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그것.

아니, 인류에게 새겨진 것만 같이 정신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이해를 포기하려는 본능을 자극하는 그것에게, 틋녀가 달려갔다.



"아이구, 잘 지냈니?"


"응응. 있잖아요, 막 아빠랑 엄마가 두달동안 여행가서, 혼자 열심히 학교 다니고, 또..."


"...당신."


"아, 시아야! 여기는 아는 할아버지... 시아야?"



시아는 자연스레 무장을 들어 그 끝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를 그 검에 담아.

달리 말하자면, 그 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자신을 유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군. 안녕하신가."


"뭐야."


"글쎄. 내가 뭘까? 나는 조슈아, 혹은 아담 벤 야훼, 혹은 타락한 자들의 우두머리 루시퍼, 혹은 그 쌍놈의 새끼 등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이 아이의 할아버지일 뿐일세."



틋녀를 자상하게 안은 '할아버지'를, 시아가 다시 쳐다봤다.

아까 전에 느꼈던 미지의 공포심은 사라지고, 그저 할아버지의 푸근한 인상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저 말 한마디 만으로 자신을 미지의 무언가에서 '그냥 할아버지' 라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그에게, 천계에서 태어나 날개를 감추고 인간 사이에 숨어든 시아는 그저 경악했다.



"...틋녀야, 대체 누구랑 알고 지내는거야?"


"응? 아빠 친구들!"



허망하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작 시아 스스로조차 명백히 인간의 범주엔 벗어났다는 게 아이러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