리는 숙주와 쫄깃한 면의 조화도 신경 쓸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거리에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지켜봤을 뿐이다.

 

 

 

“키무라, 오늘따라 왓슨 정신이 좀 나간 거 같은데?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가서 뒤통수 한 대 퍽 하고 치고 와라.

마음 같아선 내가 하고 싶은데 그런 캐릭터가 아닌 터라. 크흠.”

 

 

 

사람. 거리. 각양 각색의 옷차림과 제 각기 다른 각자만의 삶.

내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멸망 전 인류들의 모습이라는 것 외에는.

 

그 정보의 격차가 참으로 감격스러워서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봤다.

미리 알고 있었던 아이들만 존재하는 오르카 호와 달리, 이곳에서 나는 평범한 인간 중 하나였다.

 

내가 모른다. 저들에 대해 일말의 단편도 아는 것이 없다.

그 사실이 나를 더욱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그제야 아까 먹었던 라멘의 맛이 입 안에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혀로 입천장을 한 번 훑고 지나가면... 

 

 

 

“으엑!”

 

“왓스은~?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실까 몰라?”

 

“아야야... 아프잖아...”

 

“그 정도 충격 요법은 필요해 보이는 얼굴이어서 말이야.

그러기 싫으면 다음부터 뒤통수 조심해서 다녀야 할 거야~”

 

“... ...”

 

 

 

갈색 꽁지 머리. 검은색에 가까운 매끈한 단발.

토모가 하고 있는 머리카락은 참으로 단순해서 되려 쉽게 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저리도 해실해실, 꼭 만들어 놓은 인형처럼 초승달 모양의 눈을 하고 있으니 그 기묘함이 더욱 신묘했다.

 

닥터와 버금갈 정도의 천재 바이오로이드, 리앤.

그 모태가 되는 모델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토모였으니, 왠지 모르게 조금 섬짓했다.

 

 

 

“알았어... 앞으로는 제대로 정신 차리고 살 테니까 다음부턴 뒤통수 말고 앞통수를 갈겨.

그러면 적어도 보고 피할 수라도 있지...”

 

“정말?”

 

“아니, 말로 그렇다는 거지 누가 그걸 진짜로... 읍?!”

 

 

 

내 말보다 빨리 내 이마를 가격한 것은 토모의 손바닥이었다.

 

언제나 들떠 있는 말괄량이 아가씨의 손놀림이란 저 눈동자보다도 깊이 있는 신묘함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 깨우침을 주는 시원한 한 방이었다.

 

 

 

“으으... 아파라.”

 

“자, 그럼 밥도 먹었으니까 다시 사무실로 가자~

키무라가 왓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네?”

 

“나한테?”

 

 

 

어깨동무를 하는 토모를 뒤로 하고, 뒤에서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키무라를 쳐다보았다. 

 

누가 셜록 아니랄까 봐, 진중한 모습에 왠지 모를 아우라가 담겨 있다.

 

 

 

“흐음... 지금 왓슨 상태를 보니 뭔가를 생각할 만한 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 그래, 토모 두 명이랑 같이 얘기하는 것보단 나 혼자 하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

 

“저기요, 멀쩡한 사람 토모 취급 하지 말아 줄래? 셜록?”

 

“왜에~ 토모가 어때서 그래~?”

 

 

 

옆에서 끈덕지게 붙어오는 토모. 덕분에 내 오른팔은 꼼짝 없이 갇힌 신세가 됐다.

 

하긴, 나도 그런 행동에 얼굴을 붉히니 숙맥도 이런 숙맥이 없다.

그저 내 두 눈으로 친구를 만난 즐거움에 그런 것이었으나 남이 볼 땐 토모의 유혹에 넘어가는 반푼이로 보였을 것이다.

 

이젠 아예 고개를 푹 숙여버린 셜록.

이런 나를 무시하는 게 틀린 선택이었다곤 말할 수 없겠으나, 이제부터 틀린 선택이었음을 보여줄 생각이다.

