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는 겁니DA!”



한가한 오후의 교실에서, 한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들은 건, 최대한 바람이 많이 부는 자리를 찾아간 당대 최강의 여고생 둘.





“오오, 바다라 그거 좋은걸~.”


“좋네요, 바다!”


“세이짱도 스페짱도, 역시 말이 통하는겁니DA!”




‘트릭스터’ 세이운 스카이.


‘일본총대장’ 스페셜 위크.


‘괴조’ 엘 콘도르 파사.





훗날, 이런 어마무시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이 찌는 듯한 더위 앞에서는 흔하디흔한 사람..아니, 우마무스메와 다를 바 없었다.





“최근 날씨가 이상해져서 말이야, 푹푹 찌는 교실보다는, 역시 바다를 보고 싶어지지~.”


“네! 수박에 이카야키에 빙수까지..!”


“거기에 서핑과 스노클링까지! 재미있는 것 투성이입니DA!”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함이 증폭되는 날씨라서 그랬던 걸까.


세 사람은 금세 바다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유독, 드물게도 세이운 스카이가 의욕을 내면서 말을 이었다.





“낮에는 느긋하게 낚시도 하고, 저녁에는 불꽃놀이, 마지막으로 밤에는 담력 시험까지.”


“네! 낮에는 야키소바, 저녁에는 다코야키, 야식으로 우동까지..!”


“스페짱은 아까부터 먹는 이야기 투성이입니DA?!”


“그야, 여름은 먹는 계절이니까요!”





확신을 가진 스페쨩의 대답에, 엘은 박력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최근 들어 시원한 하늘을 그리워하는 맘보를 떠올린 그녀가, 대화 주제를 이으려고 한 순간.


둘의 열기를 식히는, 느긋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아무 데도 못 간단 말이지, 여름 합숙이든 뭐든.”






그 말에, 먹을 걸 상상하며 침을 흘리던 스페셜 위크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놀란 눈의 엘 또한 마찬가지였다.






“엑?! 정말인가요?! 세이쨩?”


“최근 납치 사건이 너무 많으니까~. 학생이든 트레이너든.”





김이 팍 샜다는 듯이, 세이운 스카이는 뚱한 표정으로 책상에 얼굴을 대며 말했다.


최근 트레센 학원에서, 담당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가 동시에 납치당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 사건의 특이사항으로는, 대다수의 피해자는 부상을 입었거나 졸업 예정인 선배들과 그 담당 트레이너였다.


일각에서는 테러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실상과 거리가 먼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 담당 트레이너’가 없는 세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바다는 중요합니DA!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고 맙니DA!”


“바다가 그렇게까지 중요했던걸까나.”


“바다에 가면 많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습니DA! 숨기고 있던 감정도 발산할 수 있고, 스페짱의 공복도 해결할 수 있습니DA!”


“그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인데 말이야.”


“잠깐?! 저, 그렇게까지 먹보는 아니에요!”





그녀가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순간.


멀리서 다른 두 사람의 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세 분이서 무얼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으신가요?”


“돌아왔어, 아무래도 그루브 씨는 없었던 모양이야.”






‘불사조’ 그래스 원더.


‘세대의 킹’ 킹 헤일로.


그녀 둘이, 선풍기 소리와 매미 소리가 교차하는 교실에 다시 돌아왔다.


그러자 설득력 없는 이야기를 듣던 세이운 스카이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어~. 어때, 학생회실은 시원했어?”


“아무래도 인내심이 좋으신 분들이니까요, 큰 차이는 없었답니다.”


“그건 유감이네.”


“그리고, 여전히 학생회장은 없는 모양이야, 이 킹의 발걸음을 소용없게 한다니.”


“가위바위보에서 졌으니까, 불만은 없잖아?”





‘그건 알고 있어.’ 라 말하며, 킹 헤일로는 먼저 앞장서서 친우들의 자리에 다가갔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살며서 웃으며 바라보던 그래스 원더도, 그 뒤를 따라갔다.


한 시대를 풍미한, 황금 세대가 모두 모인 순간.


스페셜 위크의 궤변을 듣던 엘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스페셜 위크도 이 주제를 오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눈치껏 이야기를 멈추어주었다.





“...하아, 역시 바다가 그립습니DA...”


“바다? 너희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거야?”


“저희들, 다 같이 바다에 가기로 했습니DA!”


“거기까지 이야기하지는 않았지?”


“좋네요! 저, 스즈카 씨에게도 권하고 올게요!”


“아니, 무리야 무리.”





일자 눈으로 손을 휘젓는 세이운 스카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래스 원더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과열된 친구들을 제일 먼저 진정시켜주는 건, 언제나 그래스 원더였다.






“그래도, 가까운 바다라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가까운 바다?”


“예, 그렇게 멀지 않은 바다나 수영장에라도 간다면,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헤에, 그거는 좋겠네, 이 사고뭉치들도 조용해질 테고.”





하다못해 이동 거리라도 짧아야, 이들이 사고를 낼 확률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


이 개성 넘치는 동기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부회장에게 덜 혼날 수  있을 선택지를 고민하던 킹 헤일로.


하지만 그런 고민을 박살 낼 한 마리의 괴조가, 책상을 거세게 내려쳤다.


그래스 원더의 제안을 듣고는, 어떤 발상을 떠올린 듯 보인 그녀가, 그래스 원더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그거입니DA!”


“...엘?”


“우리가 바다를 만들면 되는 겁니DA!”


“오오, 그거 명안이네.”


“세이쨩?!”





재미있는 사건의 예감이 들었는지, 세이운 스카이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그리고 괴조는, 그녀의 호응에 힘입어 날뛰기 시작했다.





