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

 

 

 

 

 

 

 

 

거대함을 넘어 장엄함마저 풍기는 고래.

우주를 질주하는 트리아이나는 이 거대한 물고기를 엄폐물 삼아 서서히 감염 성채로 다가갔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의 그녀는 시시각각 격해지는 숨을 간신히 참아냈다. 그만큼 긴장했단 얘기겠지.

 

웅. 웅. 웅. 웅.

고래 역시 그 마음을 아는 듯, 성채에 가까워질 때마다 내뱉던 울음소리를 조금씩 줄여갔다.

이윽고 온전히 고요해진 우주. 매질조차 없는 공간에 ‘고요’라는 단어만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곳은 마치 심해처럼 조용했다.

작은 물고기와 플랑크톤, 흐느적거리는 수천 개의 생물로 가득한 심해처럼.

 

 

 

“54.6.163.612 좌표 고정.

하늘치의 은신 가능 지역까지 접근했습니다. 이 이상 들어가면 저쪽에서도 눈치를 챌 겁니다.”

 

 

 

플라즈마 제트팩을 매고 고래에 바닥에 붙어 이동하던 후사르가 레이더망을 살펴본 뒤 말했다.

 

 

 

“은폐장 출력을 더 높일 순 없을까?”

 

“안 될 겁니다. 이 이상 올리면 전력 과부하로 스파크가 튑니다.

분명 철충들도 그걸 보고 오겠죠.”

 

 

 

패널 위로 보이는 상황에 따르면 성채까지는 아직 6 km 가량 남아 있다.

작전대로 하려면 조금 더 접근하긴 해야겠지만, 매 순간 대원들이 사선을 넘고 있는 상황에 다른 전략을 떠올릴 수는 없다.

 

[애초에 저 성채의 왜곡장은 단순 화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엡실론이 신신당부하며 말했던 얘기. 이전 본체가 성채를 상대로 고전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화망을 만들어도 물 흘려 보내 듯 가볍게 무시하는 왜곡장. 주변부는 타격할 수 있겠으나 핵심 부분은 피해를 줄 수 없다.
 

[저걸 격추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핵심 코어를 부숴야 해요. 물론 그것 역시 강력한 역장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그 부분은 저에게 맡기세요.

제대로 진행되기만 하면 문제 없이 부술 수 있을 테니까.]

 

엡실론이 지휘에 몰두하기 위해 연락을 끊어버리기 직전, 나에게 남긴 말은 그뿐이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트리아이나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운전에 집중하고 있던 탓에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아니지만.

 

 

 

“사령관? 이제 슬슬 타이밍인 것 같은데.”

 

“... 조금만 더 기다려.”

 

 

 

하늘치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날아오는 잔해들로부터 트리아이나 일행을 지켜주는 동안, 나는 엡실론의 케스토스 히마스로부터 전해지는 전황 데이터를 분석했다.

점차 뒤로 빠지는 초록색 점들. 사상자 수는 최소로 줄이기 위해 원거리 공격을 주로 선택한 거다.

날아오는 철충들은 근접 특화 부대로 처리하고 대다수는 왜곡장으로 화력을 집중하는 것. 그녀가 나에게 말한 전략대로다.

 

 

 

“지금!”

 

 

 

삐비빅!

패널에서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나는 트리아이나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다.

지나친 공격을 받아 과부하가 걸린 왜곡장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쿠구구구구.

그녀의 속도를 가늠하게 해주는 진동음. 패널 너머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소리에 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

 

고오오오오오!

 

물론 그녀 혼자만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5.4.671.445, 112.33.35.122, 123.44.34.765... ... 에이씨! 그냥 말할랜다!

온 사방에서 철충이 쏟아지고 있어! 벌써 들킨 거야!?”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애들이 오는 거겠지!

후사르? 좌표 한 번만 불러줘!”

 

 

 

덜덜 덜리는 조종간을 잡으면서도 트리아이나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전방의 적을 주시했다.

