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듀얼 초심자 틋녀


보육원에서 걱정을 끼치던 이상한 아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난건 좋았는데.



"코우키양도 듀얼 하는거야? 같이 하자!"



사이레에게서 받은 규칙서를 점심시간에 읽고 있었던 것을 옆자리의 아이에게 들켜 버린 탓에, 학교에서도 시선을 끌고 말았다.


학교에서는 읽지 않는 편이 좋았을까. 하지만 책 제목을 보면 읽지 않는다는 선택은 할 수 없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듀얼 몬스터즈 입문서 - 초심자편-]


초심자편. 그럼 심화편같은게 존재한다는 말이잖아.


내 손가락보다 두꺼운 책이 초심자편이라니 미리 모두 읽어두지 않으면 다음 규칙서가 점점 쌓여만 갈 것 같아.



-착착착


"코우키양도 셔플해. 아, 서로 해주는 게 좋아?"



내가 상념에 빠져있던 사이. 어느샌가 책상을 붙힌 뒤 카드를 꺼내서 섞고 있는 옆자리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이름은 하구루 마코. 붉은 색머리카락에 파란 브릿지가 어울리는 중등부 3학년 동급생... 나보다 키가 머리 하나만큼 크지만 동급생.


주섬주섬 가방안에서 카드를 꺼내 어설프게 섞으며 주위를 둘러 보면, 우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두명씩 짝을 지어서 듀얼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네명이나 세명인 그룹이 있는걸로 보아 듀얼 말고 다른걸 하는 아이들도 분명 있는...



"트라이앵글 듀얼 개시!!!"

"저 커플을 태그듀얼로 부셔주겠다!!!"



... 내가 감히 이 세상을 의심했구나.



"코우키양이 먼저할래? 첫 듀얼을 내가 받아갈께!"



첫 듀얼 아닌데. 이미 엉망진창 허접스럽게 1패 했는데.



"...[사파이어 드래곤]를 공격표시로 소환. 카드를 한장 세트하고 턴 엔드."

"무슨 카드를 세트했는지 말 안하네? 장해!"

"나, 나도 그정도는 알아!"



방금 열혈소년이 '나는 함정카드를 한장 세트!'라고 하는 것을 딴지를 거는 삽화가 첨부된 예시를 본 덕에 알았지만...


마치 어린 동생을 보는 듯한 시선이 불편했다.


키 때문이야.


같은 반임에도 불구하고 반에서 하구루의 가슴팍 근처밖에 못가는 나의 작은 몸이 문제가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어린아이 취급을 당할 이유가 없지 



"그럼. 내 차례! 드로! 나는 [기아기아머]를 소환. 그리고 패에서 [기아기아크셀]의 효과 발동! 자신의 필드에 [기아기아] 몬스터가 존재할 경우, 이 카드를 수비표시로 특수 소환할 수 있어."



단숨에 두장이나 소환하다니 신기한 카드가 많구나.


그래도 내쪽이 공격력이 높으니까 괜찮을려나.



"혹시 공격력이 높다고 안심하고 있어?"

"으읏? 어떻게?"

"코우키양은 얼굴에 다아 나오는 걸? 레벨 4 몬스터 두체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엑시즈 소환! 깨어나라 톱니바퀴의 거인! [기아기간토 X(크로스)]."

"아. 검정색카드."



보육원 아이들이 하는 듀얼에서는 보지 못했던 검정색 카드가 튀어 나왔다.


사이레와의 수업에서 이야기로만 듣던 카드를 실제로 보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기아기간토 X]로 [사파이어 드래곤]를 공격!"

"앗, 세트 카드 [위협하는 포효]를 발동."



신기하다고 생각하다가 발동을 까먹을 뻔 했다.


[위협하는 포효]의 효과가 상대방이 공격 선언을 못하게하니까, 이번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에서 함께 듀얼중인 하구루가 소동물을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미안하지만 코우키양. 발동이 늦어서 못 막아."

"어,어째서요?"

"[위협하는 포효]는 공격을 막아주는 카드가 아니라 공격 선언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카드라서 이미 선언된 공격은 막지 못해."



패에 더 이상 일반 소환 가능한 하급 몬스터 카드가 없어서 이대로 파괴되면 곤란해.



"그,그럼 패에서 [돌진]..."

"삐삑! 못쓰지롱."

"소,속공 마법은 패에서 발동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속공마법도 함정카드처럼 상대방 차례에 쓰려면 세트 해둬야 하지롱. [사파이어 드래곤] 격파!"



어째서 굳이 큰 동작을 하면서 말하는 거야.


안그래도 창피한데 하구루의 목소리탓에 시선이 몰려 괴롭다.



"드로..."



[교도추기 테트라드래그마],[스트롱 윈드 드래곤],[돌진]에 방금 뽑은 [라비 드래곤]... 소환할 카드가 없어...



"...턴 엔드..."



===



또래보다 작고 여린 몸을 가진데다 오밀조밀 귀여운 이목구비때문에 대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코우키양.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는 탓에 말 걸기가 어려운면이 있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듀얼 입문서를 읽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듀얼을 하자고 말을 걸어버렸다.


옆에서 갑자기 듀얼 입문서를 읽는 듀얼 초심자라니... 대놓고 그런 행동을 한쪽이 먼저 듀얼을 하자고 유혹한 것이나 다름 없어.


셔플하는 모습조차 '저 초심자에요'하는 티가 팍팍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심지어 규칙까지 제대로 숙지 못한 초심자? 누군지 모르겠지만 코우키양을 듀얼의 세계로 초대한 분, 감사합니다.



"내 승리!"



귀여운 초심자와의 듀얼이라는 사실에 흥분한 나머지 카드로만 하는 약식 듀얼임에도 목소리와 동작이 커져버렸지만.


뭐 어때! 반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


부럽지? 그렇지? 다들... 어라? 반응이 다들 이상하네. 마치 사고친 사람 보는 듯한 표정을...



"끄읍..."



아.



"저,저도 못하는거 아는데에..."



두눈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을 마치 숨기려는 듯, 연신 옷소매로 닦어내며 울음을 참는 코우키.



"흐읍, 굳이 그렇게 노,놀리지 않아도 아는데에... 흐으윽..."



사고쳤다. 너무 신났어.



"코우키양 미안해! 괴롭히려고 그런게 아니야!"

"흑, 됐어요..."

"처음 같이하는 듀얼이라 너무 신이 나서 그랬어!"



끄윽...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울지마... 끝나고 크레이프 쏠게! 진짜 미안해."

"..."

"코우키도 듀얼 시작했으니까 카드샵도 들리자. 응?"

"저도 갑자기 울어서 미안해요..."



다행스럽게도 금방 사고를 수습할 수 있었지만... 내 용돈이 무사하지 못하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