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umamusume/54067719




"어디로 간 거지....?"



에어 그루브는 도망친 자신의 트레이너를 쫒고 있었다.


오늘은 6발 밖에 못 뽑았는데...도망을 쳐? 오늘 저녁에 30발은 뽑아주지.

라는 결심을 하며 트레이너의 흔적을 추적했다.


지나가는 우마무스메들에게 물어물어 흔적을 쫒아간 끝에, 교내 카페에서 음료를 고르던 트레이너를 만났다.



"네놈..."


에어 그루브의 트레이너는 등 뒤에서 들리는 싸늘한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아..하하...그루브 왔구나?"


"감히 허락도 없이 도망을 치다니...방과 후에 두고 보자고..."


꿀꺽.


자신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음에도, 트레이너의 표정은 의외로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건 그거고...음료수 하나 마실래? 날도 더운데. 내가 사줄게."


확실히.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에서 트레이너를 쫒느라 에어 그루브는 목이 말랐다.


"그런가...그럼 레몬 아이스티 한 잔 부탁하지."


"그래, 먼저 자리 잡고 있으면 그쪽으로 갈게."



에어 그루브가 등을 돌려 카페의 빈 자리로 향하자, 트레이너는 남몰래 웃음을 지었다.


소매에는 약병을 숨긴 채로.



"그래서...왜 도망친 건지 설명 좀 해봐라. 뭔가를 잘못 먹기라도 한 건가?"


트레이너가 음료수를 가지고 자리에 앉자, 에어 그루브는 해명을 요구했다.


"매일 너무 심해...계속하면 나 진짜 죽는다고..."

에어그루브는 턱에 손을 얹고 고민했다.



확실히.


말딸과의 뾰이는, 착정이 아닌 착즙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남자의 정신과 인자즙을 쪽쪽 빼낸다.

강한 힘에 묶여 벗어날 수도 없는 채로, 계속계속 짜내지는 것이다.

심지어 한두번으로는 만족하지도 않아, 우마무스메들이 만족할 때까지 짜이면 보통 남자는 미라가 된다.

그래서 우마무스메들은 웬만해선 목숨이 아슬아슬한 때에 멈추지만, 부족한 건 부족한 것이기에 정기가 더 고프면 고팠지 만족하지는 않는 것이다.

모자라기에 갈망하고, 갈망하기에 착취하지만 남자쪽의 목숨을 생각하면 만족할 때까지 할 수가 없다.

무한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에어 그루브도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알 바가 아니었다.

나를 못채워주는 트레이너가 문제지, 내가 문젠가?


그래도...저렇게 비쩍 마른 트레이너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에 약간의 동정심을 들게 만들었다.

도망은 괘씸하지만, 그래도...오늘은 7발만 더 뽑자.

"알았다...나도 조금은 자중하도록 하지."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인 음료수 잔에 손을 뻗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연구실.

"그래...그것과 그걸 조합하면...이런 효과가 나오는 건가..."


며칠 전 사라진 약품들.

그것의 종류와 용량을 측정하고, 이런저런 조합을 해 보니...

"신기하게도, 우마무스메의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녀 앞에 앉아 듣고 있는 사람은, 타키온의 트레이너.

「우마뾰이 특효약」이 퍼지기 전부터, 정상체중을 유지한 몇 안되는 트레이너였다.

(나머지는 하루 우라라나 니시노 플라워, 마야노 탑건 등의 아직 성에 눈뜨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트레이너다. 이 점에서 그는 유일하게 짜내지지 않은 고등부 트레이너다.)


"그래? 그것 참 신기하네."

물론 그도 트레이너기에, 동료들이 어떤 약을 만들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타키온에게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친했던 동기가 골반이 뒤틀려 아직까지도 회복 중이고, 착한 후배가 피골이 상접한 채로 영양제를 쪽쪽 빨며 다니는 것을 보고는, 지금의 상태가 오히려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 양쪽 모두에게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트레센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면 기껏 자리잡은 평화가 무너질 수 있기에, 그는 말을 아꼈다.

"그런데 모르모트 군...."

"응? 왜?"

타키온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 약에는 부작용이 한 가지 있다네."

"부작용이라고...?"

"그래. 부작용 말일세."


"대체...무슨 일이길래?"

"아 뭐 별것 아닐세. 부작용이라 부르기도 애매하고."

"더 궁금해졌는걸."

"그래 뭐 말해주지. 대단한 비밀도 아니고. 어짜피 자네도 알지 않은가?"


올려다보는 음흉한 시선.


타키온은 트레센에 약이 퍼졌다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모를거라 생각했나? 나도 우마무스메일세. 냄새가 변했다는 것 정도는 알아. 그 전에, 다른 트레이너들이 다시 살이 붙는다는 걸 눈치 못 채면 맹인이지."

"윽....."

"안심하게나, 별로 뭐 하지는 않을 테니. 나도 비쩍 마른 해골들보단 사람이 걸어다니는 게 더 보기 좋고 말이야."

"그건 다행이네."

"다시 아까 하던 부작용 이야기 말인데...뭐 재차 말하지만 진짜 별것 아닐세. 약을 마시면, 성욕이 확 줄어들고 집중력도 높아지지. 성격도 좀 고분고분해지고. 만능 약인건 맞아. 그런데 힘조절을 약간 못하게 되지."

"힘조절?"

"그래. 그게 끝일세."

"뭐야...난 또, 괜히 걱정했잖아."

"계속 말하지 않았는가? 별것 아니라고."



그렇게 둘은 웃으며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큰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