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여장 소설이 있었다.

여장해서 용사 파티에 짐꾼으로 잠입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사랑과 치정의 이야기였다.



귀족 영애 대마법사.

뇌근육 중갑전사.

메스가키 성녀.

그리고 착하지만 순진한 용사.



"어머나, 짐꾼, 짐이 조금 가벼워보이는군요. 이것도 드는 거시와요."



"하, 고작 그 정도로 힘들어? 용사 파티에 들어온 자로써 부끄럽지도 않나?"



"허접~♥ 축복이 없으면 우리를 따라오지도 못하는 허접~♥"



"다들! 짐꾼을 괴롭히지 마세요! 아무리 노력해봤자 짐꾼은 거기가 한계일 뿐이니까요. 너무 괴롭혀서는 안됩니다."



마왕을 해치우기 위해 떠나는 여정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는 고통받는다.


그리고 짐꾼 주인공이 여장임을 밝힘과 동시에 그들을 범하는, 그런 통렬한 복수물.

사실 모두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그런 순애 하렘물.

나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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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뜬금없는 전개라고 생각되지만, 모두 TS라는 걸 알고 있을까?

Trans Sexual, 바로 성별 반전이다. 

남자는 여자가되고, 보추는 메스가키가되는 비합리적인 장르다.



가슴이나 자궁은? XY염색체는? 아니 그보다 아랫도리는?



TS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들은 이러한 의문이 수없이 떠오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여기는 여장소설 [틋채니아]속의 세계.

그리고 나는 그 소설의 짐꾼 주인공 [시아 더 틋녀]가 되었다.

TS 당한 채로.



하지만 큰 문제가 생겼다.

이 소설은 TS없이도 이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빙의되었다고 한들, 한낱 독자인 나 따위가 이 세계를 망쳐도 되는 것일까?

절대로 아니었다.

그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소설은 하나의 세계이며, 나는 내가 그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할 만큼 오만하지는 않았다.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외쳤다. 



"즉, 나는 TS된 상태에서 이 소설을 무사히 끝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난데없이 빙의되어서 어리버리하던 찰나에, 옆 방에서 짜증내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아!!! 시끄럽사와요! 닥치고 당장 방으로 들어오는 거시와요!!!"



어라? 주인공 이 녀석, 뭔가 하던 중이었나 보다.

나는 목소리의 주인공, 옆 방의 대마법사를 찾아갔다. 



.



눈앞의 금발 세로롤 머리의 귀족 영애가 소리쳤다.



"시아! 천박하게 방에서 소리치지 않는 거시와요!"



"어...넵"



밤중에 방에서 소리쳐서 미안합니다.



판타지 배경이다보니까 생각보다 방음이 안되는듯 했다.

그녀는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아 보였고, 곧바로 그녀의 본론을 꺼냈다. 



"그리고 포션은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그랬사와요! 흥! 마왕을 무찌를 때에도 그러더니, 끝까지 제 역할을 못하는 거시와요." 



"에, 에? 죄송합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대마법을 남발하는 대마법사 영애는 마력이 부족해지면 굉장히 예민해졌다.

그리고 그 예민함의 대부분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으로 해소했다.



이 몸의 기억에 따르면 분명 마력회복 포션을 30개나 준비해서 가져왔건만.

막상 저 세로롤 마법사가 찾아보려하니 다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원인을 알고 있었다.



'저, 저 저년 또 포션 지가 숨겨놓고 나한테 꼬장부리네!!!'



소설 속에서도 몇 번이나 나온 이야기였다.

일부러 포션을 숨겨놓고서는, 포션이 없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말하면 눈먼 파이어볼이 날아와 '짐꾼이었던 것'이 될 게 뻔했으니까.



"하? 남이 말하는데 뭘 그리 생각하는 거시와요! 당장 시장에 가서 사오는 거시와요!"



"넵, 알겠습니다!"



.



귀족 영애의 꼬장에 떠밀린 나는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여기가 마을 근처라 다행이었지, 사막 한복판이거나 정글 한가운데였어도 똑같은 소리를 할 성격이었으니까.



