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세계의 피폐 튼녀가 시우한테 나데나데받는 동안, 시우가 없는 평행세계 튼녀도 개같이 굴렀으면 좋겠다.

시아와 시우가 버팀목이었던 원래 세계와는 달리, 시우가 없는 세계에선 튼녀를 지킬 존재가 오직 시아뿐인 거지.

무거워진 책임, 시우라는 주인공이 없다는 이유로 악마와 마기에 파괴당한 세계에 남은 인물은 오직 튼녀와 시아 둘뿐.

고갈되는 식량, 있으니만도 못한 전자제품, 전투로 피로해진 몸을 편히 쉴 수도 없는 공간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힘든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점차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깊어져감.

그러나 애착이 깊어지면 파괴될 때의 아픔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고. 어느 날 시아가 마기에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짐.

원래라면 절반이 악마로 만들어진 튼녀가 마기를 흡수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시우가 없는 세계의 튼녀는 흡수하는 방법을 몰라 속만 타들어가며 끙끙 앓기만 함.

시아는 걸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나머지 결국 의식을 잃었고, 시아를 업은 튼녀는 악마들의 시선을 피하며 간신히 파괴되지 않은 병원의 지하로 들어감.

불행 중 기적적으로 자동 배양되는 식량과 유지 장치 등 꽤 오래 버틸 수 있는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정작 마기를 정화할 장치는 전부 망가진 상황.

이번엔 자신이 시아를 구하겠다, 금방 터득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등 튼녀는 그날부터 마기를 흡수하는 방법을 연구함.

뭐가 문제인 걸까.
단발었던 시아의 머리카락이 어느새 발치까지  닿았음에도 튼녀는 약간의 마기조차 흡수하지 못했음.

간혹 시아가 눈을 뜨는 날이 있었으나 이야기는커녕 숨이 끊어질 듯한 비명과 혈토만 목구멍 너머로 내뱉다가 다시 의식을 잃기 일쑤였음.

튼녀는 여느때처럼 시아를 간호하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게 됨.
자기가 시아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가망이 없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고, 미련함이 오히려 시아를 더 괴롭게 하는 거라고.

"....흑..?!"

멍해진 의식을 바로잡고 손을 떼자, 손가락 끝에는 시아의 안면에 채운 인공 호흡기의 촉감이 느껴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한 걸까.
하지만 희망은 없다.
기적도 없다.
구원자도 없다.

그녀를 다시 깨어나게 할 방법따윈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각혈과 고통만 받다 다시 잠들어 버리는 시아의 모습에, 이게 옳은 선택이 아닐까----

"윽,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급하게 울리는 신호. 그리고 이내 꺼져버린 심장 소리.
변하지 않았다.
축 늘어진 어깨도, 미동도 하지 않는 눈꺼풀도, 시아의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미안해...정망, 정말 미안해..."

하늘이 떠나라 울리는 울음이 멈추자, 둘만이 있던 방엔 홀로 남아 있었다.
병원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병원이 있어야 했던 공간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였다.

머리와 날갯죽지에는 이유 모를 이질감이 느껴지고, 주저 앉은 다리를 무언가가 간지럽힌다.

"저건...나..?"

처음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지 못한 건, 끝 없이 늘어진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일상 속의 자신.

자신을 꼬옥 안은 처음 보는 소년, 그리고 그런 두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아의 광경을 넋놓고 바라봄.

"왜...왜 나는...나처럼 되지 못하는 거야..!"

부러움은 질투로, 질투는 분노로.
너만 있었더라면.
어째서 내가 아닌 건데.
너희의 하루를, 왜 우리는 하루도 느껴볼 수 없는 거냐고


소녀는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쿵! 상공에서 낙하한 검은 유성에서 날개가 뻗어 나왔다.
갈갈이 찢어져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날개, 부러진 한 쪽 뿔, 자그마한 체구...하지만 소녀를 본 이들은 전부 직감했다.

저것은, 우리가 상대한 그 어떤 악마보다 강하단 것을.


[SYSTEM: 절망이 강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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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외전으로 튼녀&튼녀한테 착정당하는 시우랑 시아 가져와라. 한 번만 말한다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