 

 

 

“지금 우리가 다루는 거, 붉은 아레나 불법 도박 살인사건. 맞지?”

 

 

 

붉은 아레나. 인간들이 바이오로이드끼리의 혈투를 보며 판돈 내기를 거는, 그야말로 세기 말의 스포츠.

말이 좋아 혈투지, 사실상 죽고 죽이는 생사결(生死決)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살인사건’이란 바이오로이드의 죽음을 의미하진 않았다.

이건 모두가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CCTV가 없는 으슥한 곳에서 사람 하나가 죽은 사건을 말한다.

 

 

 

“오, 그래도 기억은 하고 있는 모양이라 다행이군.

하지만 조금 부족한데, 다른 할 말은 있나?

 

“피해자의 이름은 토오루. 성은 잘 기억이 안 난다만 이름은 그게 맞을 거야.

붉은 아레나 경기에 배팅할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인간이지.”

 

“좋아. 계속 해보게.”

 

“그 인간이 지난 주엔가... 아마 경기장 복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었지?

사인은 흉기로 인한 자상. 폐를 찔린 바람에 소리도 못 지르고 죽었지.

자상도 아주 깔끔했고. 죽인 놈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란 거야.”

 

“흠, 그래, 확실히 자네가 토모보단 낫군.”

 

“상처의 방향으로 미루어 볼 때 범인은 왼손잡이.

CCTV도 없는 복도였고, 경기 도중이라 인적이 드물었어.

운이라고 하기엔 설계가 튼튼하지. 아마 경기장 운영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있는 자가 범인일 거야.”

 

 

 

그렇게까지 말하자 셜록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좋아, 좋아. 역시 정신이 나갔던 건 배고파서 그랬던 게 분명하군.

하지만 아직 중요한 걸 얘기하지 않았는데, 뭔지 알고 있나?”

 

“음... 어지간한 건 다 중요하게 보여서 뭐라 특정은 못하겠는데 크게 세 가지가 있겠네.

첫째, 바이오로이드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는 것. 

그 경기장은 덴세츠 회사가 만든 거였는데 하필 그 때 재물조사가 들어가 있던 바람에 바이오로이드의 출입 시간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지.

그 기록만 봐도 바이오로이드가 한 짓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어. 다만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면 어떤 인간이 이런 괴력을 뿜어낼 수 있는가, 그게 문제지.”

 

 

 

바이오로이드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튼튼하다.

가장 약한 브라우니조차 어지간한 남성 한 명은 쉽게 이길 수 있을 정도고, 오리진 더스트를 조금만 더 첨가한다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움직임도 재현할 수 있다.

그 탓에 바이오로이드는 인간보다 강하다, 이게 이 세계에서는 기본 상식이다.

 

 

 

“둘째, 피해자의 품에서 발견된 파란 성경책.

이것에 대한 정보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려줄 수 있겠지.”

 

 

 

보통의 성경책은 순수한 검은색 표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허나 이 책을 그렇지 않았지. 일반적인 기독교의 성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난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다.

코헤이 교단. 아자젤 및 천사 바이오로이드를 앞장 세워 사람들은 선동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

이 토오루란 놈이 거기에 들어가 있던 이유를 알아 내는 게 중요한 키포인트다.

 

 

 

“그리고 마지막, 까치 문신.

이 근처에 돌아다니는 야쿠자, 카사하네구미의 상징이지.

그쪽 야쿠자들은 일전에 불법 도박으로 조사도 받은 적 있으니까 가장 합리적인 의심은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게 맞을 거다.

이상. 끝.”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야쿠자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게 몇이나 될까? 조폭 패거리? 두목? 위계 질서? 별로 안 된다.

게다가 그 얼마 안 되는 것들 중에 ‘추리 게임’에 어울릴 만한 것을 뽑아내게 되면 남는 건 단 하나뿐이다.

 

정경 유착, 야쿠자와 정치계 인물 사이의 연결 고리. 

