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딸 존나 극혐하는데 가업 때문에 억지로 트레이너가 된 주인공
주인공은 어떻게든 트레이너를 때려칠 궁리만 했음

단거리 특화인 바쿠신한테 장거리용 훈련 메뉴를 시킨다든지
양갓집 규수인 맥퀸 앞에서 일부러 군것질을 하며 약을 올린다든지
보드카랑 라이벌인 다스카 앞에서 일부러 보드카를 추켜세운다든지
루돌프 학생회장을 동경하는 테이오한테 언제까지 회장 꽁무니만 따라다닐 거냐고 일갈한다든지
자기 자랑만 하는 오페라한테 잘난 척하지 말라고 야단치는 등
일부러 담당 말딸들에게 미움받을 것 같은 짓만 해서 전속 계약을 해지할 구실을 만들려 함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번번이 역효과만 났음

바쿠신은 트레이너가 자신을 믿어준다 착각하고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한 결과 정말로 장거리에서도 승리하기 시작했고
맥퀸도 트레이너가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거라 생각하고 더욱 굳게 참고 견뎌서 체중 관리에 성공하며 봄의 천황상을 제패
다스카는 처음엔 엄청 반발했지만 나중에는 보드카와의 경쟁심이 좋은 동기부여가 되면서 일취월장, 결국 보드카를 멋지게 이기면서 자신이 이기게 도와준 트레이너에게 푹 빠짐
테이오도 루돌프처럼 되고 싶다, 가 아니라 루돌프를 뛰어넘고 싶다, 라는 목표를 세워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 끝에 마침내 동경하던 루돌프를 이기며 모두에게 제왕으로 인정받게 되고
오페라도 큰 충격을 받아 슬럼프를 겪나 싶더니 스스로 반성하고 '겸손함'을 깨우치며 대오각성, 자존감과 실력, 그리고 신사적인 태도를 겸비한 진짜 세기말 패왕으로 거듭나버림

그렇게 말딸들로부터의 열렬한 사랑에 시달리던 어느 날
테이오가 그만 레이스 중에 골절상을 당함
부상이 너무나 심각해 더 이상의 레이스 출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트레이너는 이를 기회로
자신은 담당 말딸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무능한 자이며, 말딸의 소중한 꿈을 망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직한다며 이사장에게 사직서를 제출

사직서를 읽으며 점점 굳어가는 이사장의 표정에
트레이너 또한 아싸 퇴직각이다, 라고 내심 쾌재를 불렀는데
한참 후 이사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감동!! 마지막까지 자신의 담당 우마무스메와 운명을 함께 하는 그 책임감이야말로 트레이너로서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시발 이게 뭔 소린가, 하고 있으니
이사장실로 테이오를 비롯한 담당 말딸들이 들어옴
하나같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렇게 멋진 사람이 우리 트레이너라니 꿈만 같다,
자신도 트레이너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등의 찬사를 쏟아냄

거기서 마지막 이성의 끈이 끊어진 트레이너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냐,
내가 정말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아느냐,
난 처음부터 너희 같은 괴물이랑 잘 살아볼 생각따윈 없었다,
라며 소리치지만
그 누구도 화를 내기는커녕 놀란 기색조차 없이
우리 트레이너님은 농담도 참 잘 하시네요, 하고 빙긋 웃을 뿐
그러고는 많이 힘들 텐데 오늘은 이만 가서 쉬자며 다같이 붙잡음

당황한 트레이너는 발버둥치며 저항해 보지만 말딸들의 상대가 될 리는 없고
그 순간 모두의 눈이 시커멓게 죽어있는 것을 보며 좆됐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됨




이런 괴문서도 있을법한데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