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듀얼 초심자 틋녀


새벽임에도 더위가 느껴지는 오늘은 듀얼 아카데미의 편입시험이 있는 날.


[카드 타운]의 종업원인 코우키는 결국 57전 57패라는 전적과 함께 시험날을 맞이했다.


시험 날이 다가올수록 겁쟁이 같이 은근슬쩍 듀얼을 하지 않는 양반들이 늘어나서 남은 건 나 하나뿐이라 점점 전적이 쌓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렇게 상가 최약체 타이틀이 두렵더냐.


한숨을 내쉰 난 한 손에는 듀얼 디스크가 두개와 58개의 카드팩이 든 가방을 들고 오픈 준비를 하기 위해서 가게로 향하였다.


가게 앞에는 날씨에 맞추어 가벼워진 복장을 한 코우키가 눈이 띄게 자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올린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코우키. 여기서 뭐하고 있느냐? 오늘 시험일일텐데?"

"...사장님 저랑 듀얼 한번만 해주세요."



역시나 진 채로 시험을 보러가기 싫겠지.



"듀얼디스크도 없이?"

"야,약식 듀얼은 상관없잖아요."

"무슨 소리. 기록은 남겨야지."



가방안에 들어 있던 듀얼 디스크를 코우키에게 던져주자 아슬아슬하게 떨어뜨리지 않고 받아내었다.



"이건?"

"이기면 선물로 주마. 보육원 동생들이랑 함께 쓰면 되겠지. 오늘 시험에서도 사용하면 될거고."



놀란 표정을 짓던 소녀가 묵묵히 듀얼 디스크를 팔에 장착하는 것을 본 나는 웃음이 나왔다.


당황보다도 승부욕이더냐.


그래. 앞으로 기대가 될 듀얼리스트를 위한 투자를 한 것이다.


물론 [절대 봐주지 말 것.]이란 규칙에 맞추어 져줄 생각 따위는 없다.


.

.

.


"그러게 시간 부족하지 않냐고 했거늘."


가게 근처에 있는 [카드 타운]으로 걸어가 가게 문 앞에 달린 57전 57패라는 글자가 적힌 보드에 글자를 고쳐 적었다.


[58전 57패 1승. 상가 최약체 듀얼리스트 - 고우한 니기루]


합격하고 올 코우키에게 약속한 식사를 준비 해둬야겠군.


.

.

.


코우키... 왜 안오는거야.


시험 시간이 다가오는 데 어째서 아직도 시험장에 코우키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 시험을 준비하고 싶다고 해서 최근에는 잘 만나지도 못했고, 듀얼도 아르바이트의 일환이라며 상가 사람들이랑만 잔뜩하고...


내껀데.


시험 준비도 듀얼도 돈까지 전부 코우키를 위해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데.


코우키에게 줄 듀얼 디스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화가 날 때 쯤.


저 멀리서 열심히 달려오는 코우키가 보였다.



"프하악... 하악... 저. 안늦었죠...?"

"아슬아슬했어. 늦잠이라도 잔거야?"



숨을 헐떡이면서 땀을 흘리는 코우키를 확실히 눈이 새기고 있자니 팔에 찬 듀얼 디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누가? 나보다 먼저 코우키에게 듀얼 디스크를? 감히?



"코우키... 이 듀얼 디스크는?"

"상가에서 초밥집을 하는 사장님이 주셨어요. 시험 잘 보라고."



그럼 앞으로 이 듀얼 디스크를 차고 다닐거라고?


내가 준비한 듀얼 디스크가 아닌 남이 준 이 듀얼 디스크를?


내 코우키가?



"동생들이 좋아하겠죠?"

"중얼... 뭐? 동생?"

"네. 동생들이랑 잘 쓰라고 주신거라서요. 시험이 끝나면 보육원에 두려구요."



뭐야. 그냥 오지랖을 부린 사람이 하나 있었을 뿐이구나.


오직 코우키를 위해서 준비한건 나뿐임이 분명해.


내가 준비한 건 합격 선물로 아카데미에서 주는 것이 좋겠어.


내 코우키가 남들이랑 같은 아카데미 대여품을 쓰는 건 참을 수 었으니까.



"그래? 그럼 나도 코우키가 합격하면 선물을 준비해야겠네."

"안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야. 내가 기념하고 싶어서 그래."



코우키가 편입만 하면 누구보다 내가 함께할 시간이 가장 길테니까. 지금은 조금만 참자. 아주 조금만 참자.



.

.

.



긴장된다.


이제 1승해본 내가 아카데미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괜시리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그러자 들리는 격려의 목소리.


그래. 할 수 있다.


못 이길것만 같았던 초밥집 사장님도 이겼잖아. 할 수 있다.



"17번 수험생 코우키 히카리. 긴장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뽑내주세요."

"넵. 잘 부탁드려요."

"시험 규정상 수험생의 선공입니다. 긴장해서 드로우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아마도 긴장을 풀어주려는 농담이시겠지?



===



와 듀얼로그 짜야해.


아카데미 시험까지 스킵할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