"일단 옷부터 제대로 갈아입어야겠지?"



아무리 급해도 잠옷을 입고 나갈 수는 없었다.

이전 몸에 있던 기억 대로 가슴에 붕대를 차고...



"으읏, 압박 붕대 이거 왜 이렇게 조여?"



실패했다.



TS의 부작용인지 작용인지 가슴이 조금 튀어나와서, 이전처럼 조이다가는 숨도 못 쉴 정도가 되었으니까. 



"그, 그럼 조, 조금 헐렁한 옷으로 커버하면 되겠지!"



헐렁헐렁.



"가랑이가 다 보이잖아!!! 이 녀석 옷은 죄다 왜 이렇게 큰 거야!!!"



참고로 소설 속의 주인공이자 나의 과거는 여성용 속옷을 따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냥 사각팬티로 대충 때우고 다녔다는 말이다.



'이 미친놈은 여장한다면서 팬티가 이게 말이 돼?'



이런 옷을 입었다가는 하반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숨기고 돌아다녀야 할 것이 뻔했다.

나는 그런 대참사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바지, 그래 바지를 입자! 여자가 남자 바지를 입는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고..."



스르르르륵.



"흐어어어 바지 내려간다아아아ㅏㅏ!!! 다른거!!! 다른거 없냐!!!"



밖에 나가려고 하니 뭐 맞는 옷이 없었다.

TS 당하는 과정에서 몸매와 체형이 약간 바뀐 것만으로 옷이 죄다 맞지 않게 된 것이었다.

애초에 주인공은 남자였으니 옷 사이즈라던가 깊게 고민할 성격도 아니었을테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파티원에게 옷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녀? 아니 그 메스가키가 옷을 멀쩡히 빌려줄 리 없고..."



그녀에게 옷을 빌리러 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일단 먼저 무릎을 꿇고...



'자비로우신 성녀님 제발 옷을 빌려주시옵소서!'



'허접~♥ 어제 입었던 옷들은 전부 내다 버렸어?'



'틋채니아의 신 주황딱지에게 맹세라도 할 테니까, 제발!!'



'알몸으로 운동장 세 바퀴 돌고오면 한 번 고민해줄게~ 옷도 없는 허접~♥'



'할 리가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놀림당하는 모습만 떠오를 뿐 옷을 빌려주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파티원을 고민해야 하는데.



"전사는 사이즈가 전혀 다르니 불가능. 뭐 키가 꽤 크니까."



180? 이 육체의 기억을 뒤져봤을 때 그정도 나올 것 같았다.

지금 내가 한 140~150정도니까, 머리 하나 정도 차이군.



"남은 건 용사뿐인가..."



인류의 희망이자 인간의 한계.

타고난 선성으로 성검을 뽑아든 전처녀.

일격에 마룡을 찢어버리는 초인.



그리고 타고난 빡대가리.



'아무리 순수한 얼굴로 아무생각없이 멕이는 게 특기여도, 착하긴 하니까 옷 정도는 빌려주겠지.'



나는 용사에게 속옷을 빌리러 가는 것이었다. 



.



용사가 머물고 있는 곳은 다른 파티원들과 약간 떨어진 장소였다.

나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용사님 계십니까?"



"으음. 시아, 무슨 일이야? 또 누가 장난쳤어?"



"아니 잠시 시장에 나갈 일이 생겼는데 말이죠..."



막상 속옷 빌려달라는 말을 입으로 꺼내려니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말로 빨개진 게 아닐까.

거울을 볼 수가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볼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여자가 되서 이런 부끄러운 말을 해야 한다니...응? 남자였어도 여자한테 속옷 빌리러 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지?'



성별에 관계없이 속옷을 빌리는 일은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 맞았다.

나는 포기하고 그녀에게 솔직히 말했다.



"그, 속옷이 없습니다! 용사님 속옷을 빌려주세요!"



"평소에 입던게 있잖아. 그건 어디다 두고? 너 설마 평소에도 노팬티로 다녔던거니?"