야쿠자 내의 혈투 같은 걸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죽은 토오루는 신참 야쿠자였다.

고작 신참 하나를 죽이기 위해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는 건 언어도단.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애초에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해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현실의 추리가 아닌 추리 ‘게임’인 이상, 이렇게 얻게 된 증거들에는 이미 진실이 숨겨져 있는 법이다.

 

 

 

“오우...”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을 다 끝낸 사람의 입장.

셜록은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향해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옆에 있던 토모는 덤이었고.

 

 

 

“자네... 어디서 교육이라도 받고 왔나?

아니면 정신 수양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자가 최면?

어쩐지, 왠 일로 아침부터 밥 타령이나 하나 했더니만 속으로 이런 깊은 뜻을 품고 있었군.

솔직히 다시 봤네! 셜록이란 이름은 나 말고 자네한테 가야겠구만.”

 

“왓슨? 왓슨 맞아?

아닌데, 분명 우리 왓슨은 이렇게 똑똑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전과 달리 부드럽게 내 이마를 짚는 토모의 손.

은근한 따뜻함이 마음에 들었으나 왠지 모르게 무시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런 토모를 확 엎어버렸다.

 

 

 

“꺄악!”

 

“셜록, 너도 알겠지만 이런 토모에 말에 휘둘리면 밑도 끝도 없는 거, 알지?

이런 귀중한 얘기를 사람들 다 돌아다니는 거리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어... 그래, 그렇지.

자네의 추리를 듣고 있다 보니 되려 내가 정신을 잃었군.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지.”

 

 

 

당황스러움에 앞장 서 가기 시작하는 셜록.

등에 업힌 토모가 자꾸만 궁시렁궁시렁 대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나는 그 뒤를 밟았다.

 

 

 

삐빅.

 

그 때, 내 주머니에서 무언가 작게 울렸다.

스마트폰. 이젠 잊혀진 구시대 유물이 작은 액정을 반짝이고 있었다.

 

 

 

“사령관님. 지금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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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아가씨가 누구라고?”

 

“우와~ 예쁘다~

누구에요? 이름은 물어봐도 되요?”

 

 

 

닥터가 만든 신경 감각화 동기화 장치는 총 6개.

그 중 마지막 하나는 그저 기회가 돼 만든 덤일 뿐이다.

 

하지만 덤이라고 안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 이런 경우를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가령 이렇게 먼저 들어올 수 있다던가, 하는 등의 것들 말이야.

 

 

 

“... 안녕하십니까, 셜록... 씨 하고 토모 양...

... 그렇게 불러도 상관은 없겠죠?”

 

“어... 음, 네.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그냥 토모라고 불러주면 안 돼요?

뒤에 ‘양’이라고 붙이면 조금 서운해질 거 같은데~”

 

 

 

나이트앤젤. 온 몸을 칭칭 둘러 싸고 있는 패션 덕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붉은색 장발만큼은 명명백백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나이트앤젤을 내 옆에 앉힌 뒤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친구였다는 설정인지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 예쁜 분은 이름이 뭐에요?”

 

“그게... 이름은... ...”

 

 

 

다급하게 내 눈치를 살피는 나이트앤젤.

친구 설정인 걸 겹치지 않으려면 나이트앤젤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 탓에 나는 순간 머리를 굴려 쓸만한 이름을 떠올려 봤다.

 

 

 

‘나이트앤젤... 밤의 천사... 여기가 일본인 걸 감안해보면 요루노 텐시...”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사람 이름으로 쓸만한 것이 아니었다.

좌절스러운 작명 센스. 그 때 나이트앤젤이 내 팔목을 턱, 잡으면서 대신 입을 열었다.

 

 

 

“아이린 애들러. 애들러라 합니다.

사령ㄱ... 아니, 왓슨과는 예전에 일할 때 만난 관계였습니다.”

 

“흐음... 그래요. 애들러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보다야 훨씬 나은 선택의 이름. 어디서 그런 걸 떠올렸는지 궁금해 귀에다가 입을 가져다 대고 은근하게 물어보았다.

