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꿈 속 등장인물로 변한 건 아니었는데

영화관에 앉아서 보듯이 보는 느낌이었어오


9월 19일

아저씨가 주인공인듯

결혼기념일이 9월 20일인가본데 최근 몇 년간은 묘하게 출장 같은 걸로 시기가 겹쳐서 챙겨주지 못했음

별 기대도 안 하는 아내와 미움받진 않지만 살갑게 대해주지 않는 자식들

이번에는 챙겨야지 싶어서 결혼반지를 찾는데, 반지가 없음

엥 어딨지. 좆됐음을 직감하고 이곳 저곳을 뒤져보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출근할 시간이 되어

북적한 지하철역에 혼자 서있다가 회사로 감.


주식 문제, 여자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직장 후배와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즈음에 느지막이 발을 움직여 집에 도착.

케이크와 선물이랄만한 것은 사왔는데 맘이 편치는 않음.


집에 돌아왔음에도 인사도 없는 익숙한 집안 풍경에 코웃음을 치며 구두를 벗는데

바닥에 익숙한 것이 떨어져 있음, 결혼 반지. 엥? 이게 왜 여깄지. 하고 반지를 붙잡는 순간 시야가 반전됨.


눈을 뜨고 일어나니 보인건 우선 평의자에 앉아있는 머리가 히끗한 노인.

뭐지. 사후세계라도 온 건가 싶은데 노인이 말하기를, 세계를 구해달라고 함.

에이 전 평범한 아저씬데오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 마법소녀


일주일 안에 구해주면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주겠다는 말이 어쩔 수 없이 그러기로 함.


하늘을 날고 번개를 떨어트리고 폭발을 일으키면서 열심히 돌아다녀봤지만

일주일이라는 기한에 맞추기는 역부족이었고, 거의 이 주 가까운 시간을 소요하게됨


응원 받고, 감사 받는 지금의 삶이 좋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적에게서 가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부모나 전쟁 속에 부모를 잃고 홀로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얼른 이 세상을 구하고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더 확고해짐.


아무튼 결혼 반지를 손에 낀 상태로 최종보스를 잡고

늦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빌면 용서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처음의 할아버지에게 날아갔는데


사실 기한은 한 달이였고 빨리 잡으라고 뻥쳤던 것. 아직 이 주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었음.


빡치긴 하지만 다행이라며 빨리 보내달라고 하니까 말하길

남은 시간만큼 시간을 되돌려 줄 테니까 잘 해보라고 하는 것.


그 말에 눈이 잠기고, 다시 눈을 뜨니 9월 5일. 정말로 돌아와 있었음.


피곤하다는 퇴근 후 외식 같은 건 안 했었지만 먼저 하자고도 하고

열심히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시켜가면서, 한창 고민에 빠져있던 후배에게도 적당한 조언을 주고.


그렇게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은 모두와의 관계가 좋아진 와중에 9월 20일이 되었음.

결혼기념일날의 아침, 묘하게 기대하는 느낌의 아내를 두고 평소에는 방향이 같음에도 같이 가주지 않던 대학생 아들내미와 지하철을 타러감.

무슨 우연인지 후배도 있었음.


그때, 분명 실내임에도 번개가 내리쳤고.


...엥?


어딘가 익숙한 그 번개에 맞은 아저씨는 또 마법소녀가 되어버림.


나중에 집에 와서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니 아내가 결혼 반지를 주머니에서 꺼내는데

사실 결혼 반지를 매개체로 마스코트랑 계약을 했었다고 하며 아저씨의 눈앞에서 마법소녀로 변함.


그 후는 어떻게 된 지 몰라요

잠에서 깼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