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는 엄마랑 어떻게 만났어요?”

 

이 귀여운 질문을 던지는 아이는 아그네스 타키온과 나의 딸이다.

 

“하하, 아빠가 전에도 말해줬잖니. 아빠가 네 엄마한테 먼저 고백하고 서로 사랑하게 됐단다.”

 

라는 답변을 늘 하지만 사실 나도 어떻게 결혼하게 된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타키온이라 어쩌다 결혼 했더라.”

 

이렇게 옛날을 떠올리려고 할 때면 무언가에 틀어 막힌 듯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나도 내 과거가 궁금해졌고 기억해내려 노력해봤지만 핸드폰 속 사진첩에도, 집에 있는 앨범 속에도 그 어디에도 나와 옛날과 관련된 기록은 없었다.

내 아내인 타키온에게 물어보려 해도,

 

“내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정보계열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네.”

 

라며 얼버무리거나 질문을 회피할 뿐이었다.

 

 

 

“인터넷이라면 타키온의 레이스와 관련해서 내 정보도 어느 정도 있겠지.”

 

과거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 인터넷에 검색하다가 어떤 기사를 발견하게 됐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 결국 트레이너직 박탈 당해…].

 

“이게 무슨 말이야.”

 

나는 기사의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 내용은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였던 내가 약물중독에 걸렸고 결국 타키온과 함께 은퇴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그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늘 건강했을 텐데 약물 따위에 중독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타키온, 혹시 이런 기사 봤어?”

 

나는 바로 타키온에게 그 기사를 보여줬지만 타키온은 사실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모르모트군, 고작 그런 기사를 사실로 믿는 건가? 그런 건 이름 모를 사람의 음모론에 불과하지. 그냥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야.”

 

타키온은 이름 모를 사람의 글이라고 했지만 트레이너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기사를 작성한 게 내가 알던 기자인 오토나시 기자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곧바로 오토나시씨의 연락처로 만날 것을 요구했고 오토나시씨는 예상과 다르게 흔쾌히 만나줄 것을 수락했다.

 

 

 

“오랜만이네요, 트레이너님. 옛날이랑 다르게 꽤 건강해 보이시네요 요즘엔 잘 지내시나 봐요.”

 

“옛날이랑 다르게요?”

 

“네, 분명 뭔가에 홀린 듯 타키온씨한테 매달려서 마치 좀비를 보는 것 같았어요.”

 

“제가 타키온한테 매달렸다니요. 오히려 타키온이 저에게 어리광을 부리곤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타키온은 성격상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내가 어리광을 받아준 적은 꽤 있었는데 반대로 내가 그런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레이너님, 무슨 일로 보자 하신 건가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급하게 가보겠습니다.”

 

“갑자기요?!”

 

오토나시씨에겐 죄송하지만 과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나는 자리를 떠야만 했다.

 

 

 

 

“트레센이라, 몇 년만인지 기억도 안 나네.”

 

과거의 기록을 찾으러 오랜만에 트레센 학원으로 오게 되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옛날에 쫓겨난 게 아니었나?”

 

 

하지만 어째선지 트레센 학원에 들어가자 주변에선 내 험담이 들렸다. 무슨 이유인지 저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물어본다 해도 대답해줄 리 없다.

 

 

그렇게 트레센 안을 배회하다가 옛날에 함께 일하던 키류인 트레이너를 보게 되었다.

 

“키류인씨, 오랜만…”

 

키류인 트레이너는 나를 보자마자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키류인씨, 잠시만요!”

 

불러봐도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도대체 과거에 나는 무슨 일을 벌인 걸까?

 

“타키온의 전 트레이너님, 어떤 낯짝으로 돌아오신 거죠?”

 

“타즈나씨? 지금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지만, 제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길래 다들 저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죠?”

 

“지금 장난하시는 건가요?”

 

타즈나씨는 내가 기억하던 온화한 미소가 아닌 쓰레기라도 쳐다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갑자기 든 생각이긴 하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서요. 타키온한테 물어봐도 전혀 알려주지도 않아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하고도 타키온씨를 찾아갈 수 있는 거죠?”

 

“타키온을 찾아가다니요. 저흰 결혼한 사이인데.”

 

타즈나씨는 경악했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과거에 트레이너님은 어떤 약물에 취해서 트레센 학원 내에서 당신의 담당 우마무스메인 타키온에게 몹쓸 짓을 하셨어요. 그 사건 이후로 트레이너님은 당연하게도 퇴출 당하셨고 타키온씨도 충격으로 은퇴하셨구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타키온에게 손을 댔다니. 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리고 그랬다면 타키온이 나를 원망할 텐데 우리는 이미 결혼까지 한 사이라고.

 

“머리가 좀 어지럽네요.”

 

“이제 오신 이유는 다 충족되지 않았나요? 주변 시선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돌아가주세요.”

 

나는 그 답변에 씁쓸한 의문만을 남긴 채 트레센의 교문 밖으로 나갔다. 그때 어떤 흑발의 우마무스메가 나를 멈춰 세웠다.

 

“죄송합니다. 금방 떠날게요.”

 

“혹시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나요?”

 

나는 멈춰 세운 우마무스메는 타키온의 친구였던 맨하탄 카페였다. 

 

“아까 얘기를 살짝 엿들어봤는데,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으시다면서요?”

 

혹시 카페라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사실은 옛날에 타키온씨가 트레이너씨의 찻잔에 약을 타는 건 본적이 있어서요. 그리고 그 이후로 뭔가 계속 아프신 것처럼 행동하셨고요.”

 

맨하탄 카페의 말에 의하면 타키온이 나에게 어떤 약을 먹였고 그 이후로 나는 타즈나씨의 말과 같은 짓을 행한 것 같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나는 이만… 으윽.”

 

궁금증이 풀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엄청난 두통이 일어났다.

 

“크허억.”

 

강렬한 고통과 함께 내 머리 속에 어떤 사진들과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조금씩 과거가 기억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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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용이 좀 어려워서 제목 짓기가 어려웠다. 좋은 제목 추천해주면 그걸로 제목 바꿀게.

늘 재밌게 봐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