 

 

 

‘애들러? 그게 누구야?’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와 있던 여성 협박범입니다.

셜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몇 안 되는 인물이라 기억이 났네요.”

 

‘셜록 홈즈? 소설 말하는 거야?

이런 것까지 읽어봤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오르카 호에서 남는 게 시간이었잖습니까. 그래서 그냥 시간 날 때 읽다 보니까 제법 재미 있더군요.

애초에 사람 이름이 어떻게 셜록이죠? 저 사람의 부모님도 참 어지간한 분이셨겠군요.

자식 이름을 셜록으로 짓다니. 그에 비하면 애들러는 양반이죠.’

 

‘... 그냥 가명 아니었을까?’

 

‘가명이라고 이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기자가 탐정도 아닌데.’

 

‘그건... 그렇지.’

 

 

 

원치 않게 문학 소녀가 되어버린 나이트앤젤.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바라보니 선글라스 너머에 있는 눈빛에 참 깊은 지성이 서려 있었다.

어울리는 건지, 아니면 안 어울리는 건지, 나앤이 책을 읽는 모습이 그냥 잘 상상이 안 갔다.

 

그런데 뭐, 아무렴 어떤가?

토모와 셜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넘어가는 눈치였으니까.

 

 

 

“뭐, 이런 아가씨를 어디서 데리고 온 건진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

연인인가? 아니면 그냥 친구? 우리가 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 보통 관계로는 금방 나가 떨어질 거 같아서 걱정이란 말이지.

그래서 그런데, 조금 언질이라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 그런 걱정을 하고 그래. 그냥 대충 연...”

 

“왓슨, 자네에게 물어본 거 아니네.”

 

“꺄핫! 왓슨 또 셜록한테 까였네?”

 

“... 에이씨. 말하기 곤란한 관계니까 내가 대신 말하려 한 거였다고..

토모야 그렇다 쳐도 셜록까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네.”

 

“내가 궁금한 건 못 버티거든. 자네가 좀 이해해주게, 왓슨.”

 

 

 

고작 호기심 때문이라기엔 꽤나 진중한 표정.

턱까지 괸 채, 뚫어져라 나이트앤젤을 보는 셜록을 나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아마 우리가 하는 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하는 말이었겠지.

이제 곧 야쿠자 보스가 있는 집으로 쳐들어갈 테고, 그건 맨정신으론 못할 짓이니까.

 

 

 

“아무튼, 애들러 씨. 왓슨과 무슨 관계인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 왓슨과의 관계라고 하면...”

 

“말하기 어려운 주제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도 평범한 사람을 끌어들이긴 싫어서 말입니다.

이번 살인사건에서 나는 냄새가 여간 수상한 게 아닙니다. 알면 안 되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어요.”

 

 

 

우리가 겪어온 일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인 일들.

이번에 셜록이 퍼트리게 될 스캔들이 분명 대단한 거긴 하지만, 사람 거죽을 뜯어서 벽 장식으로 쓰는 미친 짓은 보게 될 일 없다.

 

허나 그럼에도 아끼는 마음에 셜록은 말을 이어갔다. 위험할 거라고.

분명 천성이 선하게 타고난 친구였으리라. 멸망 전 인류였음에도 바이오로이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트앤젤이 내뱉은 말에 셜록도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왓슨은...

...

...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어지간한 희생은 감내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개인적인 사정은 조금 밝히기 어렵겠군요. 미안합니다.”

 

“생명의 은...

... 크흡, 아, 알겠습니다. 제가 괜한 걸 물어봤군요.”

 

“... ... 헤헤, 나, 나도 왓슨이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

이렇게 예쁜 아가씨의 생명은 또 어디서 구한...

... 으으... 어떻게 무마가 잘 안 되네... 미안해요... 헤헤.”

 

 

 

어색한 상황에 머리만 긁적이는 것이, 우리 셋이 아주 똑같다.

