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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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죽음을 눈앞에 뒀을 때 어떤 감정을 품을까요.

 

 가백 소대장은 주저치 않고 그레이 선배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죽어라, 라고.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선배는 당연한 듯이 그리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때의 그레이 선배의 얼굴을 평생 잊지 못하겠죠.

 

 ……그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레이 선배는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가백 소대장을 향해 경례하며 웃으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좋아. 토우리, 로들리, 따라와라」

「엣, 아……앗!」

「적은 우리가 철수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하겠지. 가능하면 인근 거점이 교전하는 타이밍에 나간다. 내 구령과 동시에 달려라」

 

 소대장은 저희를 참호 뒤쪽 벽으로 손짓했습니다.

 

 자신이 죽음을 명한 그레이 선배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습니다.

 

「……빨리 가렴, 토우리 쨩」

「선, 배……」

 

 ……저는 잔혹한 명령을 받은 그레이 선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제가 고정한 총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총을 쥐고 있습니다.

 

「……아아 맞다, 소대장. 제 짐 안에 가족에게 쓴 편지가 있거든요」

「그러냐」

「심부름 같아서 죄송하지만 제 사망통지서랑 같이 부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았다」

 

 그러나 그레이 선배는 눈물은 흘리고 있을지언정 결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소대장」

「어」

 

 그는 언제나처럼 초연하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저희 신병이 동요하지 않도록 구태여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던 거겠죠.

 

「……있잖아요, 가백 소대장」

「왜 그러냐, 로들리」

「나, 아직 체력에 여유 있슴다」

 

 

 그런 그레이 선배를 한동안 바라본 뒤.

 

 저와 같은 신병인 로들리가 나지막이 그리 말했습니다.

 

「내 등짝 전용 고기방패로써 그레이 선배를 들고 가면 안 될까요」

「안 된다」

「……어째선데요」

「그렇게 하면 네놈의 사망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저는 로들리 군의 그 제안이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명백하게 그레이 선배를 구하려는 목적입니다.

 

 아직 체력이 없는 그가 강한 척하면서까지 그레이 선배를 짊어지기 위해 말을 꺼내다니.

 

「……안 올라가는데요」

「각하다」

「……」

 

 무정히 제안을 각하당한 로들리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소대장을 노려보았습니다.

 

 그 표정에는 분함마저 배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를 구해서 뭐가 된다는 말이냐. 다리를 잃은 녀석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

 

 ……저는 참호 파기에 별로 참가하지 않아서 몰랐습니다만, 혹시 로들리 군은 그레이 선배와 사이가 좋았던 걸까요.

 

 다소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구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에 대한 건 이제 괜찮다 로들리. 그쯤 해둬. 돌아가면 얻어맞을걸」

「……흥」

 

 마지막으로 그레이 선배 본인에게까지 타일러지자 로들리는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도 울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아 맞다, 로들리. 마지막으로 하나 조언해 둘게」

「……뭡니까」

「전방위 폭언, 그거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소대장이 조용히 탈출의 기회를 엿보는 동안, 그레이 선배는 로들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건 평소처럼 상냥하고 따뜻한 얼굴의 선배였습니다.

 

「너는 나랑 많이 닮았어, 로들리. 아마 생각하는 것도 비슷할 거다」

「……」

「너 말야. 전에 소속해 있던 부대의 녀석들과는 꽤 친하게 지냈었지? 생존자한테 들었다고」

 

 그런 그레이 선배의 말을 듣고 로들리의 안색이 변했습니다.

 

 로들리 군과 친하게 지내는 게 가능한 부대가 있었군요.

 

 어쩌면 이전 부대에서는 미움받을 말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 아프겠지. 사이 좋았던 녀석이 살해당하는 것은」

「……당연하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적이 밉기도 할 거야」

「당연하지!!」

 

 ……궤멸한 부대의 생존자는 각 소대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이동됩니다.

 

 로들리 군이 가백 소대에 전속해왔다는 것은, 그의 원래 소속의 부대는 아마도…….

 

「그래서잖아? 독설을 퍼붓고 전방위로 시비 거는 건」

「그건」

 

 그레이 선배는 거기까지 말한 뒤.

