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룡』.

알에서 깨고 다시 태어난 순간, 나의 절반이 된 종족명.

그 이름을 들었을 땐 내가 이제 하프 지렁이가 된 건가 했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웜( wyrm)과 용의 그 사이를 누비는 땅의 일족이라고 했다.

심지어 나는 그걸 반만 이어받아서 팔다리는 달린 오셀레이티드 스킨크라는 도마뱀 느낌.

그래도 그건 상관없이 나는 지룡의 절반을 받은 걸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 짧은 팔 다리도 보다 보면 꽤나 귀여운 느낌이고.. 일단은 이번 생의 엄마를 보면 굉장히 커지는데 내가 커지면 완전히 공룡이 될 각이 보이기도 했으니까.

나중에 인간 폼으로 변하게 된 순간부터는 그냥 키가 140에 가까운 130대의 소녀가 되었을 뿐이라 살짝 상관있을 뻔 했지만 뿔까지 포함하면 그래도 140은 살짝 넘기니까 괜찮았다.

그보다는 인간으로 변신한 첫 날에 내가 여성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건 조금 미묘하지만.. 솔직히 남성체보단 귀여운 편인 소녀가 다시 살기는 좋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괜찮았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물어본다면..

어차피 학교에서 나에게 말 거는 친구가 굉장히 적은 전생과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레아! 그거 들었어? 우리 학교에 제일 센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 많던데."

"귀찮.. 관심.."


분명 땅 안에서 말하고 다닐 때는 말도 정확하게 나오고 크게 들린 기분인데..

인간의 모습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대답할 때는 저런 식으로 단어와 단답으로 밖에 말을 못 하더라.

절대 내가 찐따같은 하프 지룡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래도 우리 반에서 후보가 다 나왔던데? 무려 레아도 후보에 들어있어!"

"나.. 약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제일 센 사람이 될 리가 없잖아?

게다가 요즘은 뜨거운 모래에서 몸을 눕히고 잠을 자지도 못해서 굉장히 나른한 상태라서 힘도 제대로 나올지도 의문이고.


"그런가? 나랑 처음 친구가 된 날의 레아는 무지 강했는데."

"걔가.. 약해.."


내 앞의 이 활발한 소녀는 토끼 수인 계열의 프리즈.

등교 첫 날 어떤 남자애가 손을 잡고 친해지자고 말하길래 그 남자애의 손을 살짝 움켜쥐며 나도 "친구.."라고 말했더니 그 남자애만 양호실로 가고 이 아이만 유일하게 나에게 말을 걸고 다니더라..


"히히, 그래도 난 사실 걔도 못 이길 만큼 약한 걸. 레아가 제일 세지 않아도 상관없지! 이렇게 인상만 안 찌푸리면 얼마나 귀여운데!"

"하지 마.."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싶어서 찌푸리는 게 아니라 땅 속에서 활동하는 지룡의 특성 때문에 마나를 둘러 드래곤 아이를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면 잘 보이지도 않아서 그런 건데..

게다가 그것 때문에 내가 마나를 두르고 다니면 예민한 애들은 오히려 식겁해서 나한테 도망치더라..


"여담이지만 아까 그 후보 이야긴데 레아 말고는 시우가 제일 세다는 말이 있어."

"시우.."


우리 반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남자라고 할 수 있는 시우.

용사의 후손이지만 나한테 가끔 시비를 걸어서 내가 무서워 하는 양아치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해서 그렇게 말로 사람을 패면 괜히 움츠리게 되는 건 당연하지.


"야, 레아. 왜 학교에서 제일 강한 사람 후보에 네 이름이 있는 거야?"

"어라, 시우네? 레아 정도면 있을 만 한 거 아냐?"

"난.. 몰라.."


나 같은 거랑 같이 후보에 올라있어서 기분이 나쁜가.. 오늘도 갑자기 와서 시비를 걸고 그래..

나는 그런 건 상관없이 지금 학교 운동장 구석을 파서 따뜻한 모래에 파묻히고 싶은 기분인데..


"지금도 레아, 네가 나를 기만하고 있잖아."