나이트앤젤만 책상 위에 놓인 찻잔을 홀짝일 뿐, 조금 긴 정적이 사무실 안을 채웠다.

 

사무실 소파 위엔 카사하네구미의 본거지 위치가 적힌 지도가 놓여 있었다.

그걸 눈으로 슬쩍 흘겨본 나앤이 다른 주제를 꺼내 이야기의 흐름을 돌려놓았다.

 

 

 

“그래서... 지금 가시려는 곳이 야쿠자들의 나와바리라 하셨죠?”

 

 

 

나와바리라니, 그런 단어는 또 어디서 배운 건가.

... 또 책 읽다가 배웠으려나...

 

 

 

“그게... 나와바리라고 하기보단 본거지라고 하는 게 좋겠군요.

두목을 보려고 가는 건데, 야쿠자에겐 두목이 있는 곳이 본거지니까...”

 

“계획은 있으십니까? 안으로 들어갈 계획은?

보통 이런 일을 할 땐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가능성을 염두 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을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 때 뭐라 변명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 ...”

 

 

 

게임 속 키무라의 성격은 이런 꼼꼼한 계획을 짜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중의원과 연결 고리가 있는 야쿠자의 집도 아무 생각 없이 ‘인터뷰 하러 왔습니다.’ 하고 들어가는 수준이었으니까.

옆에 있는 토모는... 셜록보다 더하면 더했지.

 

하지만 나이트앤젤이 누군가? 반군의 사령관 노릇을 하는 메이를 대신해 둠 브링어를 이끈 위대한 부관 아닌가.

이런 계획을 세우는 건 자다가도 할 수 있을 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나앤의 말에 셜록의 눈이 빙글빙글 도는 게 보일 정도였다.

옆에 있던 토모는 아예 멍 때리고 있는 듯하고.

 

 

 

‘그 잘난 리앤의 모체면서 왜 이렇게 띨빵하지...?

... 아, 그래. 게임 밸런스 조절을 하는 건가... 리앤이 나오면 금방 끝나버릴 사건이니까.’

 

“아무튼, 일단 간단하게 이 정도만 해두죠.

30분 정도 드리면 금방 외우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냥 들어가기만 하려는 거니까 복잡한 계획은 아니...”

 

“잠까아아안!”

 

 

 

순간, 토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와아앗스은?”

 

“어... 어?”

 

“이 아가씨, 어디서 데리고 온 거야아아?”

 

“... ...”

 

 

 

마치 취조를 하는 듯한 목소리. 일전의 띨방함은 눈 녹듯 사라진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은 토모의 것이 아니라, 리앤의 것이었다.

 

 

 

“이러면 안 되지. 안 돼!

일단 들어가봐야지! 30분이면 증거가 사라지고도 남을 만한 시간인 걸?”

 

“별로 어려운 작전은 아니었습니다. 토모 양.

그냥 한 번 보시기만 한다면...”

 

“안 돼!”

 

 

 

그렇게 무작정, 토모는 내 손목을 잡고 사무실 밖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셜록도, 나이트앤젤도 그런 우리를 얼마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나를 쫓아 달렸다.

 

이럴 때만 체력이 좋은 토모.

아마 나이트앤젤이란 치트를 쓰는 나를 중재하려고 나온 리앤의 짓이었겠지.

 

이 세계는 리앤이 만든 세계다. 그러니 엄연히 GM도 리앤이다.

하물며 이걸 만든 건 셜록, 토모와 함께 했던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세계. 그걸 감안했을 때 나이트앤젤이 세운 계획은 너무도 효율적이었다.

 

 

 

“왓슨! 아주 치트키 같은 아가씨를 데리고 왔어!

아주 치트키 같은 아가씨야!”

 

“... ...”

 

 

 

순간, 토모의 눈이 조금 더 초록빛으로 물드는 듯했다.

리앤이 나를 보고 있는 듯이.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무작정 카사하네구미의 본거지를 향해 달렸다.

토모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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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려서 죽을 거 가틈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