잔해의 바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바글바글한 밀집도. 검은 파도가 다시 한 번 그녀를 삼켜버리기 위해 날아왔다.

하지만 이쪽에도 파도 타기는 잘하는 녀석이 있다.

 

 

 

“1.21.561.2... ... 에이씨, 내도 모르겠다!

‘조금 더 위’. 쪼매만 더 위로 오면 하늘치 등 뒤로 숨을 수 있다!”

 

 

 

그것도 겁나게 끝내주는 녀석이.

조용히 지느러미와 꼬리만 흐느적거리던 고래가 입을 쩍 벌리고 비명을 지르듯이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 수십 미터 두께의 격판으로 만들어진 하늘치는 단순한 몸통 박치기만으로도 날아오는 놈들을 가루로 만들었다.

게다가, 녀석이 입을 벌린 건, 그저 하품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오비탈 와쳐 – ‘고래자리’ 별자리 중 ‘케토스’. 축퇴로 가동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쩍 벌려진 입 한 가운데에서, 흐릿하게나마 빛 알갱이 같은 것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1m 정도의 광자 구가 5m로, 5m가 다시 10m로.

관측 기구에 노이즈가 낄 정도의 힘이, 열량의 형태로 축적되고 있었다.

 

<우주 괴수: 하늘치>. 얼핏 들어본 적 있던 그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나온다.

‘비행 스킬을 습득한 용사 일행을 향해 집속 빔을 발사하는 하늘치의 모습.’

우연찮게 그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땐, 그 초현실적인 장면을 보고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덴세츠, 그 녀석들이 CG 같은 걸 썼을 리가 없는데.

 

 

[‘케토스’ 스테이션, 중력 공명 현상을 유도합니다.]

[목표 개체 ‘모비딕’. 광자 집속의 속도를 가속합니다.]

[‘바다의 파랑’ 시스템, 진행률: 99.2%]

 

모이기 시작한 빛들은 점차 태양처럼 빛나기 시작했고, 이내 한 점으로 수축했다.

 

[진행률: 100% - 공명 작업 완료됨.]

 

[‘집속포-이스마엘’ 발사 개시]

 

그리고는, 검은 파도를 가르는 빛이 하늘에 작렬했다

 

지상에서도 보일 정도의 밝은 빛줄기. 태양빛에도 지지 않을 격렬한 섬광이 우주 위에 그림을 그렸다.

한 순간 사라진 집속 포 너머로 녹아버린 철충들이 산을 이뤘다.

그야말로 뻥 뚫린 고속도로 같은 허공. 엡실론이 기어코 ‘하늘길’을 연 것이다.

 

 

 

“좋아, 지금이다!!”

 

 

 

하늘치 뒤에 숨어 있던 트리아이나가 그제야 엔진에 불을 붙였다.

기어를 올리고 자기 몸 길이에 몇 배는 될 법한 플라즈마 꼬리를 붙이며, 하늘치가 만들어준 길을 최대한의 속력으로 달려갔다.

덜컹거림이 으직거림으로 바뀌었고, 후사르의 간헐적인 비명 소리가 스며들듯 들려온다.

기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속의 속도로, 그녀는 심해 속에 시릴 듯이 푸른 궤적을 그렸다.

 

 

 

“히... 히익!!? 트, 트리무시기야, 저기 또 온다!”

 

“신경 꺼! 어차피 지금 아니면 들어갈 타이밍도 없어!”

 

 

 

하늘치가 다시 장전될 때까지는 못 해도 3시간. 운이 나쁘면 그 이상 걸린다.

하물며 이미 들킨 마당에 기체가 멀쩡하리란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시간을 끌면 사상자만 부지기수로 늘어날 뿐이다.

부디 그녀가 제때 성채 안으로 들어가길 바라며,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됐어! 왜곡장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첫 번째 승전보가 들려왔다.

 

 

 

“이봐, 모험가 아가씨! 아직도 꼬리가 붙어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 거야?”

 

“여... 여서 코어 좌표까진 모해도 30초는 더 걸린다! 속도도 우리보다 더 빠르고!