 

「어차피 죽는다면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역시나 눈물을 흘리고 있던 로들리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네겐 그런 방법은 무리다. 너는 너무 상냥해」

「……」

「너는 배속된 이후로 계속 동료의 동향에 신경 쓰고 있었잖아. 또다시 동료를 잃는 것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었겠지」

 

 이제 괜찮다. 그건 너의 몫이 아니야.

 

 그런 선배의 말을 로들리 군은 입술을 깨물면서 듣고 있었습니다.

 

「……설마 로들리 군은」

「그런 거야. 감사해 두라고 토우리. 이 녀석은 계속 폭언을 내뱉으면서도 자신보다 약한 토우리 쨩을 계속 감싸주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살아온 녀석이 홀로 고독하게 싸우려 하다니, 모순이라니까」

 

 그리 들으니 짐작 가는 부분은 잔뜩 있었습니다. 로들리 군은 우연이라고 했습니다만 그는 벌써 2번이나 저를 궁지에서 구해주었습니다.

 

 그것도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에.

 

「틀려……」

「그럼 어째서 나를 업고 도망치자는 말을 꺼낸 건데」

 

 그는, 로들리 군은, 저와 같았던 겁니다.

 

 동료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하지 않기 위해 차갑게 대하고, 그러면서도 상냥함을 버리지 못했다.

 

 제가 반사적으로 그레이 선배를 업어버린 것처럼, 그도 분명 반사적으로 저를 구하려 들었던 겁니다.

 

 실은 모두에 미움받아 혼자가 되고 싶은데도.

 

 

「틀려……, 나는……」

「좀 더 솔직해져라. 껍질 속에 갇혀 있지 마.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길러라. 이 이상 정신이 무너지면 죽음에 직결될 거다」

 

 

 

 

 ……그런 선배의 말이 끝난 직후.

 

 

「지금이다, 뛰어들어! 전력으로 달려라아아아!!」

 

 

 가백 소대장님의 호령이 울려 퍼졌습니다.

 

 

 

 

 

 

 

 황급히 저는, 로들리 군은, 참호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곤 소대장이 형성한 【순(盾)】 안에 들어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레이 선배애!! 나느은!!」

「이야기할 틈이 있으면 다리를 움직여 얼간아!」

 

 저는 이 중에서 가장 다리가 느립니다.

 

 그러므로 무아지경으로 다리를 움직이며 1초라도 빨리 안전한 앞 참호를 향해 달려갑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감싸지거나 하는 건 싫었다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레이 선배가 지키고 있는 참호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분명 우리의 탈출을 가늠해서 적이 좁혀온 것이겠죠.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등 뒤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립니다.

 

 그건 상냥하고, 따뜻하고, 멋있었던 그레이 선배의 거친 포효였습니다.

 

「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몇 초 만에 긁히듯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오, ……」

 

 이윽고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끊기고 말았습니다.

 

 

 저는 질주하는 소대장님의 등을 바라보며, 오열하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부터 그레이 선배에게 달려가서 마력 전부를 쏟아부으며 치료해도 구하는 것은 어렵겠죠.

 

 

 그레이 선배는 소대장님의 명령대로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저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그는 버리고 도망간 저희를 위해 필사적으로 응전해주었습니다.

 

 그가 목숨을 버려가며 벌어준 시간은 겨우 몇 초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조금……」

 

 그 몇 초 사이에 저희는 크게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무사히 후방 참호에 뛰어든 뒤.

 

 어딘가 멀리서 비통한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엄, 마아ー!!」

 

 

 

 최후에 희미하게 들렸던 그레이 선배의 단말마 소리는.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소대장님, 그레이 일등병을 버림말로 사용하신 겁니까!」

 

 안전한 참호까지 철수에 성공한 후.

 

 저와 로들리 군은 1시간 정도 말없이 그 자리에 계속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그래」

「어째서 이 라인을 확보로 전투를 종료하지 않으신 겁니까. 잔존 전력으로 돌파할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가능했다. 내가 10명만 더 있었다면 말이지」

 

 참호를 뛰쳐나왔던 순간에 총에 맞은 마류 씨는 이미 사망해 있었습니다.

 

 이걸로 오늘의 사상자는 3명이 됩니다.

 

「당신이 진군을 단념하기만 했다면!!」

 

 한편, 제가 조치한 베르디 하사는 무사해 보였습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현재 상황을 파악하곤 가백 중사에게 격노하고 있었습니다.

