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스포주의)


 이것은 마지막 발악.


 최후의 일격을 버티려는, 발악.


 그렇기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마 마지막이 될 교환을.


 잔뜩 일그러져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을.


 혐오와 분노로 뒤틀린 얼굴을.


 이를 악물고 힘을 짜내는 핏줄을.


 그리고 마주 보는 눈에는.


 분노와 증오...


"...동경...?"


 움찔.


 아버지의 자세가 흐트러지고, 온몸에서 힘이 사라졌다.


 곧바로 망치로 내랴쳐, 짓이길 수 있을 만큼.


 그렇지만.


 나는 망치를 되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계속 숨겨 오시던... 감정..."


"..."


 이제 알겠다.


 왜 아버지가 이리도 뒤틀렸는지.


"동경하신 거죠?"


 아버지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다.


"...꿈과 희망... 밝은 영웅..."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분노가 아닌, 다른 감정으로.


"...닥쳐."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아름답고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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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가.


 동경했던 이에게 닿기 위해서.


 버려 갔던 과정.


 별을 손에 넣기 위해.


 자신의 무언가를 버려 가며, 사다리를 쌓아 하늘로.


 그엇은 아름다운 광경이다.


 희생, 성찰, 경험, 노력, 단련.


 하나씩 계단을 오르는 과정.


 그렇지만 그것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인간을 버려 가는 과정이라고.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완전무결한 영웅에 닿기 위해서.


 생명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선을 수호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자신의 정의를 굽히지 않는.


 굳건한, 무너지지 않는.


 창작물 속에 존재하는 영웅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성을 버림으로써.


 별을 손에 넣은 존재는.


 꿈과 희망을 얻은 그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자신이 오른 높은 탑 위에서 세상을 둘러보았다.


 이제 다 괜찮을 거라고.


 별처럼 빛나는 자신이 있으니.


 세상은 노이즈 너머 네모난 세상처럼, 밝고 아름다울 거라고.


 그리고, 탑은 무너진다.


 별에 닿기 위해 쌓은 탑이 무너져.


 검은 오물에.


 여전히 뒤틀린 세상에.


 역겨운 현실에.


 잠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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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를 높인다.


 모두에게 들리도록.


"...모두가 틀었어."


 처음부터 우리는 틀려있었다.

 

 "...파()가 아니야."


 이것은 의지를, 결의를, 믿음을 꺾는 싸움이 아니다.


 "...크림슨★해머도 아니고."


 그에게 정의를 되찾게 하는 싸움도 아니다.


 "...블랙 머라우더도 아니지."


 그의 깊은 분노를 이겨내는 싸움도 아니다.


 쾅. 쾅. 쾅.


 빠루가 내려친다.


 더욱 커진 힘으로.


 망치가 일그러질 정도로.


 그 입을 멈추라는 듯.


 그렇지만, 멈추지 않는다.


 이게, 진실일 테니까.


"...당신은 이하람이야."


 쾅.


 그래.


 이건, 처음부터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당신은 계속 말했지."


 쾅.


 자신은 크림슨★해머가 아니라고.


 자신은 블랙 머라우더가 아니라고.


 우리는 파()가 아니라고.


 "...그래. 이하람이야. 아무것도 아닌 그냥 이하람."


 쾅.


 방과후 텔레비전에서 방연되는 마법소녀 만화를 바라보는, 아이.


 그때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었을까.


 어쩌면.


 이건, 자신을 보아달라는.


"..."


 빠루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처량한 얼굴로.


 인간 이하람이 나를 바라보았다.


 피거품이 아닌, 투명한 물이 흐르는 눈으로.


 "아하... 아하하하하."


 처령한 웃음을 내뱉으며.


 정의 속에 숨긴, 어둠과 분노.


 그리고, 그보다 더더욱 아래에 숨겨진.


 동경과 갈망.


 우리는 그것을 보아야 했다.

 


마법소녀 아저씨 583화 - 크림슨★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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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583화 보면서 눈시울 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