여까지 왔으면 못해도 만 마리는 우리를 쫓아올낀데...”

 

 

 

추기경이 직접 만든 철충. 이 성채에서 나온 놈들은 결코 평범한 것들이 아니다.

없는 기능이 하나씩 추가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계 장치는 닿기만 해도 침식되는 능력.

쉽게 말해, 원코인이다.

 

 

 

“뭐야, 둘 다 지금 걱정하는 거야? 내가 누군지 잊었어?”

 

 

 

하지만 황금 동전을 손으로 매만지던 트리아이나는 비식, 하고 웃을 뿐이었다.

 

 

 

“나 트리아이나야! 지상 최고의 모험가이자 잠수함의 베스트 드라이버!

지금부터 하나씩 끌 테니까 다들 정신 바짝 차리라! 일단 ‘관성 제어 시스템’부터!”

 

“뭐? 뭘 끈다고?”

 

 

 

그녀가 패널의 붉게 칠해진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수십 개의 스위치 중 하나를 껐다.

ON 방향에서 OFF로 바뀐 스위치. 그녀가 연 뚜껑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절대 열지 말 것!]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으, 으아아아아아!!”

 

“뭐, 뭐꼬?! 우예 가속이 안 끊기는데에에!”

 

 

 

관성 제어 시스템. 우주 공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가속도를 스스로 제어하는 장치.

안정적인 운행, 아니, 최소한의 운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었지만 한 가지, 가속 제한을 거는 단점이 있었다.

그녀는 지금 그걸 꺼버린 것이다.

 

 

 

“자, 다음은 ‘엔진 과열 방지 장치’!!”

 

“미쳤나?!! 그걸 끄면...”

 

 

 

쿠구구구구구!!

그녀가 장치를 끄고 가속 장치를 밟자, 누군가 찢어버리는 듯이 입을 벌린 추친구에서는 우주선보다도 커다란 불꽃이 튀어나왔다.

가속 제한이 풀린 마당에 무엇이 우주선을 막겠는가, 철충과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던 소우 피쉬가 해류를 만든 물고기처럼 쏜살 같이 날아갔다.

 

물론, 결과가 좋지만은 않았다.

 

 

 

“야이 미친 가시나야! 그걸 끄면 우짜노!!”

 

“엔진 온도 1900도! 더 올라가고 있어!”

 

“좌표까지 거리는?”

 

“니가 삥 돌아오는 바람에 더 멀어져뿠다! 여서 38초 거리인데...”

 

‘그거면 충분해!”

 

 

 

사색이 된 둘과 달리 트리아이나는 이제 가장 작은 버튼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초은페 - 강화 스텔스 시스템’

 

레이더는 물론 외견과 가속 장치에서 나오는 플라즈마까지 가려주는 은폐장.

만약을 대비해 닥터가 만들어두긴 했지만, 프로토타입인 탓에 이걸 가동하면 다른 안전 장치들이 전부 정지한다.

가장 작은 버튼으로 만들어 둔 것도 절대 키지 말라는 닥터의 뜻이었으나, 트리아이나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눈으로 버튼을 눌렀다.

 

꾹.

그리고 뚝.

 

 

 

“... 으에?”

 

 

 

우주선 내부를 밝히는 조명 시스템이 꺼졌다. 일순 다가온 어둠에 그녀들이 벙찐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은폐장이 켜지는 순간, 성채의 외벽 너머로 급선회를 한 덕에 쫓아오던 철충 무리들이 길 잃은 양떼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윽고 수천 개의 촉수로 가득한 성채 바로 위를 낮게 비행하며 마지막 남은 추적대까지 전부 뿌리치며 트리아이나가 작게 한숨을 내셨다.

 

 

 

“후우... 좌표 위치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 1, 12초 남았데이.”

 

“금방이네? 그럼 여유롭게 앉아 있어.

이젠 안전 운행 할 테니까 잔소리도 그만하고.”

 

“... ...”

