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것'을 쫓는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분명 아름답다. 


ㅇㅇ (220.89) 이 쓴 글이고 가독성 안 좋아서 넘겼었는데 념글 올라간거 보고 읽어보니 글감은 좋음.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에 요약해뒀고, 나처럼 안 읽고 넘겼을 사람을 위해 번역 좀 하고 손도 봐둠. 마음에 안 들면 념글 좀 퇴고해서 수정해줘... 읽기 힘듦.


우선, 내 이야기를 하기전에 확실하게 얘기한다. 이것은 '텍스트 게임'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글을 썼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 

나는, 이런 글이라도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어렴풋한 희망을 가진 나는, 이런 글이야말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커뮤니티에 잘 어울린다! 고 변명하겠다. 진솔하게 말하자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할 지인이나 연인 혹은 친구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어쨌든, 나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환상'을 쫓고있다. 내가 감히 짐작컨데 이 '환상'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하나씩 주어진다. 

하지만 '환상'이 주어진다는 사실만이 공정할 뿐 실제로 그것을 찾아내는 어려움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

그 '환상'은 직업도 될 수 있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연인이 될 수도, 막연히 마음 속에 그리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풍경일 수도 있다. 

'환상'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연인', '진로', '꿈', '그림', '글', '행복' 등 무수히 많은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부정적으로 보이는 '환상' 또한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환상'이 알기 쉬울 정도로 실감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을 '환상'이라고 표현하는게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애매모호하고 정립하기 어려우며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그 존재를 느낀다. 


나는 실제로 '환상'을 한번 잃어버렸다고 느낀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은 마치 끌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알람시계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환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찾기를 포기한 순간, 거짓말처럼 '환상'은 나에게 돌아왔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그것이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환상'이라고 생각했던건 나의 소유욕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과거 나의 '환상'은 꿈속에서 본 아련하고도 그리운,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하나의 풍경이었다. 

그 '환상'은 나에게 그림이라는 수단을 갈망하게 만들었고, 내가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림'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환상'을 갈망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그로 인해 '환상'을 잃어버렸다.


내가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제법 세월이 흘렀을 적이라 당시에는 그저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결론지었다. 


그 다음으로 찾았다고 생각한 '환상'은 의외로 비슷하게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작문 또한 내가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환상'이 아니게 되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환상'은 분명 '꿈'이나 '진로'를 포함할 뿐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음 내게 찾아온 '환상'은 세상에서 단 한 명, 나를 바라고 나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직시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고 평범하지 않은 것을 갈망한다. 분명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역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물었을 때를 대비한 '대답'을 만들었다.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긴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 슬퍼한다.

내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그렇게 형편 좋은 일은 없었고 '내'가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자식'이 죽어 슬퍼하는 부모님은 있었지. 심지어 내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끝까지 부정하지 못한 나는 다른 대답을 만들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위해 살아남자.' 


이런 망상은 내가 원했던 대답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곧 나의 '환상'이 되었다. 다른 대답을 생각하지 못한 나는 이것을 정말 훌륭한 대답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나는 기적이나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누군가]는 분명히 있었다. 그녀는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그녀 곁에 있어 줄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대답'을 멋들어지게 증명해 버린 것이다. 


이 경험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 기적이나 운명이 아닌 말을 찾아보았지만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면 좋았을텐데.

 


나는 살기 위해 필요한 '대답'을 만들었지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그녀를 위해 살고싶다'는 생각보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자신을 깨닫는 것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내]가 필요한 이유를 막무가내로 묻기 시작했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막무가내로 묻기 시작했다. 나는 질문을 가장해 그녀를 공격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행동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행동했다. 


기적처럼 내가 만든 '대답'은 '현실'로 나에게 돌아왔지만 나는 내가 만든 '대답'에 위화감을 품어버렸다. 그만큼 내게 있어 '환상'은 내가 살기 위해 필요했던 '대답'보다 중요했고 내게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내가 만든 '대답'은 '환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가짜였으니까. 나는 만들어진 '대답'이 있었기에 모진 세상을 견디고 버틸 수 있었다.


버텼지만, 실상은 구차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나]는 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남에게 들려줄 변명'이 필요했지. 그래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않았다. 이 당시 '환상'이라고 믿었던 '대답'은 '남에게 들려줄 변명'이었다.


내게 '[내]가 아니면 안되는 그녀'를 배려하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녀는 나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대했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 괴리감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나를 싫어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만들었다. 이것이 내가 그녀를 공격했던 이유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환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어떠한 것'을 쫓고있었다.


