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번에 보여드릴 기술은..."


나는 사기도박기술, 즉 타짜기술을 선보이는 유튜버다.


처음부터 이런 길을 희망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나의 전공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카드를 연습하기 시작한 것은, 순수하게 카드가 좋기 때문이었다.


카드를 연마하다보니 나의 기술을 자랑하고 싶어졌고, 시험삼아 채널을 만들어 어설픈 영상들을 업로드 해보았다. 운이 좋게도, 나의 영상들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


나는 나의 손기술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겼다. 그렇게 구독자를 모으는 재미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제법 그럴듯한 유튜버가 되어있었다.  


내가 카드 듀얼을 하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있던 것도, 이 애니메이션을 리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 위함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밑장빼기를 했다는 밈을 가지고 있었는데, [타짜의 관점으로 보는 카드 듀얼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상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나의 계획에, 빙의는 없었다.


"크하하핫! 필드에 몬스터 소환! 그린펄스타드래곤!"


현실세계에서 구현하기 힘들 굉장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녀석이, 팔에 달린 장치에서 카드를 뽑아 미친듯이 필드에 소환해댔다.


아직 이 카드 듀얼의 규칙에는 미숙한 상태지만, 온갖 몬스터들에 마법과 함정이 도배되어있는 녀석의 필드가, 초라한 나의 필드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공격 명령을 받은 녀석의 몬스터들이, 나에게 칼과 브레스를 뿜어댔다.


나의 라이프 숫자가 깎여 내려갔다.


"하하! 이제 네놈의 라이프는 고작 300! 네가 뭘 할 수 있지? 다음 턴이면 너는 죽는다!"


이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플레이한 탓도 있겠지만, 녀석이 나를 압도하는 데에는 덱 차이가 컸다.


놈은 듀얼에 목숨을 걸고 생사결 듀얼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의 최종 보스 [마왕]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마왕의 악독함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왕에게 패배하여 목숨을 빼앗기는 역할의 엑스트라.


애초에 엑스트라의 허접한 덱으로는, 녀석의 최종 보스 덱을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방법을 찾아내는 타짜.


엄밀히 말하자면 타짜는 아니고, 사기도박의 목적 없이 순수하게 재밌어서 타짜의 손기술을 연습한 유사 타짜.


빙의하자마자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듀얼을 시작하기 전, 나는 말빨로 녀석을 도발하며, 슬쩍 나의 덱을 주물러뒀다.


패배를 위한 엑스트라의 덱은 약해 빠졌지만, 그래도 쓸만한 카드는 있었다.


봉인된 거인 카드 시리즈. 머리와 몸통, 양 팔과 다리를 모으면, 무조건 듀얼을 이긴다는 효과를 가져, 나 같은 일반인도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카드였다.


무조건 승리라는 파격적인 효과를 가진 카드였지만, 6장이나 되는 카드를 모으는 난이도가 높아, 실용성은 없다고 평가받는 카드이기도 했다.


덱의 순서가 조작되지 않았다면.


나의 턴이 찾아왔다.


나는 카드를 뽑아 필드에 소환했다.


"드로, 소환. 봉인된 거인의 머리."


"하핫! 고작 숨겨왔던 게 그거냐?"


"드로, 소환. 봉인된 거인의 몸통."


"흐흐, 재미있군."


"드로, 소환. 봉인된 거인의 오른쪽 팔."


"어... 그래 봐야 다음 턴이면 넌 죽는다!"


내가 카드를 뽑고 필드에 소환할 때마다, 녀석의 표정은 점점 사색이 되었다.


카드를 섞거나 카드 묘기를 부리며, 카드의 순서를 외우고 내가 원하는 카드들을 가운데에 모으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나는 봉인된 거인 시리즈 카드들을 내 덱에서 6장 연속으로 뽑아 소환하며, 승리 조건을 완성했다. 사기였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6장 연속으로!"


"수고요."


봉인된 거인의 모든 조각이 모이고, 거인의 봉인이 해제되었다. 본래의 힘을 되찾은 거인은, 양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절대 광선을 놈에게 쏘아냈다.


평범한 듀얼이었다면 패배로 끝났겠지만, 이 듀얼에 걸린 내기는 목숨. 광선에 맞은 녀석은 가슴을 부여잡고 픽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마, 마왕님!"


"보스가아!"


나는 녀석의 부하들이 아직 충격에 빠져있을 때, 슬쩍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 시비라도 붙으면 낭패다.


녀석의 아지트에서 충분히 멀어지고 나니,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목숨 내기 카드질이라니. 꼼짝없이 죽을 위기였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타짜기술을 이용해 살아남은 내가 대견했다.


오프라인 테이블에서 내 기술을 이용해 일종의 마술 공연을 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뭔가를 걸고, 특히나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친듯이 떨렸지만, 수 없이 연습한 덕분에 무표정을 유지하며 평소같이 손기술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여운에 젖어있을 때, 갑자기 의구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마왕 쟤가 이 작품의 최종 보스 아닌가? 내가 쟤를 죽여버렸으면, 이제 최종 보스는 누구지? 주인공은 누구랑 싸우는 거야?'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니, 문뜩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내가 쟤를 이겼으니까, 지금 내가 세계관 최강자인 거 아닌가? 어 이거... 에이, 설마. 그럴리가 있나.'


나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떨쳐내며,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