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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마장 시리즈 하나 들고 와봄




〇월 ✕일 맑음. 컨디션 : 양호

오늘은 고루시쨩 야끼소바를 교내에서 팔고 다녔더니 갑자기 에어 그루브에게 제지당했다.

또 "교내에서 잡상인 짓은 그만둬라"라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천재 고루시쨩, 곧바로 "아, 이거 뭔가 저질렀다"라고 깨달았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아무튼 교무실로 가란다.

하아, 이번엔 왜 뭘로 선생들의 분노를 산 거지.

하지만! 요즘은 야끼소바 장사도 제법 진지하게 하고 있었고 뭣보다 메이크 데뷔를 위해 진지하게 트레이닝(마작)도 했었다고.

혼날 만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교무실에 갔더니 웬걸, 요점은 지금 이대로라면 내가 퇴학당할 지도 모른단다.

언제까지고 담당 트레이너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생들도 뭘 모르는구만.

이 파천황 고루시님께 완벽하게 따라와주는 트레이너가 없는 거라고.

뭐, 이대로 퇴학당하는 것도 좀 그렇고 뭣보다 트윙클 시리즈에서도 달리고 싶단 말이지.

할 수 없지, 내일부터 야생 트레이너 포획 작전 개시다!



〇월 ☆일 맑음. 컨디션 : 보통

의외로 야생 트레이너가 안 보이네.

다들 누군가의 담당을 맡고 있어.

오전에 나카야마 페스타와의 내기에서 이겨서 받아낸 트레이너 명단을 보니, 올해 신인 트레이너는 꼴랑 1명이었다.

이거 어쩌면 다른 우마무스메에게 이미 뺏겼을 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담당이 없는 우마무스메용 트레이닝 메뉴를 소화하고 있자...

갑자기 머릿속에 전류가!

어떻게 된 건가 되짚어보니, 그 신인 트레이너가 트레이닝을 견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야 원, 세 여신이 고루시쨩에게 미소라도 지어준 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갑자기 가서 "너! 내 담당 트레이너가 돼라!"라고 말해봤자 거절당하겠지.

천재 고루시쨩은 생각했다.

여기에 발길을 향했다→아직 담당 우마무스메가 정해지지 않았다→아직 며칠 더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내일부터 열리는 트레이닝에서 나의 이 완벽한 몸매로 혼을 싹 빼놓아 주마!

목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〇월 ✕일 흐림. 컨디션 : 최상

이상하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이 골드 쉽님께서 스스로 딱 달라붙어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이 자식이...

아하, 역시 내 매력에 겁먹어서 말도 못 붙이겠다 이건가.

알지! 그 기분 아주 잘 안다고!

이런 미소녀가 말을 걸어오는 녀석따윈 그리 많지 않다고.

하지만, 그거랑 이건 다른 얘기.

이렇게 된 이상 내일은 작전 A를 실행하는 수밖에 없겠군.



〇월 ▢일 흐림. 컨디션 : 최상

오늘은 아직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누군가의 담당이 돼버린 건가.

아이 싯팔! 고루시쨩 레이더가 가리키는 건 틀림없이 레이스장일텐데...

그렇게 중얼거리자 근처에서 레이더가 반응했다.

이 근처에 있다!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살펴보자... 발견했다.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그런지 당황한 듯했다.

그러다가 스카우트를 노리고 있는 우마무스메한테 콱 붙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여기서 기다린지도 어언 100년! 야생의 트레이너를 포획해주마! 으라아아아아아아앗!!"


라고 최고의 작업 멘트를 날렸더니 도망을 치네.

이 고루시쨩의 고백을 듣고도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치다니, 한 번 혼을 내줘야겠군.

황급히 뒤를 쫓았지만 역시 트레이너인가.

우마무스메에게는 전혀 못 미치지만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빠른 스피드다.

라곤 해도 인간은 인간, 트레이너는 날 잘 따돌렸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어디 숨었는지 다 알고 있거든.

뭐 숨도 차 있는 것 같고, 잠깐 그 주머니를 가지러 다녀올 시간 정도는 있겠지.

자, 드디어 고루시쨩 극장 개막이다!

트레이너도 나무 역할 정도는 잘 맡아달라고.



〇월 ◆일 맑음. 컨디션 : 양호

쨍쨍! 잘했어요! 밝은 해님!