"미안.."

"끝까지 해명은 안 하겠다는 거지? 좋아, 어차피 오늘은 우리들 졸업 전 마수 사냥 테스트가 있으니까 그때 보자."


내가 사과까지 했는데 뭘 더 바라는 걸까..

마수.. 어차피 B급까지 나오는 건데 우리 학교 애들이면 대부분 알아서 처리하겠지.

전생에서 본 소설의 클리셰대로 강한 마수가 나온다고 해도 어차피 용사의 후손인 시우가 처리할 거고.


"용사.. 사냥.."

"레..레아야. 화났어? 그래도 시우를 물면 안 되는데.."

"안 물어.."


시우의 성격이면 내가 근처에서 마수를 사냥하기만 해도 그대로 나까지 공격 범위에 넣을 것 같으니까 근처에도 안 갈 생각인데.

근데 프리즈 얘는 왜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시험.. 언제.."

"보자.. 우리 반은 제일 마지막이니까 이제 30분만 더 대기하면 될 껄?"

"길어.."

"모두 레아처럼 사냥에 능숙한 건 아니니까!"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많은데 그냥 사냥이 길어지는 게 아니라 시험 시간이 긴 거 아닌가?

얘는 진짜 첫 날에 나한테 빠져서 너무 나를 많이 기대하는 느낌이 크다니까..


"레아는 혹시 시우한테 관심없어? 시우는 매번 레아를 의식하고 뭐 하는지 지켜보고 있던데. 좋아하는 거 아닐까?"

"용사.. 무서워.."


걔가 나한테 관심주는 건 나를 그 날 어떻게 시비를 걸지 고민하려고 쳐다보고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안 보이는 곳에서도 나를 저렇게 쳐다보고 있을 리가 없지..


"드디어 우리 반 차례다. 어떡하지.. 레아, 오늘도 뒤를 부탁해!"

"응.. 부탁.."


원래라면 경쟁하면서 팀원을 모아 많은 마수를 잡거나 매 번 존재하는 최고 B+등급의 필드보스를 잡아서 처치하는 게 목표겠지만..

나는 귀찮으니까 프리즈랑 둘이 혼자 돌아다니는 마수를 잡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어차피 졸업하면 당분간 땅파고 들어가서 용암 근처에 자리를 잡고 푹 쉴 거니까.. 집에서도 그냥 졸업만 하라 했었고..


"레아. 이번엔 진심으로 시험을 쳐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친구들한테서 제일 강한 사람으로 볼 수 있을 테니까."

"으에.. 난.. 싫어.."

"어라.. 귀여운 레아를 위해서 내가 빠져줘야 할 타이밍..?"


갑자기 양아치가 여자애들 사이에 난입한다니 그런 건 전생에서도 비난받을 행동이잖아.

게다가 나를 괴롭히는 양아치를 놔두고 도망치는 걸 나를 위해서 한다고 포장하지 말라는 뜻에서 나는 프리즈를 끌어다가 시우가 안 보이게 사이에 다시 사이에 끌어서 그 뒤에 숨었다.


"하.. 졸업까지 나랑 비교 당하면서 노는 게 용족의 유희라는 거냐? 이번엔 나도 진심으로 시험에서 힘을 쓸 테니 너도 최선을 다해라."

"와아.. 서로에게 최강의 자리를 양보하려는 사랑 싸움.."

"프리즈.. 가자.."


괜히 이런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면 내게 괜히 화를 내면서 시비거는 시우의 강도는 더 세질거고 머릿속이 꽃밭인 프리즈는 이뤄질 일 없는 망상 연애를 상상하고 있을 테니까.

우와.. 뒤에서 엄청 마력을 뿜으면서 쳐다보고 있어.. 심지어 그걸 나한테만 집중 시키고 있어.. 무서워..

옆에 프리즈가 없었으면 저 마력으로 사람을 죽일 기세잖아..


"레아. 내가 방해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켜줄 수 있는데.. 진짜 시우한테 관심 없어? 그 유명한 용사님의 가문이잖아?"

"프리즈.. 친구.. 충분.."

