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닥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얼굴은 못생기진 않았지만, 잘생겼다 하기에도 애매했고, 운동능력은 친구들이랑 당구를 할 때면 반반 승률을 기록하는 정도.

그나마 자랑할만한 성적은 상위권이긴 했으나, 그 유명한 SKY에 진학하기에는 부족했다.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드라마 속 비중 적은 조연 정도일까.


분명 그랬을텐데... 이젠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난 용사가 되었다.


그냥 집에서 자는 도중에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웬 휘황찬란한 왕궁 안에 있더라.


혼란도 잠시, 왕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내게 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었다.


현재 대륙은 마계에서 올라온 마족과의 전쟁으로 불안에 떨고 있으며,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용사를 소환하여 마왕을 처리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그 용사로 채택된 게 나라는 것까지.


뛰어나다 할만한 능력이 없는 나였던지라 어째서 내가 선택된 거냐 물으니, 신체능력과 관계없이 정의롭고, 절대 악행을 저지를 이가 아닌 자만이 소환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내가 순해빠진 호구새끼라 납치당했다는 뜻이다.


부족한 신체능력은 용사 특유의 버프로 인해 성장속도가 무지하게 빨라지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더라.


...좋아. 내가 용사라는 것도, 앞으로 싸워야한다는 것도 이해했어. 그런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


"제가 대체 왜 여자가 된 건가요?!"


왕이 눈을 피했다. 아니! 한 나라의 왕이란 사람이 어? 그렇게 눈을 피해서야 되겠어? 어?


화가 나서 씩씩대고 있으려니 왕의 옆에 앉아있던 왕비가 한숨을 푹 쉬고는 내게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대륙은 마족과 전쟁중이다. 용사를 소환하는 것만이 우리가 이길 방법이란 것을 마족 측도 알고 있었다. 녀석들은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만큼 멍청한 놈들이 아니다.


당장 이곳에 들어와서 아직 성장하지 못한 용사를 암살하는 정도로 과감한 일은 하지 못하지만, 용사 소환 자체를 방해하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녀석들 탓에 용사소환진에 약간의 변형이 가해졌고, 그 결과가 지금 내 모습이란 거다.


소환된 날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은 난 마족놈들이 여체화의 저주만 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복부에 이상한 문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 문신은 은은하게 빛나며 내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렇다. 발정이다.


정말 그런 감각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봤다. 남자였던 시절보다도 수백배는 더 끓어오르는 듯한 성욕. 머릿속에 자꾸만 자지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마족놈들은 내가 발정난 암캐가 되어 용사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듯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용사 버프 중 하나인 강인한 정신 덕에 나는 남성으로서의 자아를 유지한 채 그 밤을 버텨낼 수 있었다.

...결국 홀로 자기위로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마족놈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했다. 용사 버프 중 하나인 성장가속.


그게 내 발정상태와 자기위로에도 영향을 끼쳤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발정과 자기위로 실력. 지금은 손가만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걸로 부족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절대 안돼.'


발정에 굴복하느냐, 아니면 마왕을 먼저 처리하느냐. 타임어택이 시작되었다.



- 1화이자 마지막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