 

 

 

틱. 티딕. 우주선의 어디선가 혹사시키지 말라는 비명이 들리는 듯했지만, 트리아이나의 솜씨를 목격한 둘은 그 비명을 묵살하기로 했다.

역시 프로토타입. 갑작스러운 사용으로 조명 시스템마저 망가뜨린 탓에 이젠 바깥의 풍경이 더 밝을 지경이다.

 

카메라로 보이는 표정들을 보아하니, 아마 그녀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미친년.’

그게 모험가에게는 최고의 칭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든 말든, 트리아이나는 고물이 된 소우 피쉬를 타고 서서히 코어를 향해 날아갔다.

---------------------------------------------------

 

 

 

 

 

 

“도착했다.”

 

 

 

워울프가 찾은 성채의 핵심 축퇴로 ‘코어’의 위치.

그 인근을 조용히 수색하던 트리아이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입구로 우주선을 가져다 댔다.

탈. 탈. 탈.

걸레가 된 엔진이 유언 같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툭, 하고 꺼졌다.

 

후사르와 스파토이아는 자신의 우주복을, 트리아이나는 개조된 자신의 잠수복을 입으며 우주 한 복판으로 점프했다.

 

 

 

“... 트리아이나. 네 헬멧에 금 가 있는 거 같은데 괜찮아?”

 

“에이, 겉 표면만 살짝 긁힌 거라 상관 없어.

그리고 성채 내부는 지구 내부와 크게 다를 거 없다던데? 안에 들어가면 헬멧 벗고 다닐 거야.”

 

 

 

이전 본체였던 엡실론이 남겼던 기록. 그 안에는 성채 내부의 환경 조성 역시 담겨 있었다.

무슨 스펙트럼 어쩌구로 원거리 측정을 했다는데, 자세한 건 모르지만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여왕의 말에 따르면 세 번째 추기경도 변화의 성소를 통해 인간으로 거듭났다. 그런 놈이 실험을 하려고 하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겠지.

 

 

 

“... 어떻게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조금 무시무시하네.

저쪽에 달린 촉수 봐봐. 우리가 있던 정거장보다 큰 거 같은데?”

 

“내... 내는 이런 데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데이... 트리아이나야, 이제 우짜노...?”

 

 

 

겨우 인적이 드문 입구로 들어간 그녀들이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걸어갔다.

행여 돌아다니는 철충에게 발견이라도 될까 봐.

긴장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내가 이 게임의 고인물이었다지만 트리아이나, 후사르, 스파토이아 3인팟으로 추적자를 잡는 미친 짓은 안 해봤으니까.

탑이랑 연결되어 있던 곳이니 어떤 철충을 만나도 이상하진 않겠지.

 

찌걱.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트리아이나와 스파토이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 후사르. 밟는 소리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

 

“미... 미안하데이. 분명 딱딱한 철판이었던 거 같은데...”

 

 

 

후사르가 진흙처럼 밟히는 지면을 딛고 조심이 일어섰다.

확실히 이상한 구성이다. 성채 외벽을 이루고 있다는데 찰흙처럼 물컹거리는 걸 보면 말이지.

그러고 보니, 데이터베이스에 그런 얘기가 적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거장 건설 관측 16일차. 놈들의 크기가 다시 배로 늘었다.]

[하지만 몇 가지 규칙이 보인다. 새로이 만들어진 구역들은 놈의 코어와 인접해있는 위치에 존재한다.]

[아마도, 정거장은 코어로부터 커지는, 일종의 생물체인 것 같다.]

 

전에 읽었을 땐 그저 생물체라는 측면에 집중해서 봤는데, 저 기괴한 외벽을 보니 알겠다.

코어를 중심으로 커지는 살덩이. 저게 굳으면서 일종의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질척거리는 걸 보면 아직 경직화되진 않았다는 얘기니 코어에 다가가고 있다는 얘기겠지. 알터리움 같은 광물들이 주변에 있는 게 조금 불길하긴 하지만...

 

 

 

“... 사령관.”