"우으.. 레아가 이렇게 귀여운 걸 나랑 시우만 알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프리즈는 가끔 토끼 수인치곤 이렇게 용감한 편이라서 저렇게 누가 위협을 해도 신경을 안 써서 걱정이 된다니까..

그래서 나같은 하프 용종도 귀엽다면서 친구를 해주는 거지만.. 으음.. 그러면 나 때문에 신경을 안 쓰는 척 해주는 걸까?


"앗. 전방에서 D급 마수들 발견. 음.. 리자드맨들인데 괜찮을까?"

"괜찮.. 돌격.."

"아니, 같은 파충류인데 괜찮냐는 건데."

"죽어.."


고작 리자드맨을 진짜 드래곤이랑 비교하면 그거야 진짜 자존심을 깎아내린다고 드래곤한테 죽어도 할 말 없는 수준인데..

물론 나야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도 있어서 솔직히 농담으로 듣긴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용종한테 그런 소리만 안 했으면 좋겠다..


[케르륵, 토끼 인간! 오늘 저녁이다!]

"미안! 아무리 내가 레아나 시우 급은 아니라도 너희들한테 잡히기에는 너무 빨라서!"

"장난.. 금지.. 《스트렝스》 정리.."

[도마뱀 인간! 예쁘다.. 케르르.. 데려가서 우리들 신부로 만든다!"

"레아는 임자가 있거든! 못생긴 도마뱀들아!"


내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파충류적으로 예쁜 건 맞지만 내 심미안으로 리자드맨은 좀..

근데 내가 임자가 어디 있다고 그러지..


"후아.. 확실히 드래곤의 피가 이어져서 그런지 다른 애들보다 레아의 마법이 효과가 더 좋아."
"숙련도.. 문제.."

"레아.. 너무 겸손하면 그건 기만이야.."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내가 드래곤의 피가 있는 건 맞지만 하프 지룡이라 사실상 물리 계열인데..

이세계에서 마법이 있기에 열심히 노력해서 쓰는 마법의 결과란 걸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 억울하다.

마법쓰는 공룡을 어떻게 참냐고.. 이세계의 장래희망은 마법을 쓰는 빛나는 야광 공룡이 되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상하게 마수들이 적은데? 우리도 조금 안 쪽으로 가볼까?"

"귀찮.. 잠시.."


굳이 우리가 몸으로 갈 필요없이 지룡인 내가 땅에 귀를 기울이면..

어라..? 이 존재감이 필드보스인가..? 이런 녀석이 날뛰니까 주변에 마수들이 모조리 숨죽이고 있지.

누가 사냥하고 있는 건가..? 아니.. 이건..


"모두.. 보스.. 사냥.."

"어라? 이 근처에서? 우린 오히려 외곽이라서 없어야 하는데.. 이상하네.. 구경이라도 하러 갈까?"

"위험.. 모두.. 쓰러짐.."


사냥을 해야 할 보스에게서 모두가 사냥을 당하는 중이다.

시우.. 그 양아치는 이럴 때 어디로 간 거야.. 일단 우리도 가야겠다.


"진짜?! B+면 내 급으로 5명만 모여도 사냥을 노려볼 급인데.. 우리도 일단 가보자. 어디 방향이야?"

"안내.. 따라.."

"응! 최대한 빨리 갈게! 레아가 먼저 가!"


완전한 인간 폼으로는 조금 늦겠는데.. 어쩔 수 없지.. 이런 상황까지 모두 나를 보고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까..

《마력 부분 해방》

온 몸에 마력이 감돌고 이내 용종의 마력이 내 피부를 인간이 아닌 파충류의 껍질로 감싸 안는다.

기본적으로 인간 폼을 유지하는 이상 얼굴까진 뒤덮지는 않으니까 혹시나 마수로 착각 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땅굴로.. 일직선.."

"응! 근데.. 그.. 그렇게 가면 애들이 놀라지 않을까? 옷이 다 찢어졌는데..?"

"어쩔 수.. 없는데.."


제약이 조금 풀리는 상황이라 말이 조금 더 잘나오는 것만 제외하고는 나도 마음에는 안 들지만..