“모래는 운동장에 잔뜩 있고, 물은 수영장에 있는겁니DA!”


“잠깐, 너 스스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우리가 느끼고 싶은 건 바다! 그렇다면 모래사장과 파도를 만들면 되는겁니DA!”


“...가지가지하네, 정말로.”


“킹, 너무 오래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거예요.”





편두통으로 컨디션이 떨어지는 그녀와 별개로.


더위 먹은 괴조는 계속해서 궤변을 이었다.






“스페짱, 먹을 건 사 오면 되는 겁니DA! 우리는 교실에 해변가를 만드는겁니DA!”


“여,역시 무리가 아닐까요 엘짱..?”


“식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DA!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페짱의 힘이 필요합니DA!”


“하겠습니다!”





최근 용돈을 잔뜩 받았던 탓에, 지갑 사정이 여유로웠던 엘 콘도르 파사의 발언.


하지만 이 자신만만한 발언은, 그녀의 지갑이 다시 가벼워지는 원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사실을, ‘아직은’ 깨닫지 못한 엘, 그녀는 이제 다른 조력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들, 바다를 만드는 겁니DA!”


“...아니, 그건 역시나 무리..”


“왜요?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우후후.”


“그..그래스 원더?”


“나도 찬성~ 한 번 해보자고.”


“세이운 스카이, 당신까지?!”






세이운 스카이는, 이렇게 스페셜 위크나 엘 콘도르 파사가 폭주할 때 거드는 척, 구경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스 원더까지 동참하다니, 최근에 담당 트레이너가 생기더니 성격이 변했던 걸까.


편두퉁 기미가 점점 심해지던 킹 헤일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나는 거절하겠어. 시간 낭비는 질색이야.”


“왜입니KKA?!”


“왜라니, 바다를 만들다니, 무리일 게 뻔하잖아.”


“그..그런..”


“아무리 그렇게 쳐다봐도 안 돼,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미 없는 일을 하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애절한 동기들의 요청을 무시한 그녀가, 교실의 뒷문을 연 순간.








“바다? 바다에 가는 거야?”




화창한 미소의, 분홍빛의 작은 우마무스메.


하루 우라라가, 킹 헤일로의 시선 바로 아래에 있었다.


오늘도 더트의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하고 왔는지,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바다’ 소리에 이끌린 그녀가 말했다.






“좋겠다~. 우라라, 친구들이랑 바다에 가보고 싶었어!”




하루 우라라는 매번, 여름 시즌에 원정 경기를 나갔다.


그리고 트레센 학원에서도, 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던 하루 우라라를 여름 합숙에 동참시킬 리 또한 만무했다.


물론 하루 우라라가 순위권에 입상하거나, 착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라라와 같이 여름 합숙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으나, 학생회에서는 매번, 그 요청을 거부해왔다.






...그런 하루 우라라는, 아직도 여름 합숙이 취소되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을 마주한 킹 헤일로는,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에헤헤, 바닷물은 어떤 맛이려나, 정말로 짤까나?”


“...”


“우라라, 친구들이랑 바다에 가지 못했으니까, 한 번쯤은 친구들이랑 가보고 싶어!”


“.....”


“에헤헤, 킹 쨩도 그렇지? 그렇지??”


“...우라라 양.”


“어? 왜 그래?”


“잠깐만.”






울먹거리는 스페셜 위크와, 숙연해진 다른 동기들을 돌아본 킹 헤일로는.


분명 아까까지 편두퉁에 시달렸지만, 어느샌가 컨디션이 극도로 좋아져 있었다.


역시, 가장 우라라를 걱정하던 킹 헤일로다운, 당당한 태도의 그녀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만들자, 이 아이의 바다.”


“킹...”


“흥, 이 킹 헤일로에게 친구를 위한 바다를 만드는 것 정도야 낙승이야, 빨리 시작하자고.”


“알겠습니DA!”


“보고 있어, 우라라 양, 최고의 여름을 만들어 주겠어!”






‘어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던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킹 헤일로는 보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우라라, 엄청나게 기뻐!”




방긋 웃는 하루 우라라의 미소에, 황금 세대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스 원더, 제안했었던 트레이너 합숙에 관한 건이다만...”





교실로 돌아온 에어 그루브의 눈에 들어온 건.







사온 여름 간식거리들을 꺼내면서 반절은 이미 먹고 있는 스페셜 위크.


대형 선풍기를 틀고는, 파도를 만들고 있는 그래스 원더.


책상에 올라 다이빙 준비를 하는 엘 콘도르 파사.


사물함에 올라 장난감 낚싯대로 낚시하는 세이운 스카이.


하루 우라라에게 필요한 건 없냐고 묻고 있는 킹 헤일로.


그리고, 간이로 만든 바다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하루 우라라였다.







...물론, 교실 바닥에 마구잡이로 널려 있는 모래알.


그녀들에 멋대로 가져간, 축제용 장식들과 수영장의 도구들.


그리고, 어디선가 뜯어온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 등으로, 난잡해진 교실 그 자체 또한 눈에 들어왔다.









지극히 당연히, 그녀들이 설교를 듣고, 모래투성이가 되어버린 교실을 깔끔하게 청소하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루 우라라에게도 질책하려던 에어 그루브는,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하는 하루 우라라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뒷정리를 놀이로 알고 성실히 도와주는 그녀였기에, ‘이걸로 되었나.’ 하고 멋대로 납득했다.


또한 그래스 원더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후일 학생회로 그녀를 직접 부르자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회장이 없는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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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좋으면 후편도 씀, 황금 세대의 다른 일상이나 루돌프나 그래스 원더 순애물 같은 거


개똥찌끄레기 필력의 괴문서 봐줘서 고맙다 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