보물찾기에 딱 좋은 날씨야!

하지만 납치해온 트레이너는 완전 똥 씹은 얼굴 그 자체였다.

그야 뭐 갑자기 무인도에 끌려오면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최소한 내 트레이너가 될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후딱후딱 대응해줬으면 좋겠는데.

뭐 오늘은 설명회 겸 보물찾기라도 할 예정이었고 말이지.

트레이너에게 이를 설명해주자 떨떠름해하면서도 같이 보물을 찾아주기 시작했다.

보물찾기를 시작하자 100명쯤 타면 침몰할 것 같은 낡아빠진 보트나,

바닷가에 말라붙은 미역이 떨어져 있어서 텐션이 팍팍 올라갔다!

그러고 있자, 놀랍게도 트레이너가 야자수 열매를 가져왔다.

새끼... 기합!

이 타이밍에 야자수 열매를 가져오다니 뭘 좀 아는데 그래!

잠시 쉬는 동안 처음으로 트레이너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점점 트레이너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한 것과, 내가 가끔씩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 것,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의 레이스장을 좋아한다는 것.

그러는 사이에 내 안에서 레이스에 대한 욕망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일이 바로 데뷔전이라고!



〇월 §일 맑음. 컨디션 : 최상

아자아자아자아자!

데뷔전 당일이다!

트레이너는 "정말로 레이스였다니..."라느니 설정을 깨먹는 소리나 했지만...

그래도 와줘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지금까지는 트레이너 없이도 어찌저찌 속여넘기며 레이스 참가를 신청했지만, 오늘만큼은 아무래도 무리였단 말이지.

트레이너는 아무라도 좋았던 거냐, 라면서 낙담하고 있지만,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리액션도 좋고 반응도 나쁘지 않고, 뭣보다...

어이쿠, 나답지 않은걸!

레이스의 결과는...

1착이었다!

아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겼다아아아아!!

누구보다도 빠르게, 누구보다도 눈에 띄게 이길 수 있어서 최고였다!!

트레이너도 충분히 즐겨 주었겠다, 정식으로 나를 담당해 주기로 했다.

앞으로도 레이스에서 마음껏 떠들게 해줄테니까, 잘 봐두라고 트레이너!



🔽월 △일 비. 컨디션 : 양호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더라.

때로는 해저신전(강바닥)에 가기도 하고, 공원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탐정이나 고르시아가 되기도 하고,

합숙에서는 어째서인지 바다가 아니라 숲속을 헤매면서 고대유적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뭐, 어느 것이든 트레이너가 상상했던 생활은 아니겠지만 물론 본인도 즐기고 있었겠지?

사츠키상이나 킷카상, 봄의 텐노상, 아리마 기념, 거기다가 타카라즈카 기념은 2연패까지 해냈다.

나도 만족했지만, 너 역시 담당 우마무스메를 G1에서도 승리하는 최우수 우마무스메로 만들어냈고 말이지.

말 그대로 win-win 관계 아니겠어.

살짝 부끄럽지만, 너야말로 내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해.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트레이너!!



🔽월 ☆일 호우. 컨디션 : 저조

이상하네.

왜 다른 우마무스메를 담당한단 소리를 하는 거지?

야 야 기억 안 나? URA 파이널즈가 바로 다음 주거든?

그런데도 다른 우마무스메를 담당한다 그러면 난 어떡하라고.

뭔가 화제를 돌려보려고 했더니 어느 틈에 트레이너가 눈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심연에 처박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월 ✕일 강풍. 컨디션 : 최악

그 뒤로 밥이 목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맥퀸은 영 떨떠름하다고 했지만 ,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내 상태가 이상한 것 같다.

그야 그렇겠지, 지금까지 자유분방하던 녀석이 갑자기 조용해졌으니 말이야.

폭풍전야, 뭐 그런 셈인가.

컨디션도 영 별로고 해서 잠시 기분전환 삼아 운동이라도 하려고 실내 체육관에 향하자

그곳에 트레이너가 있었다.

이런 꼴불견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싶어서 평소대로 말을 걸려 했는데...

지난번에 말했던 새로운 담당 우마무스메와 함께 있었다.

그 우마무스메는 올해 입학한 중등부 1학년이었다.