명절에 고향으로 돌아간 나는 '과거의 흔적'을 뒤지기 시작했다.


졸업 앨범, 내가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는 사진,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 정말 우연찮게도 나는 잃어버렸던 책을 찾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소중한 책이다. 나는 그 책을 가방에 넣고 가져왔다. 그 책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책이었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다른 책을 마구잡이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내용, 제목,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는 '내가 보고 싶었던,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작가의 모든 책에 그것이 존재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해피엔딩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나는 늘 그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더래요."에서 '더래요'의 자세한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입장이었다. 해피엔딩의 막이 내려온 다음의 이야기가 늘 궁금했다. 


공주님과 왕자님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어떠한 기분이었을까? 매일 손을 잡고 어떤 이야기를 속삭이며 즐거워 했을까?


나는 그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했다. 너무 궁금해서 직접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계기가 되어 '끝없이 행복한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가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고 '해피엔딩을 싫어하는 아이'로 그쳤다.


그저 모든 것이 못마땅했다. 고난과 역경을 해쳐나가고 주인공과 히로인이 결혼해 막을 내린 다음의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하지만 이 작가만큼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행복하게 끝나지 않았으니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배드엔딩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이야기는 분명히 '해피엔딩'이었다. 거기서 나는 또다시 '환상'을 보았다.


나는 지금 '환상'을 쫓고있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써내려간 이야기가 없어서 직접 펜을 잡았다고. 


그래서 나는 작가가 쓴 이야기를 만났다.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을 마주했고, 나는 진심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잿빛이었던 하늘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그제서야 나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쫓는 '환상'이 이 작가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가 쓴 이야기는 작가의 '환상'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있다. 


나는 작가가 쓴 이야기를 정말 사랑한다. 내 '환상'이었다면 작고 우스운 이야기였겠지.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나는 부러워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지금까지 자기들끼리만 보고 있었다니


물론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만 아름답지는 않으리라. 세상은 원래 아름다웠고, 이제서야 내가 아름다운 세상을 인식할 수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잿빛으로 물들어버린 세상을 보는 사람도 있겠지. 


옛날에 내가 쫓던 '환상'은 글쓰는 방법을, 그림 그리는 방법을,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내게 남겨주었다.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환상'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추구해온 '환상'은 아무것도 아니고, 길에서 넘어진 소년이 돌부리를 원망하는 것만큼 무의미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환상'을 추구했던 발자취만은 남았다. '환상'을 추구하는 '발자취'만큼은 내가 걸어온 길에 남아있었다.


세상이 잿빛이었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내 발자취가,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이 아름다운 세상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이 긴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나간다. 사실, 그렇게 길지 않다. 이는 무의식중에 '긴 글만이 좋은 글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 글은 짧아도 된다.'는 우스운 변명에서 비롯된 현상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멋들어진 엔딩을 쓰는것은 나에게 무척 힘든 일이다.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난잡한 문장의 회오리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될 문장을 당신 스스로가 집어내는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은 나와 '그녀'의 뒷이야기를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내가 빠져든 '작가'의 이름을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이 글을 쓰지 않았다. 적어도 이 글이 당신의 기억 어딘가에 남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 글은 당신이 읽고 '어떠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그래서 쓴 글이다. 


이 글은 '다른 누군가에게 읽어진다'는 것만을 목적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떠한 생각을 했을지 상상하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재미로 다가온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쓰는 경험은 즐거웠다. 속았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것도 내게 큰 즐거움이 되어주니까. 


그래도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특별히 '엔딩' 비스무리한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 부디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어떠한 것'이 있다.

그것은 '꿈'도 '진로'도 '사랑'도 '희망'도 '절망'도 될 수 있다.

또는 어떠한 것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떠한 것'을 쫓아감으로써 세상이 아름답다는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당신에게도 그런 '어떠한 것'이 있을까?



당신은 나와 '그녀'의 뒷이야기를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내가 빠져든 '작가'의 이름을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 써와야지!


작가는 청소년 권장도서나 진중문고면 인정하지만 이거 완전... 불완전.


나도 우울증은 못 이기니까 달고 사는지라 공감가는 부분도 많아서 추천 박고 옴.

로그인도 안 하고 유동으로 와서 글만 쓰고 튀다니 용서 못함. 양심적으로 작가는 알려주고 가야지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