 

「명백하게 무모한 진군이었습니다.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군요」

「그러냐」

「이번 건은 보고하겠습니다. 전선 지휘관은 무의미하게 저돌적으로 맹진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대로 해라」

 

 하사는 격렬하게 상관인 가백을 질책했습니다.

 

 저는 말 없이 그런 베르디 하사와 가백 소대장의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여러 감정이 마비되어 그들의 말다툼에 아무런 감정도 품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총에 맞아 의식을 잃지만 않았다면……. 로들리 이등병, 토우리 이등위생병, 당신들은 다친 곳은 없습니까」

「……예에」

 

 이윽고 소대장님을 외면한 베르디 하사는 저희를 향해 사과해 왔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두 분께도 자세한 상황 등을 듣고 싶습니다만」

「……알겠, 습니다」

「소대장님의 진군 명령 시의 피해 상황이나 잔탄 수. 그리고 그……, 그레이 일등병은 최후에 어떤 말을 하셨는지. 괜찮다면 들려주시겠습니까」

「……」

「그것도 위에 보고할 생각이므로 부디」

 

 상관으로부터의 물음에는 허위 없이 정확하게 보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하사의 질문에 상세하게 대답할 만한 기운은 제게 없었습니다.

 

 이때의 저는 반쯤 빈 껍데기 같은 상태였습니다.

 

 

「……멋있었다」

 

 

 그런 베르디 하사의 물음에 답한 것은 로들리 군이었습니다.

 

「예? 멋……?」

「그레이 선배는 멋있었어. 그저 그뿐이야」

 

 로들리 군은 주먹을 꽉 쥐고 입술에서 피를 흘리면서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심하게 우는 그를 보는 것은 공전절후, 오직 이때뿐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처럼 도망치지 않았어. 누군가와 친해지면 언젠가 상처받을 거란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나 같은 놈을 지탱해줬어」

「……로들리 이등병?」

「그 사람은 전부 납득하고 가백 소대장에게 『고맙다』고 말하곤, 웃으면서 떠났어」

 

 눈물을 흘린 뒤, 로들리는 갑작스럽게 베르디 하사의 멱살을 잡아 올렸습니다.

 

 그 갑작스런 폭거에 베르디 하사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잘못됐을지라도 그레이 선배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보고는 하지 말아 줘 하사……! 그 사람이 가백 소대장에게 억지스러운 명령을 받았다던가, 그로 인해 죽어버렸다던가, 그런 선배의 각오를 모욕하는 듯한 보고는!!」

「지, 진정해주십시오, 로들리 이등병」

「나는, 나는 적어도 그 사람의 명예만은 지키고 싶어. 절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무슨 일입니까. 당신은 무엇을」

「그 사람은 가백 소대장의 명령을 흔쾌히 받아들이곤, 나나 토우리의 철수를 엄호하기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싸웠어」

 

 상관에게 덤비는 듯한 행동을 취했는데도 베르디 하사는 로들리 군을 꾸짖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런 거, 멋있다고밖에, 못하잖아……」

 

 너덜너덜하게 하사를 붙들면서 굵은 눈물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로들리 군」

 

 

 그레이 선배의 말은 제게도 크게 와닿았습니다.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지녀라.

 

 

 그건 분명, 제게도 결여되어 있던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동료의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런 신병은 분명 잔뜩 있었던 거겠죠.

 

 그러나 그런 상태로 부대 간의 연계를 취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등을 맡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아닌 인간과 함께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그레이 선배의 죽음을 슬퍼하며 나아가야만 하는 겁니다」

 

 

 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격양된 로들리 군의 팔을 잡고 하사로부터 떼어냈습니다.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로들리 군. 당신의 적은 하사가 아닙니다」

「……칫」

「베르디 하사께도 폐를 끼쳤습니다. 그는 분명 조금 지쳐있는 거겠죠」

「……」

「이렇게 말하는 저도 만만치 않게 지쳐 있습니다. 보고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예, 예에. 그런 것 같군요」

 

 이대로 로들리 군이 분쟁을 일으키면 또 소대장님에게 징계를 받아버리겠죠.

 

 소중한 은인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로들리 군과 베르디 하사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했습니다.

 

 

「그리고 로들리 군」

「뭔데. 이제 알았다니까」

 

 

 그러곤 그대로 그의 손을 잡고.

 

「오늘, 위험에 빠졌을 때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당신도 멋졌다구요」

「……읏!」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그저 똑바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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