아직 트레이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바벨을 들어올리는 동작이 영 불안하다.

그걸 본 트레이너는 손짓 발짓 다 해 가며 그녀를 가르쳤고, 서로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거긴 고루시쨩 전용석이라고!

꼴받네.

그딴 못 써먹을 우마년이랑 트레이닝하는 것보다는 고루시쨩이랑 하는 게 더 재밌잖아!

그런데 어째서냐고.

...그렇군, 그런 거였구나.

나는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다.

그와 동시에 나를 속박하고 있던 무언가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월 🔽일 가랑비. 컨디션 : 양호

오늘은 URA 파이널즈 결승 며칠 전.

속박하고 있던 것이 부서지고 나서, 난생 처음으로 트레이닝에 몰두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도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물론 나 자신도 이렇게까지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뭐 이유는 명확하다.

뭐니뭐니해도 URA에서 우승하고 나서 트레이너와 온천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그 우마년도 없는 우리 둘만의 여행.

지금까지 여기저기 끌고 다니긴 했지만 여행이라는 형식으로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새삼스레 쑥스럽기도 하지만, 가끔은 괜찮겠지?

뭐 지금까지 쭉 독점해 왔었으니 말이지.



🔽월 〇일 맑음. 컨디션 : 최상

......파이널 결승.

마지막 직선에서 스페와의 장절한 경합 끝에 멋지게 이겼다!

기분 최고인데! 이걸로 이 고루시님이 자타 공인 최강의 우마무스메가 됐다 이거야!!

트레이너도 울면서 기뻐해줬다. 이런 표정을 본 게 얼마만이더라...

우마년도 뭐라뭐라 지껄이긴 했지만 알 게 뭐람.

자 트레이너! 약속대로 고루시쨩과 두근두근・콩닥콩닥♪한 온천 여행을 가는 거야!!



✕월 ☆일 쾌청. 컨디션 : 최상

드디어 온천 여행이다!

자 그럼 출발, 이라고 하고 싶지만 목적지는 온천가가 아니란 말이지.

트레이너는 뭔가 의아해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억지로 짊어지고 데려왔다.

장소는 산 속의 낡아빠진 오두막.

빈말로라도 여관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에 트레이너도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목적지인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쬐~끔 듣고 싶은 게 있거든......


왜 고루시쨩 말고 다른 담당을 들인 거야?


그렇게 묻자 트레이너는 "고루시라면 이제 내가 딱 붙어있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고, 뭣보다..."라는 둥 잠꼬대를 지껄였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서 나도 모르게 트레이너를 갈겨버렸네☆

역시 인간은 약하다고 해야 하나, 트레이너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역시 트레이너는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이 고루시쨩 극장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선 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처음엔 뭐 나무 역할 정도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왕창 승진해서 남우주연이 됐다고! 고루시쨩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파트너는 트레이너뿐이라고!

...아직도 뭐라고 말하려는 듯한 눈치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트레이너의 외침이 듣기 좋네.

고작 팔 하나 부러뜨린 거 가지고 꺅꺅 소리지르긴... 정말 귀엽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완전 사랑스러워...

상처는 맡겨둬! 고루시쨩, 예전에 일일 간호사를 한 적이 있다고.

체온계 2개를 대고 어느 쪽이 먼저 울릴지 경쟁하고, 주사에 혈관 놓게 탁탁 쳐줄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누워있기 지겨우면 경쟁이라도 해줄게! 어때? 기쁘지!

그치! 처음부터 솔직하게 고루시쨩 말대로 따라주면 얼마나 좋아.

그럼 지금부터 하는 말은 반드시 지키라고.


・우마년과의 담당 해약

・새로 담당을 만들지 않는다

・고루시를 우선시

・고루시 is God


뭐 처음엔 이 정도로 해둘까.

혹시라도 어긴다면 또 네 뼈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좋아쓰! 이걸로 계약 성립!

겨우 온천에 들어갈 수 있겠네~

여긴 혼욕으로 유명한 온천잉게 싸게 들어가잉~

애당초에 그 몸으로는 내가 없으면 들어갈 수도 없겠지만.

이제와서 뭘 부끄러워하는 거야?

앞으로도 몇번이고 볼텐데 뭐 어때.

것보다 말이지......







나랑 만나서 네 인생, 재밌어졌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