솔직히 이런 키 작은 여자애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을 거고..

게다가 땅을 파는 건 마법보다는 몸으로 파는 게 더 편한 걸..

엄마도 지룡은 땅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고 할 정도로 지룡 폼으로 땅에 들어가면 굉장히 편안하니까.

 

"..장! 모ㄷ.. ㅁ러서! 시ㅇ.. ㄹ아.. 올때.. ㄷ망쳐!"


점점 가까워지는 게 귀로도 느껴질 정도.. 바로 밑까지 가서 올라가면 공격이 서로 교차될 수 있으니까 여기서 올라가야지.

아.. 바로 위에 바위가.. 이 크기는 힘으로 밀기는 애매한데..

이럴 땐 역시 브레스를 쏴야겠지? 브레스라고 해봐야 사실 지열 옆에서 생활하면서 쌓인 체내의 열을 뱉어내는 수준이지만..


"하아아.."


입 앞에 주황빛의 에너지가 모인다.

그리고 나와 내 뒤에 프리즈가 지나갈 정도의 구멍을 뚫을 힘이 모이면..


《약화 드래곤 브레스》


"레아! 모두 살았다! 저 광선은 대체.."

"이거.. 잡아도 되는 건가..?"


마치 킹콩이라는 영화에서 끄집어 낸 듯한 거대 고릴라의 마수..

털이 군데군데 불타오른 걸 보니까 이미 애들이 데미지를 많이 입혀둔 상태 같은데.. 이거 스틸 아닌가..?


"무슨.. 우린 이 녀석을 마무리 할 수 없으니까.."

"시우는..? 걔도 가능.."

"레아..! 설마 이런 것까지 나한테 양보한다고 하지 마라. 오히려 난 친구들을 위험하게 만들 상황이었으니."


뭐야.. 같이 있었네? 그럼 이렇게 옷까지 찢어가면서 급하게 올 필요가 있었을까?

음.. 확실히 용사의 후손이다 보니 자신의 힘 조절을 완전하게 하지는 못 하나?


"그럼.. 내가 죽인다.."

[크워어어! 침입자들! 죽는다! 감히 내 숲에! 침입을!]


오.. 필드보스답게 나름대로 피어를 풍기긴 하는구나..

그럼 나도 전력으로 브레스로 대답하는 게 맞겠지? 빔쏘는 공룡은 못 참지!


"어..어이.. 장난이지? 지금 그걸.. 친구들이 옆에 있다고!"

"시끄러워.. 《모두 내 앞에서 비켜》"

"윽!? 이게 용..언.."

[크..어어.. 용!! 내 숲을.. 노리고!!]


일부로 킹콩의 발 아래를 조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뛰어오르다니? 어라.. 저 나무는 또 언제 뽑아서 던진거지?


"레아!! 위험ㅎ…"

《드래곤 브레스 풀 마력》


본의는 아니지만 킹콩의 발 아래부터 내 머리 위로 날라오는 나무까지 한 번에 쓸어버리기 위해서 고개를 아래를 내려다 본 상태에서 그대로 하늘까지 쭉 들면서 브레스를 쏴버렸다.

주변의 소리조차 잠시 내 마력에 잡아먹혀서 조용해질 정도로 쏴버렸더니 마수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괜찮겠지? 어차피 마수를 사냥했다는 증언은 애들이 해줄 테니까..


"미친.. 저게 우리랑 같은 학생.."

"하.. 하하.. 내가..  뭘 걱정을 한 거.."

"추움.. 피곤.."


근데 브레스를 과하게 쏴버려서 내 몸의 열주머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바닥이 살짝 녹아서 따뜻해 보이는 게 참을 수 없겠는 걸? 뒤처리는 시우랑 애들이 하겠지..


"레아!? 무리한.."

"괜ㅊ...!"


응 더는 피곤해서 못 버티겠다.

모두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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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니 학교에서 평범하게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한 저 괴물의 마력과 힘을 알아보는 건 진짜 몇 안되는 인물들 뿐이다.

