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자유에요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저는 무서운 걸 좋아하지 않아요. 심장이 강한 주인공과는 달리, 심장이 약해서. 무서운 영화나, 게임같은 걸 보지 않죠.

공포 태그가 달려있어서, 사실 많이 망설이기는 했어요. 그런데- 음, 제목이, 특이하잖아요. 살짝 보기만 할까. 무서운 묘사가 나올 것 같으면, 안보면 되고- 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어요. 11화 연재여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네요.


아- 여기도 예지양이 있네요. 이예지 양. 오랜만-은 아니네요. 어제 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예지양은 어딘가, 음, 이런 건 참 유치한데, 저랑 비슷한 면이 있긴 하네요. 사람과 대하는 게 서투르고, 정에 약하고,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한다던가, 의존성이 강하다던가. 그런 면에서.


대신, 저와는 달리, 기억력이 좋네요. 아- 같은 공간에서, 체감시간 147년이 넘게 지낸다면, 저런 복잡한 구조도 다 외우게 될까요. 저도 그럴 수 있으려나.


그렇게 막, 공포스러운 면은 나오지 않았어요. 다행이죠. 다만 분위기는 어쩐지 음산하네요. 하지만, 이렇게 죄어오는 느낌은 그리 싫어하지 않아요. 소설에서 긴장감은, 뺄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분위기는 기묘하네요. 음,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하고 찾아봤지만 딱히 없어요. 정말 기묘하다는 말 밖에는.


헤메다가 죽어버리는 층, 확장하는 층, 이라는 단어에서 저는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얼핏 직관적이지만, 가만히 보면 이게 무슨 말일까, 하는 단어들의 나열이에요.


이 소설의 특징이, 묘하게 직관적이면서도 어딘가 뒤틀린 호칭들이에요. 생존자, 입주자, 모험자... 단어는 직관적인데, 의미는 관념적이에요.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예지양은 집필에 있어서 빠르게, 강하게, 강박적으로 임한다면, 무진아파트에 사는 예지양은 의존적이고 허무하고 비틀려있어요. 그녀는 오랜만에 만난 모험자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하고, 그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운 자기에게 허무하고, 복제를 거듭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비틀려있어요.


-물론, 주인공조차 비틀려있죠. 남동생은, 존재 여부부터 어딘가 꼬여있음이 드러나는 주인공은, 독자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해요.


이 소설의 분위기는 거기부터 시작하죠. 애초에, 작가님이 깔아놓은 이야기 중에서는 믿을 수 있는 게 없어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주인공을? 남동생을? 무진시를? 무진시로 가는 방법을? 무진아파트로 들어가는 방법을? 예지양을? 탐포에이부터 디를? 


작가님의 의도가 아닐까요. 무엇도 믿을 수가 없고, 처음부터 독자는 독자 스스로의 판단만을 믿어야 해요. 그런데-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나요?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 읽고 있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고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나요?


모르겠어요.


재미는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옆 소설의, 집필에 강박적인 예지양을 바라볼 때보다 전, 훨씬 이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작가님이- 이번에는 날 괴롭히지 않았어요. 11화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만약 이 감상문을 작가님이 읽으신다면, 저는 작가님께 물어보고 싶네요.


작가님, 이 감상문의 내용을, 믿으실 수 있나요?


https://novelpia.com/novel/27957



작가는자유에요 작가님의 "전라남도 무진시 무진리120 602동 아파트에서"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