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날. 차이점이라곤 하나 없는 날이었다. 뭐, 굳이 찾자면 성전환병에 걸렸다는 걸까.


근데, 딱 한 가지가 달랐다. 

반드시 언젠간 오는, 그게 오늘이라 생각 못할 일이.


"...여보세요?"


어머니는 그렇게 전화를 받으셨다.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시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자주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선생님과 상담하거나 돈 얘기를 할 때 하시던 것인데 내가 알기론 현재 비슷한 일은 없었다. 갑자기 사고가 난 것이라면 모를까. 누가 죽거나 말이다. 


곧 방문을 여시고 나왔다. 아주 짧은 통화였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담은. 그때 나는 생각도 못 했던.


그녀는 어쩐지 힘들어 보이셨다. 

얼굴이 미세하게 찌푸러 지셨고, 손이 떨리셨다. 이내 나를 보고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으셨다. 슬픔을 참아내고 버티는 표정. 언젠가 한 번 봤던 표정을.


어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할머니가 죽었덴다."


외할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는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다.


"...응. 그, 사인은?"


"노환. 자다가 죽으셨데."


"다행이네. 상복은 없으니까 교복 입으면 되지?"


"그래, 우리 딸. 입고 나오렴."


그녀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아마 울고 있었을 터다. 

나중에 봤을 때 눈가가 빨갰으니. 


이상하게 슬프지 않았다. 그래서 공감하지 못 했다. 

그녀의 아픔을, 그녀의 상실을, 그녀의 슬픔을. 그래서 위로하지 않았고, 만약 한다면 필시 거짓이다. 그도 이를 알테고, 그래서 난 똑같이 무덤덤하게 말해주었다.


나는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



그냥 단편 찍 쌈 원래 더 쓸 거 있었는데 현생 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