거기에 사람을 놀리는데 재미가 들렸는지 매번 선을 그어놓고 생활을 하며 고작 내가 검을 해방하지 않을 때의 힘만 써서 친구들에게 늘 비교당하는 척 나를 기만하는 꼴이라니..


"여담이지만 아까 그 후보 이야긴데 레아 말고는 시우가 제일 세다는 말이 있어."

"시우.."


지금도 내 이야기를 하며 무표정한 척 나를 쳐다보며 내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잖아.

나는 검을 해방해도 이 녀석이 진심이 되면 몇 초를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불쾌하다면 애초에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 최강임을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야, 레아. 왜 학교에서 제일 강한 사람 후보에 네 이름이 있는 거야?"

"어라, 시우네? 레아 정도면 있을 만 한 거 아냐?"

"난.. 몰라.."


끝까지 자신이 약한 척.. 옆에 있는 토끼 수인을 데리고 노는 것도 그러기 위함이겠지.

불쌍한 녀석.. 하필 첫 날부터 자신에게 고백하려는 남자를 제압하고 그 뒤로 쭉 데리고 다녔으니..

분한 건 그걸 보고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거지만..


"지금도 레아, 네가 나를 기만하고 있잖아."

"미안.."

"끝까지 해명은 안 하겠다는 거지? 좋아, 어차피 오늘은 우리들 졸업 전 마수 사냥 테스트가 있으니까 그때 보자."


그때 필드보스를 레아 녀석에게 끌고 간다면 이 녀석도 어쩔 수 없이 용족의 힘을 일부 개방 할 테니까.

그때는 친구들이 봐도 누가 제일 강한 사람인지 확연하게 보이겠지.


"용사.. 사냥.."


윽.. 저 녀석.. 설마 눈치채고? 갑자기 공격을 해오지는 않겠지..? 언제 기분이 나빠질 지 모르니까 늘 주시하고 있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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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이번엔 진심으로 시험을 쳐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친구들한테서 제일 강한 사람으로 볼 수 있을 테니까."

"으에.. 난.. 싫어.."


당연히 네가 유지하고 있는 이 균형이 깨지는 건 싫을 테지.

그게 아니라면 이 놀이가 끝나는 것이 싫은 걸까? 그 둘 중 하나라도 상관없이 이제는 끝을 내야한다.


"하.. 졸업까지 나랑 비교 당하면서 노는 게 용족의 유희라는 거냐? 이번엔 나도 진심으로 시험에서 힘을 쓸 테니 너도 최선을 다해라."

"와아.. 서로에게 최강의 자리를 양보하려는 사랑 싸움.."

"프리즈.. 가자.."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 이 녀석이 유희를 즐기고 싶다면 보스를 잡으러 오지 않을 테니까.

내가 먼저 전력으로 보스를 유인해서 저 녀석이 간 외곽 방향 쪽으로 데려가야 해.


【마력탐색】


숲을 전부 뛰어다니는 것보단.. 마력을 조금 낭비하더라도 탐지 범위를..

어라.. 잠깐.. 이 정도의 마력은 대체..? 이게 B+급 일리 없잖아.. 이건 최소한..


"A+.. 아니 그 이상.. 어째서 이런 일이?"


젠장 이래선 유인이 필요도 없었겠는데.. 급하게 내 마력을 회수해서 살펴봐도 잔량은 60퍼 가량..

레아가 올 때까지 검을 해방해서 버틸 수 있을까? 아니.. 버텨야 한다. 그것이 용사의 자식이니까.


"젠장! 모두 저 괴물한테서 물러서! 시우나 레아가  올 때까지 최대한 도망쳐!"

"나는 이미 다 왔다고! 【성검 해방!】 가자, 발뭉! 그 녀석이 올 때까지 부탁한다!"


내 마력을 한껏 집어삼킨 나의 검은 오랜만의 해방이 즐겁다는 듯 쉴 틈 없이 저 고릴라에게 벼락을 쏟아낸다.

하지만.. 고작해야 남은 내 마력을 전부 쏟을 수도 없어서 그런지 고작해야 털을 그슬리는 정도..


