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없던 시절이라 그림으로만 그 모습이 남아있다.>


우리 말붕이들이라면 익숙할 경주마 품종인 서러브레드. 이 품종의 시조가 되는 말들은 총 3마리인데 바이얼리 터크(1680년, 바이얼리라는 장교가 터키에서 포획해 왔기 때문에 이름이 이렇게 됨), 달리 아라비안(1700년), 고돌핀 아라비안(1724년)이다.


이 중에 고돌핀 아라비안은 마생사가 극적이다. 1724년 예멘에서 태어난 고돌핀은 시리아를 거쳐서 튀니지 총독에게 팔렸음. 그리고 총독은 고돌핀을 당시 프랑스의 국왕인 루이 15세에게 선물로 줬는데, 루이 15세가 보기엔 고돌핀이 매력적이지 않았는지 수레를 끄는 말이 되어버렸음.


수레를 끌며 구르던 고돌핀은 에드워드 코크란 영국인이 사와서 짐말 신세를 벗어났는데, 그가 1733년에 사망하고 나서 다른 사람을 거쳐 이름의 유래가 된 2대 고돌핀 백작, 프란시스 고돌핀에게 팔렸고 죽을 때까지 고돌핀 백작이 키웠다.


처음에는 당대의 유럽산 말들과 달리 체구가 작아서 시정마 역할을 해야만 했음. 그런데 고돌핀 백작이 소유한 말 중에 레이디 록사나(Lady Roxana)라는 암말이 있었는데 원래는 홉고블린이란 수말과 교배를 할 예정이었다.  헌데 록사나가 홉고블린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퇴짜를 놓아버렸음. 그래서 대타로 고돌핀이 록사나와 교배를 했고 첫 자마로 라스(Lath)를 낳았음. 라스는 자라서 경마에 출전해 4전 4승을 거두고 1,450기니(기니는 영국의 옛 화폐단위. 1기니는 현대의 1.05파운드)의 상금을 따면서 대박을 쳤음. 그러자 고돌핀 아라비안은 록사나와의 사이에서 자마를 2마리 더 봤는데 케이드(Cade)와 레굴루스(Regulus).였고 이 둘도 똑같이 경마 대회를 휩쓸었음.


한 때 수레끄는 짐말이었다가, 시정마였던 말이 순식간에 영국의 리딩 샤이어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앞의 3마리 자마들도 전부 종마로 전업했다)


이렇게 마생역전을 한 고돌핀 아라비안은 1753년 크리스마스에 29살로 자연사했고, 평소에 살았던 마구간에 그대로 묻혀 무덤이 만들어졌고 현재도 방문가능하다고 한다.


<고돌핀 아라비안의 무덤. 1753년 29세에 사망했다고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