 

“응?”

 

“여기 위치 좀 브리핑해줄 수 있겠어? 생긴 게 마치 미로 같은데?”

 

 

 

트리아이나의 말에 나는 그녀의 위치 데이터를 엡실론이 준 지도에 집어 넣었다.

다행히 이미 한 번 관측한 적 있던 곳. 이전 엡실론도 코어를 찾으며 이쪽으로 들어왔던 것 같다.

 

 

 

“... ...”

 

“사령관?”

 

 

 

다만, 나는 그녀가 남긴 지도를 보며 조금 의아해졌다.

 

 

 

“이게 나쁜 구성은 아닌데...”

 

 

 

지도 속에 그려져 있는 미로의 전경.

그건 분명 철의 탑의 맵이었다. 북동, 북서, 남동, 남서, 각 위치로만 이동할 수 있는 진행 구성과 격벽으로 분리되어 있는 메커니즘까지.

심지어 간단하다. 적진 한가운데라는 사실 때문에 집중이 어려울 뿐, 코어가 있는 해당 궤도의 미로 체계는 내가 봐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웠다.

 

문제는, 그게 그리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것이다.

 

 

 

“... 트리아이나. 일단 오른쪽에 있는 벽으로 들어가.”

 

“오케이. 알았어!

후사르, 스파토이아, 너희도 같이...”

 

“아니.”

 

 

 

나는 그녀와 함께 미로 속으로 들어가려던 둘을 막아 세웠다.

 

 

 

“후사르랑 스파토이아는 해야 할 일이 있어.

둘은 트리아이나랑 같이 가지 말고 우주선 쪽으로 돌아가줘.”

 

“... 우주선? 그거 지금 완전 고철 덩이라 됐는데?”

 

“우주선을 직접 쓸 생각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둘 다 무기는 들고 있지?”

 

 

 

후사르의 개인 카메라가 그녀 손에 들린 테슬라 건을 비췄다.

그 뒤로 스파토이아의 엑소 스켈레톤이 보인다.

좋다. 저 정도라면 번잡스러운 중간 과정은 건너 뛰어도 되겠지.

 

 

 

“그럼 우리는 우주쪽으로 돌아가는 거지?”

 

“으으... 가는 길에 철충이나 안 만났으믄 좋겠데이...”

 

 

 

돌아가는 두 명과 그 둘을 멀뚱멀뚱 쳐다 보는 트리아이나.

나는 그녀에게 나즈막히 물었다. 그녀는 코를 흥 하고 풀며 대답했다.

 

 

 

“혹시 그냥 같이 가게 할 걸 그랬나?”

 

“아니. 어차피 모험은 혼자서 하는 편이 좋아.”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오른쪽 격벽을 향해 걸어나갔다.

내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그녀. 패널 위에선 점으로 보이는 트리아이나가 미로에서 한 칸 움직였다고 나타났다.

진작에 폐기된 컨텐츠를 하고 있자니 왠지 모를 아련함 같은 것이 손 끝에서 느껴진다.

 

 

 

‘이거 나왔을 때도 참 열심히 했는데...’

 

 

 

물론 내 예상이 맞다면, 지금 나는 이따위 감상을 느낄 여유가 없다. 

트리아이나 단일 스쿼드로 철의 탑을 깨본 적은 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오히려 괜찮을 거다.


이 층의 ‘문지기’가 어디 있는지, 나는 알고 있으니까.

----------------------------------------------------------------





추기경+철의탑+오비탈와쳐+트리아이나+레모네이드 엡실론+오리지널...

진짜 오만가지 다 섞어놨네. 자연스럽고 재미있으면 다행이지만.


아무튼, 지난 화에 오랜만에 100추 넘겨서 넘무 기뻤슴.

최근에 문학 쓰면서 기분 나쁜 일 밖에 없었는데 오랜만에 활력소가 된 기분.

물론 무지성 추천단 덕도 보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무튼

절대 애 호 해


https://arca.live/b/lastorigin/57025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