[침입자들! 죽인다! 감히 나의 숲에! 내 보물을! 건드리다니!]

"시끄러워! 제길.. 레아는.. 아직인가?"

"시우야! 땅 아래에서 강대한 마력이..!"


드디어 온 거냐.. 얼마나 늦장을 부리는 거냐고..

잠시.. 이 정도 마력이면.. 제기랄! 이 녀석 일부로 나까지 노리고 쏜 건가?

아까 뭐라고 했다고 이렇게 앙갚음을 하다니.. 유희를 거스르려 한 죄..?


"레아! 모두 살았다! 저 광선은 대체.."

"이거.. 잡아도 되는 건가..?"


레아는 평소와 다르게 생기 넘치다 못해 즐겁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굉장히 즐거운 지 인상도 찌푸리고 있지 않고 정확히 마수를 쳐다보고 있다.

게다가 저거.. 브레스지..? 스쳤으면 나도 진짜.. 저런 걸 땅 아래에서 저 마수 녀석이랑 나를 정확히 노리고 쏜다고..?

하마터면 사냥 당하는 게 저 마수가 아니라 내가 될 뻔 했는데?


"무슨.. 우린 이 녀석을 마무리 할 수 없으니까.."

"시우는..? 걔도 가능.."

"레아..! 설마 이런 것까지 나한테 양보한다고 하지 마라. 오히려 난 친구들을 위험하게 만들 상황이었으니."


아직 유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거냐!!

아니면.. 내가 섣부르게 이런 녀석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안일하게 너에게 힘을 쓰게 만들려고 한 걸 비난하는 건가..?


"그럼.. 내가 죽인다.."

[크워어어! 침입자들! 죽는다! 감히 내 숲에! 침입을!]


크으윽.. 이 정도 위압감.. 이거.. 레아라도 위험한 거.. 잠시만.. 이 녀석 입 앞에 브레스..?


"어..어이.. 장난이지? 지금 그걸.. 친구들이 옆에 있다고!"

"시끄러워.. 《모두 내 앞에서 비켜》"


순식간에 친구들이 마수와 레아를 일직선으로 두고 모두 밖으로 날라갔다.

나도 날라갈 뻔 했지만 검을 땅에 박아서 겨우 버텼으니 그럴 만하지..


"윽!? 이게 용..언.."

[크..어어.. 용!! 내 숲을.. 노리고!!]


저.. 마수.. 설마 이 녀석의 살기를 견디고 반격까지 한다고..?

이런 공격을 준비하는데 움직일 수 있을 리가..


"레아!! 위험ㅎ…"

《드래곤 브레스 풀 마력》


주변이 굉음이 들렸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지만..

저 마력이 지나가는 곳은 그것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소음까지 집어삼키며 레아의 일직선상으로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

심지어 최소 A+급이라고 느껴지던 그 거대한 마수 조차도..


"미친.. 저게 우리랑 같은 학생.."

"하.. 하하.. 내가..  뭘 걱정을 한 거.."


고작해야 털을 그슬리는 정도의 내가 이런 녀석을 걱정했다고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

지금이라도 사과를..? 이 녀석.. 근데 아까부터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지..


"추움.. 피곤.."


어라.. 레아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보같은 녀석!! 자신이 쓰러질 만큼 커다란 공격을 한 거구나..

무얼 위해서..? 모두가 다쳐서 위험하니까..?

난 이런 녀석을 이때까지 그저 힘을 숨기고 있다고 불쾌하게 생각한..


"레아!? 무리한 거!?"

"괜찮아!? 모두 레아를 저 용암에서 꺼내게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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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분명 난 따뜻해보이는 곳에 그대로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생각보다 열주머니가 따뜻하지 않은데..?

마치 들어가서 몸만 살짝 데우고 나온 그런 기분?


"와! 레아, 걱정했어.. 따라갔더니 레아는 용암에 빠져있지.. 모두 레아에게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평소랑 다르게 레아를 구하겠다고 난리지."

"열.. 필요.. 추워.."

"그렇겠지.. 그렇게 몸에 힘을 모두 빼버리면 누구라도 컨디션이 나빠질 테니까."


