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 잘탄다."

본가였던것이 불에 타올랐다.

응... 따뜻하구나...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리고 

가족들도 친구들도 그저 배척만 하고 누구하나 알아주려 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붙어서 설득하고 설명하고 내가 실종된 사람이라고 당신들 아들이라고 너의 15년지기 친구라고.

돌아온것은 냉대와 무시 폭력이었다.

물론 내가 생각해도 믿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째서 이렇게 차가울까...


춥다.

아프다.

외롭다.


어째서...

가족이잖아.

어째서...?

친구였잖아.

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왜??

알려줄 주변의 어른들은 사라졌다.

왜???

같이 고민해주던 친구들도 없어졌다

눈물만 나왔다.

길바닥에서 몇일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울다가 미친년 취급받고 쫓겨나고 밀려나고.

.

.

.

난 외진 골목바닥에서 굶주려 쓰러져 있었다.
또 의식이 멀어져 갈 즈음 가슴팍에서 따뜻함이 올라왔다.

어디서...

손에서?

불이다.

아... 따뜻해...

이유는 모르겠다. 멀쩡한 남자가 하루아침에 여자로 바뀌는 세상에 손에서 불정도 나온다고 이상할건 없겠지.

그렇게 손에서 다시한번 불을 피웠다.


공허함이 채워졌다.
따뜻함으로.
불로.

이 따뜻함이 채워진다면 다른 사람들도 조금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냉대와 무시와 폭력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부모님에게 가장먼저 찾아갔다.
불을 나눴다. '대화'를 위해서.

.

.

.

시간이 지났다. 불을 나눠받은 부모님은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따뜻해..."

응...

"엄마의 손도... 아빠의 등도..." 

아빠의 등에 기대어 엄마의 손을잡아 뺨에 가져다 대었다.

이번에도 온기가 느껴졌다. 다신 느낄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불을 나눠받은 가족의 손이 바스라졌다. 

"아..."

아쉬웠다. 조금더 길게 느끼고 싶었다.

그래도 다시한번 가족에게 닿을수 있었어.

불이 나에게 돌려줬어... 잠깐이었지만...


그럼 친구들도 돌려줄거야.

잃어버렸던 미소가 떠올랐다.
행복감이. 주체할수없는 감정이. 따스함이-


"꺄하앗- 응... 헤윽!"


이제는 불에 무언가가 타오르는것을 보면, 그 온도가 피부로 전해져올때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말려 올라갔다.
꼬리뼈에서부터 알수없는 전율이 짜르르울려 전신으로 퍼져가...

이제는 이 불이 내 가족이야.
.

.

.

남자였던 그때 그 일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이 따스함을 나눠줄수는 있겠지.

 

"너희도 내 가족이 되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