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부예정


요즘은 매일이 행복했다. 


그 날 이후로 우리의 일상은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난 이제 그이와 같은 방을 사용했다. 그이의 품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생각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눈을 뜨자마자 입맞춤을 나누고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중에는 별 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대부분 나 혼자 떠들고 그이는 간단한 반응만을 보였다.


우리가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챙겨먹고... 가끔은 챙겨 먹지도 않고 관계를 요구했다.


그이는 고장난 기계처럼 날 사랑한다고 해준다.


이것이 문제가 됨을 알지만 그럼에도 사랑한다는 말이 좋아서, 날 통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좋아서.


그저 그렇게 일상을 유지해 갔다.



"흐흐흥~"



최근들어 입맛이 없는지 식사를 제대로하지 않아서 걱정이었지만 오랜만에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해줘서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장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날 필요로 해주는 것이 기쁘다.


-삑삑삑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날 사랑해주는,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이랑 아이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어딘가에 나들이를 나가거나.


가끔은 떼를 쓰는 아이를 혼내면서도 위로하는 일상.



-띠리릭.



분명 행복할 일상.



"다녀왔어~ 오래기다렸죠? 지금 당장..."



-끼익끼이익


그런 일상을 밧줄로 붙잡았다고 생각했다.



"저녁 차릴게요."



저녁 메뉴는... 닭볶음탕이야.


만드는 법은 야채를 넣고 닭고기도 넣고 양념도 넣고 끓여서.


조린다. 응. 완성했나. 먹자.


딱딱한 감자가 씹힌다. 응. 맛있네.


익지않은 당근. 아직 차가운 닭가슴살. 껍질채 넣은 양파.


2인분의 식사는 생각보다 먹는데 오래걸리네.

식사를하고 설거지를 끝냈다.

그럼 이제 나갈 준비를 해야지.


식사를하고 나간다.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한걸음 내딘다.차가운 바닥이 맨발에 닿는다.


고개를돌려서아버지가있는현관을바라본다나가기전에인사를해야지언제나처럼


다녀올게요


그대로아파트를벗어나밖으로떠났다.


1층을 가기위해서 내려가며 생각했다.


그 날. 좀 더 싸던 피임약을 사지 말 걸.


좀 더 쉬웠던 길을 걷지 말 걸.


그런 선택을 하지 말 걸.


밧줄을 준비하지 말 걸.


그냥 처음부터 아버지에게 털어 놓을 걸. 아니, 아버지를 믿고 큰소리를 치며 막을 걸.


욕심 부리지 마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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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옹위옹거리는 부서진 차량의 알림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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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이번에 처음으로 끝까지 적었네요.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