뭐지? 열주머니를 채우게 열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고작 침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음, 이것도 좋다..

그나저나 시우는 용사의 후손이라 그런지 지룡의 특성도 잘 아나? 열주머니에 열이 하나도 없는 것도 알고 있고..


"이번에 학교에서 선정한 숲 중심 코어에 히든 던전이 있었다나봐. 거기를 열고 물건을 건드린 애가 있었는데 갑자기 그 보스가 나왔데."

"레아, 네가 없었으면 아마 모두 위험에 빠졌겠지.. 이때까지 난 네가 기만을 하는 줄 알았는데.. 미안하다. 내가 자만감을 가지고 괜히 너의 힘을 더 낮게 측정해서 혼자 착각을 했던 거겠지. 모두가 위험해지자 네가 S급 필살기를 사용해서 모두를 구하고 마수를 쓰러뜨린 건 학교의 전부가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오해할 만한 말은 하지 마.."


뭐지? 내가 브레스를 쏜 뒤에 폭주라도 했었나..? 브레스는 지룡의  필살기 축에도 못 끼는데..

용케 다들 잘 피해서 버텼구나.. 내가 폭주하면 엄마 말고는 딱히 드래곤 어른들도 말리러 오지는 않았는데..

아니면 시우가 폭주한 나를 제압해줬나? 그렇다면 진짜 고마운 일인데.


"시우.. 감사.."

"아니, 네가 감사할 건 없다. 쓰러진 너를 학교로 다시 데려온 것 뿐이니까."

"맞아. 시우가 아니면 다들 레아가 쓰러진 곳에 근처도 못 가는 상황이었는데 구해오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니까?"


하긴.. 시우 급이 아니면 폭주한 나를 가볍게 제압할 사람도 없었겠지.

으.. 침대에서 나가기 싫다.. 따뜻해..


"레아,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하지. 학교에서도 네가 수석으로 졸업해도 좋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어."

"귀찮.. 쉴래.."

"그래.. 몸이 좋아질 때까지는 푹 쉬도록 해. 학교에는 내가 말해둘 테니."


오.. 시우는 양아치인 줄 알았는데 사실 생각이랑 다르게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나..?

근데 왜 얼굴을 붉히고 그러지.. 바쁜 시기에 쉰다고 해서 화가 났나..?

그리고 내가 왜 수석이지.. 마수를 잡긴 했어도 폭주한 나를 제압한 건, 시우니까 시우가 수석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생각하면 지쳐.. 침대에서 쉬다가 졸업만 하고 집 근처 용암굴에 자리 잡고 쉬어야지..


***

내용이 모자라다면 같은 대사를 2번 씩 복붙하면 글자가 2배가 된다구요?

이것도 착각물이 맞나 싶긴 하지만.. 그것도 쓰는 능력자들이나 쓰는 거란 걸 지금 다시 체감하고 안 건드릴 것 같습니다..

레아(자기가 센 지 그냥 모름 = 틋최지기 때문)

시우(그냥 성격 나쁜 드래곤이 유희를 즐기는 중으로 보임)

프리즈(옆에서 보니 얘들이 조금 있으면 사귈 것 같아서 그냥 즐거움)

으로 가고 싶었는데.. 프리즈..다 쓰고 보니 꼭 필요했나 싶네요..


레아의 인간 폼은 키 136cm 뿔 포함 141cm의 그냥 인상더러운 쪼꼬미.

생긴 건 금빛으로 착각될 만큼 반짝거리는 모래 색의 머리와 눈을 가졌고..

안타라스(리니지)와 벨룸(메이플)의 사이의 모습을 가진 용 폼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고 썼습니다.

정작 레아 본인은 아래의 사진(오셀레이티드 스킨크)처럼 생각 하지만..

엄마 용이 세계관 최강자 축이라 굉장히 큰 편이라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해두죠.

누르면 사진< 도마뱀이지만 굉장히 귀엽습니다. 그래도 파충류를 진짜 싫어할 수 있으니 저도 주워온 사진 링크만 걸어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