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묘해강 근처에 있던 다른 무사들이 묘강을 노리고 다가왔다.

"멈춰라!"

묘해강은 소리쳤다.

"족장님!"

"이건 나의 싸움이다. 너희들은 진을 유지하라!"

"부하의 도움을 받지 않는 알량한 자존심을 부리는 군."
묘강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묘해강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묘강은 잠시 무사들을 둘러보며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사들 중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눈치를 챘느냐?"
묘해강은 허리를 피고 묘강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무슨 짓이냐?"

"동문이 재점거하기 위해 내 무사들이 움직였다. 연약한 백묘족은 이미 목이 베이고 우리의 깃발이 다시 올라오겠지."

"하하하!"

묘강은 크게 웃었다.

"왜 웃는 것이냐?"

"어리석구나. 동문을 점거한 우리 백묘족을 너무 쉽게 보는 군."

"흥, 매번 패배만 하는 너희 부족의 무사들이 무엇이 두렵겠느냐."
묘해강은 묘강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 여겨 코웃음을 쳤다.

동문에서 소리가 나더니 적묘족의 깃발이 보였다.

"자, 보아라! 절망해라! 우리의 깃발이 다시 동문 위에 올라왔다."

"흥."

하지만 이내 묘해강의 눈은 커졌다.
적묘족의 깃발이 꺾여 동문 아래로 떨어졌고 문 위에는 포박된 무사들이 보였다.

하얀 비단으로 입을 가린 여무사들이 묘강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포로로 잡힌 적묘족의 무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이것이 일월신교의 힘이다. 그리고 너희에게 핍박 받아온 백묘족의 울분이지."
묘강은 다시 자세를 고쳐 잡으며 묘해강을 바라보았다.

"웃기는 군. 너를 쓰러트리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들이다."

묘해강은 신형을 날려 검으로 내려찍었다.
외공의 강력한 힘이 담긴 검이 묘강을 맞추지 못 하고 애꿏은 땅만 움푹 파이게 했다.

"성난 멧돼지같군."
묘강은 그의 신경을 살살 긁었다.

"널 짓이겨 주마. 묘강!"

강력한 외공과 재바른 쾌검의 승부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어둠 속에서 두 눈동자가 빛을 내고 있었다.

"어떠한가."

모용진은 독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해검문의 비전을 알려 준 것을 말 하는 겐가?"

독보는 낮게 신음을 뱉었다.
이미 멸망한 남해검문의 비전이지만 그래도 돌아간 장문인에 대한 사죄가 담겨 있었다.

"묘족은 자네의 부족이 아닌가?"

"무림에 출사한 이후로 난 그들과의 연을 끊고 중원인으로서 남해검문의 투신한 것일세."

"하지만 남해검문은 사라지고 자네는 살아남았지."

"흥."

독보는 마음에 안 든 다는 듯 말 하고는 자신의 조카인 묘강을 바라보았다.
젊은 적 자신의 자세와 닮은 자세를 하면서 쾌검을 마구 뿌리는 모습은 그의 젊은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성별이 다르다는 점 뿐이었다.

"감상에 젖기에는 아직 이르네 독보."

"무슨 말인겐가?"

"일월신교의 심법은 위기에 강하다네."

"웃기는 소리군."

"방금도 보지 않았는가. 경험의 차이를 줄이는 날카로운 그 한 수를 말이야."

"그거야..."

독보는 말을 삼켰다.

쾌검과 중검의 싸움에서는 본디 경험의 차이가 컸다.
그이유는 힘에서 밀리는 쾌검은 언제나 중검의 압도적인 위력을 피함과 동시에 약점을 노려야 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움직임은 더 많은 빈틈을 의미했다.

"이래도 묘강을 낮게 보는겐가."

"어쩔 수 없네."

모용진은 그런 외곬수인 독보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동문에 묘족만 남겨도 되겠는가?"
독보는 모용진에게 물었다.

"이제 묘족이 아닐세. 일월신교의 흑룡단이지."

"뭐, 그렇다고 치지."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가 알던 이들이 아니니까."

"무슨 말인가?"

"보면 알게 될 걸세."

독보는 그런 모용진을 보고는 그저 어둠 속에서 묘강을 바라보았다.

묘강의 쾌검은 독보의 것을 닮아있지만 많은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부족함을 묘강은 일월신공의 내가기공으로 부족한 점을 메꾸고 있었다.

"다시 요리조리 피하는 게냐!"
묘해강은 지쳐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주변을 흙먼지를 뿌리며 멈추지 않는 묘강을 쫓는데에 힘을 쏟고 있었다.
단 한 방. 그 한 번이면 저 날파리 같은 묘강은 짓이겨 질 것이다.

피싯-
그의 얼굴에 작은 생채기가 나더니 피가 솟구쳐 나왔다.

"크윽."

오른눈을 잃지는 않았지만 아랫 쪽을 베여 시야가 흐려졌다.
이제는 다리쪽을 노리고 검이 다가오기에 그는 그의 검을 내려칠 생각으로 다가오는 묘강의 신형을 예측하고 내려졌다.
하지만 늦었고 빈틈이 드러나자 대신 왼팔에 선명한 베인 흔적이 드러났다.

"크아아아악!"
왼팔에서 피가 마구 솟구치며 고통이 밀려왔지만 잘리지는 않았다.
마치 멧돼지 사냥처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묘해강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날 사냥하려는 게냐?"

"멧돼지 사냥하는 방법은 모든 묘족들이 아는 방법이지."

