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깊은 공동, 수 없이 많은 해골들이 건장한 성인 남성 대여섯 명의 키 만큼 탑을 이루며 쌓여있고, 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수로에서 끝없이 비린내나는 붉은 액체가 흐르는, 보통 사람은 보기만 하여도 헛구역질이 날 법한 곳에, 물소의 뿔과 난쟁이의 미이라로 장식된 끔찍한 모자와 고인들의 피로서 염색한 검은 색의 망토를 차려입은 마가다의 대제사장, 모한다스 찬드라굽타가 그 광기에 물든 눈을 뜨고, 제단 위로 올라갔다.


 그는 검은 벽 안에 들어왔던 인도인 중 숨이 간신히 붙어있던 한 명을 쇠창살 안에 넣은 채, 그의 가슴 왼편에 손을 얹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너의 육신은 희생될지어니

우리의 신께서 그 육신을 원하신다

신께서 축복을 내려주시리라

위대한 아수라시여

아수라께서 나에게 힘을 주신다

나 신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하노니

그 육신을 바치라


주문을 잠시 멈추고, 찬드라굽타는 그의 가슴 왼편에서 불현듯 손을 멈추고, 힘을 주어 그의 살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인도인은 절규했다. 그의 외피, 진피를 뚫고, 가슴 근육의 섬유질 한올한올을 찢어가며 피묻은 갈비뼈를 으스러뜨리고, 천천히, 그리고 잔혹하게, 그의 손은 인도인의 절규와 함께 생애 마지막 약동을 전하는 심장에 다다랐다.


이제 너의 생명은 나의 손 안에 있나니

희생하라


그의 나지막한 주문과 함께, 인도인의 심장은 뽑혀나갔다. 그러나 그 인도인의 고통은 심장이 뽑혀나갔다고 끝난 것이 아니였다. 그의 심장은 몸에서 벗어나, 수 개의 동맥과 정맥이 찢겨나갔음에도 선혈을 힘차게 뿜어내며 대제사장의 손 안에서 그 육신 속에서 하고 있어야 할 사명을 아직도 힘을 짜내어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인도인이 들어있던 창살을 부드럽게 뒤로 눕혔다. 그의 바로 옆에 있던 원시적인 도르래 조종장치를 만지고 있는 상반신을 탈의하고, 터번을 입은 광신도에게 눈짓했다. 광신도는 환희하며 회전장치를 열성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 숨소리가 가빠지기 시작하자, 인도인이 누워있던 창살 아래로 벌겋게 달아오른 용암이 마치 지옥의 입구와 같이 아가리를 드러내었다.


찬드라굽타는 창살 아래의 돌문이 완전히 열리자, 아직 안간힘을 쓰며 약동하는 인도인의 심장을 번쩍 치켜들고, 뿜어져나오는 피를 맞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열성적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칼리 마!


대제사장의 의식을 엄숙하게 쳐다보던 넋 나간 듯한 광신도들이 이에 호응하여 한목소리로 외치자 장내는 한순간에 굉음으로 휩싸였다. 그 목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리자, 도르래는 가엾은 인도인이 들어가 있는 창살을 천천히 용암 가까이 내리기 시작했다. 인도인은 죽어라 비명을 질러대며 창살에 그를 옭아매는 수갑과 족쇄를 풀려 미친듯이 저항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공동을 꽉 채운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급기야는 인도인의 몸을 감싼 열기가 그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인도인의 몸에 불이 붙자, 찬드라굽타의 손 안에 있던 심장 또한 불타기 시작했다. 대제사장은 광소했다. 미친듯이 '칼리 마'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불타는 심장을 번쩍 든 채 말이다. 인도인의 살 타는 냄새가 공동에 진동했다. 제사장의 손마저 시커멓게 태운 그 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불길을 마지막으로 발산한 채, 사라졌다.


찬드라굽타는 그 타버린 손에 우유를 끼얹었고, 그의 검게 그을린 손은 다시금 살색을 되찾았다. 

그는 광기에 절여진 장내를 한 차례 둘러보고, 우렁찬 목소리로 호령했다.


"칼리 유가의 시간이 왔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근방의 숲을 완전히 채웠다. 이 함성은 이상하리만치 멀게 나아가, 티베트와 대바라트국의 국경지대까지 그 음산한 기운을 전달하는 한편, 티베트의 고위 수도승들 모두에게 그 사악한 기운을 깨우치게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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