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태양 아래, 찌는 듯한 날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한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야."

마법소녀가 된지도 어연 5년.
이제는 어느정도 짬이 찼다고 할 수 있는 연차에 이제와서 이런 의문이 드는것도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옆에서 날아다니는 다람쥐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은, 뭐더라. 5년동안 같이 다녔는데도 기억 안 나네.

잘 모르겠으니 야라고 부르자.

"제 이름은 야, 가 아니라 시럽이에요. 오늘만 몇번 헷갈리시는거죠?"

그랬던가?
뭔가 오늘따라 기억이 좀 애매한 기분인데.

하지만 이름이 시럽이든 파우더든 아무래도 좋은게 아닐까?
이름이 무엇이든 아무래도 좋다면 그냥 야라고 불러도 상관없겠지.

그러니까 계속 야라고 부를래.

"근데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 야."

"...무슨 일이신데요."

어쩐지 다람쥐가 체념한듯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꼬우면 주먹이라도 한번 날려보라지.
아프지도 않겠지만.

"그냥 별건 아닌데 말이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던져보자.

"변신은 도대체 뭐야?"

변신은 도대체 어떤걸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변신이요?"

"응."

당연하겠지만, 저 시럽인지 파우더인지 실크로드인지 모를 다람쥐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도 대답을 바라고서 질문을 한 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궁금하니까 물어본건데, 역시 제대로 된 대답을 구하기는 힘든걸까.

...그래도 일단 계속해서 말해는 볼까?

"나쁜놈들이 나올 때 마다 맨날 내가 나가잖아."

"그렇죠. 그게 일이니까요."

"그러면 내가 골목에서 숨어서 변신을 하잖아?"

"맨몸으로 나가는건 자살행위니까 당연하죠."

"그러면 나는 30살 모솔아다 방구석 히키코모리 백수새끼에서 어딜봐도 10대로 밖에 안되는 핑크머리에 정신에 이상이 있을 것 같은 미소녀가 되는거고."

"뭔가 자기평가가 박하기는 하지만, 틀린말은 아니네요."

"지금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몸이 바뀐다는건 엄청나게 심각한 일 아니야?"

"..."

갑자기 다람쥐가 멍청한 사람을 본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묘하게 기분이 나쁘네.

"...그러면 그게 별일이 아니겠어요?"

"아니, 아니. 들어봐. 나도 그게 별일이 아닌건 알지. 근데 우리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자고."

"계속 말해보세요."

계속 설명해서.

30살 남자인 내가 한순간에 군필 여고생이 된다는건 사실 말이 안 되는거다.

몸이 한순간에 아예 다른 것으로 바뀌는거니까.

실제로 변신을 하기만 하면 허구언날 아프기만 하던 허리가 멀쩡해지고, 시리던 무릎은 기름칠이라도 한 것마냥 잘 굴러간다.

이건 몸이 변한다 수준이 아니라, 그냥 다른 사람이 되는거 아닌가?

"다른 사람이요?"

"그렇잖아. 솔직히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변신해서 날아다닌다고 하는게 더 설득력이 있겠어, 아니면 그냥 다른 사람이 나온다고 하는게 설득력이 있겠어?"

"후자....가 설득력이 있기는 하죠."

내 말에 다람쥐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직접 움직인 기억이 있잖아요?"

"기억이야 있지. 근데,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의 기술력이면 사람의 기억을 옮겨담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

"가능...하겠네요."

무언가 생각에 빠진듯한 다람쥐를 향해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이 변신이라는거. 사실은 아예 다른 타인인 두 사람을 가지고 기억을 연동시키면서 그 반응을 기록하는 실험 같은 거 아니야?"

"아... 네."

하지만 여기까지는 너무 갔던걸까?
다람쥐는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이 일을 그만두실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30살 무직 남성에 백수인데다 방구석 히키코모리에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구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남몰래 변신한 다음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기분 나쁜 미소나 지어대고, 그러다가 부모님한테 들켜서 넌 누구냐는 소리나 들으면서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으신데다가, 변신한 다음 사복을 입고서 번화가를 누비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취미를 가지신거 보면, 그냥 본인도 좋아서 하시는 것 같은..."

"아, 진짜! 알았어! 그냥 농담으로 한 소리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다람쥐가 하는 말을 중간에 끊었다.
계속 듣다가는 내 멘탈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 천직을 잃고싶지 않으시면 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 저도 직원이라서 자꾸 그러시면 상부에 보고 해야해요?"

"...끙."

심심해서 쓰잘데기 없는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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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 ○○일 정기 보고.

실험체 ○호는 실험 개시 1925일째에 해당 실험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함.
하지만 아직 망상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관련 매뉴얼에 따라 계속해서 관찰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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