"웃기는 군... 크흑..."
묘해강은 짐짓 왼팔로 인한 고통으로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틈을 본 묘강은 힘을 모아 그곳으로 파고들었다.
적이 약점을 보인다면 그곳을 집중해서 노려야 했다.

왼팔을 향해 신형을 날 리던 묘강은 묘한 기시감에 빠졌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생각에 빠졌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걸려 들었구나 애송이."

묘강의 머리 위로 거대한 검이 내려꽂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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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먹인 화살을 준비해라."

"엣, 수룡무적 님."
수룡무적, 걸개취는 적의 공습에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도들을 이용해 인근 숲에서 나무를 베어와 화살을 만들게 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비싼 기름을 구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인근에 있는 멧돼지나 산 짐승들은 이전 수적 놈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 죄다 잡아들여서 근처에 기름을 짜낼 동물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걸개취가 추적술을 사용해 겨우 커다란 멧돼지 두 마리를 잡아 기름을 짜냈지만 그 크기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기름 먹인 화살은 고작 스무 발에 부족했다.

"끄응..."
걸개취는 땅이라면 능히 자신의 무공과 타구봉법 그리고 일월신교의 힘을 사용해 수적 놈들을 때려 잡을 수 있지만 물 위에서는 녀석들이 훨씬 강력했다.
물 위를 걷는 수상비와 같은 고급 무공을 일개 신도들이 사용할 수 없으니 당연히 배를 타고 가야 했다.

"이 난관을 어찌 타개해야 할꼬..."
걸개취는 문득 자신이 너무 과욕을 부려 이러한 일이 벌어졌나 후회가 들었다.
남자를 적당히 겁탈할 걸이라며 후회해도 늦었다.

모용진이 걸개취에게 맡긴 일은 그저 사천과 귀주로 향하는 수로를 점령해 귀주로 흘러 가는 전쟁 물자를 틀어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걸개취는 사리사욕에 휩싸여 인근 수채는 물론 중류의 수채들까지 노략질을 하고 남자들을 납치했으니 그것이 문제였다.

"허어...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는 것이니..."
없던 책임감마저 생긴 걸개취였다. 그이유는 자신에게 겁탈당한 남자들이 모두 일월신교에 귀의해서 오로지 자신만을 따르고 있으니 그러했다.
당장에 자신의 곁을 지키는 추향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빛내며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이라 믿는 추향의 눈은 부담스러웠다.

"하늘에서 무후라도 보내주었으면 좋겠구나."

인간 병기인 그녀가 돌아온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비전을 찾아 감숙성으로 떠난 그녀를 이 먼 귀주성까지 도착하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

"걸개취 님! 걸개취 님!"
한 정찰병이 호들갑을 떨면서 걸개취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적이 공격을 시작했더냐?"

"아..아닙니다. 한 인영이 물 위를 걸어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무어라?"

걸개취는 깜짝 놀랐다.
수상비를 전설 속 무공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그것을 검제가 행하는 것을 본 것이 전부였다.
검제가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이 밀려 들었다.

"혹시 어떻게 생겼더냐."

"어둠이 깔리고 달빛마저 적어 햇빛으로 겨우 확인했는데 인영만 보일분 세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허어..."

만약에라도 검제라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휘하 수적들을 이끌고 총공세로 검제를 요격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은 검제의 검에 의해 단칼에 베어질 것이 분명했다.

다른 정찰병이 들어 왔는데 눈이 더 커진 상태였다.

"여...여인입니다. 한 죽립을 쓴 여인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여인?"

그 말에 걸개취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돌아온 기분을 느꼈다.
수상비를 할 수 있는 여인.
그런 존재는 작금의 무림에 단 한 명이 존재했다.

"무후다."

"옛?"

"무후가 온다. 모두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예옛?"
갑작스러운 걸개취의 말에 놀란 추향은 그저 어리버리하게 대답했다.

"일월신교의 주인이자 무림을 제패할 무후께서 오신다는 말이다!"

그 말에 정신 차린 추향은 부리나케 몸을 놀려 휘하 수적들을 모아 준비를 시작했다.
걸개취는 변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무후라 걱정반 기대반에 휩싸였다.

모용진과 진법을 펼쳐 그녀를 궁지에 몰았던 걸개취였는데 그 때 본 무후는 검제에 비해 부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고 감숙성으로 떠나 돌아왔으니 분명히 무후의 안배를 얻어 더욱더 강력해졌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거지였던 그녀는 손에 침을 발라 머리를 잘 정돈하고 그래도 무후에게 밉보이지 않게 주변을 점검했다.

그가 앉아 있는 이 수룡채의 상석을 잘 정돈하고 미리 단 아래로 몸을 옮겼다.

문이 열리고 죽립을 쓴 여인이 들어 왔다.
압도적인 기.

기만으로 사람을 짓이길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걸개취는 바르르 떨며 여인에게 읍을 했다.

"무후를 뵙사옵니다."

무후로 불리우는 여인은 말 없이 걸개취를 지나 가운 데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 때 그 거지로군."

"예, 맞사옵니다. 무후시여."

"예의를 배웠군."

"그..그것이."
걸개취는 지은 죄도 있었고 일전에 있던 것이 생각나 말을 더듬었다.

"한 데...어찌 수적들이 이곳을 노리고 배를 몰고 있는 것이냐."

무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걸개취였다.
그저 그가 약탈한 금은보화와 수 많은 일월신교도들이 그의 대답대신 이 수룡채에 가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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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