나는 이상한 오해를 하려고 하는 용사에게 기겁하며 정정했다.



"아니, 평소에는 잘 입고 다니는데, 오늘 보니까 사이즈가 맞는게 없습니다."



"갑자기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야?"



왜 이럴때만 똑똑해지는 건데!

소설같은 멍청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달라!



속옷 이야기가 나오자 유난히 지능이 올라간 용사를 보며 나는 TS가 들킬까 떨고있었다.

용사는 지성이 넘치는 눈빛으로 나를 초롱초롱 바라보았다. 



"시아 설마 너 진짜로...! 아니 묘하게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사실 뒤에서 성녀랑 전사가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었기는 했지만."



저 없는 자리에서 뒷담을 깠다는 걸 제 앞에서 말하는 이유가 뭔가요. 용사님아.



"사실 시아가 남자일 수도 있다는걸! 아니 남자라는걸!"



"어, 어 아, 아, 아니, 아닌데요?"



그녀의 발언을 들은 순간 내 뇌리에서는 소설의 한 장면이 지나쳐갔다.



어, 이거? 그 장면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 남자인걸 들킨 짐꾼이 용사한테 교배프레스를 하는 장면이 아닌가?



원래 스토리대로라면 분명 내가 해야 할 행동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런, 이미 눈치 채고 있었나?'



'우리 파티에 남자라니 상스러워!'



'하 상스러워? 조금 있으면 내 물건이 네 몸을 들락날락할건데 말이야.'



'시, 시아?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짐꾼 일을 통해 기른 근력으로, 용사를 들어올려서 교배프레스.

그렇게 용사는 타락하고, 또한 나머지 파티원들을 타락시키기 위한 교두보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아랫도리는 NULL EXCEPTION이자 404 NOT FOUND.

교배프레스를 위한 필요조건이 없는 것이다.



나는 당황했다.

그러나 내 당황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원작대로 흘러갈 뿐이었다.

용사는 나의 대사를 기다리지 않고 저 멀리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우리 파티에 남자라니 상스러워!"



나는 생각했다.

아랫도리가 없지만 교배프레스를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리없는 아우성, 아니 남자없는 교배프레스!



아니야 미친놈아!!

신체가 말랑한 소녀가 되어버렸다고 뇌까지 말랑해진거냐!!!



내 대뇌의 회전속도는 마하를 향해 달려갔다.



"요, 용사님! 만약에 제가 남자가 아니라면? 사실 여자였다면?"



"하? 그럴리가 없잖아! 설마 성녀님이 거짓말을 했을리가!"



이 순수한 용사년아, 너는 몇 년간 옆에서 봐온 동료보다 성녀의 말 한마디가 더 무겁더냐.

아니 생각해보니까 성녀도 몇 년간 함께해온 동료긴 한데.

너도 그 녀석 인성 알잖아.



나는 최대한 불쌍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의 하나, 제 아랫도리가 뿅 하고 사라져서 여자가 되었다면요?"



"아랫도리? 무슨 말을 하는거야?"



어? 

얘 혹시 남자가 뭔지도 모르나?



그럴 법도 한 것이, 소설상의 용사는 옛날부터 진짜 검술 연습만 했으니까. 

영웅은 성교육따위 안 받는다...는건가.



나는 혹시나 해서 한마디 더 덧붙여 질문했다.



"남녀의 차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키가 좀 크고, 목소리도 좀 굵고 그정도 아닌가? 그러고보니 시아 너는 평소보다 키가 좀 작은거 같은데...목소리도 조금 가는 것 같고."



어라?

얘 진짜 모르는데?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나는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자, 용사님?"



"으, 어 시아야? 왜 갑자기 그런 표정을 지어? 조금 무서워."



"백합 교배프레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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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써오면 파딱이 TS약 준다고 그랫어요

파딱은 어서 ㅇ약 주세여 

PS) 나 같은 글못도 쓰는데 야강개물들이 만이만이 나서서 대회 만이만이 참가해야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