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가 쓴것중에는 아마 처음인 처음부터 끝까지 순애인 시리즈임.

일단 시점은 메인스토리 최종장의 엔딩 이후로 설정중이고, 이 괴문서는 일부분에서 애매하게 고증을 따라다닌다는걸 알아두삼.

일단 이번 간담회로 불붙은 머리에 일단 내가 제조 가능한 최고 당도 하찌미를 부어줄테니까 되도록 진정들 좀 하고서 환기좀 시켜

다만 이번달 27일 이후로는 글 거의 못쓰고 돌아와도 댓 조금씩 쓰고가는걸로 그칠테니 그렇게 알아는 둬야할거야.




"이제 레이스도 종반! 우마무스메들이 스퍼트를 걸기 시작합니다! 선두는 메지로 맥퀸! 도망치고 있습니다!"


중계의 말과 함께 최종직선에 들어서는 우마무스메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환호성을 지른다.

그중 가장 많은 환호를 받고 있는건 역시 이 레이스의 1번 인기 메지로 맥퀸이었다.


"스페셜 위크씨가 재팬컵에서 그렇게나 활약해주셨는데...팀의 에이스로서...지고있을수는 없겠어요...!"


맥퀸은 이전 스페셜 위크의 재팬컵의 몬쥬와의 대결을 보고서 많은 자극이 되었는지 평소보다 의욕이 넘치는 모습으로 스퍼트를 걸어 최종코너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시리우스의 팀메이트들과 트레이너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던 맥퀸이 선두로 최종직선 400m 지점을 통과하자 중계자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3번 주자가 무서운 기세로 군집을 뚫고 나옵니다! 메지로 맥퀸과의 거리도 3마신! 2마신! 점점 줄어든다!"


중계로 이 말이 나오자마자 마군사이에 낀체로 뒤에서 달리던 3번 우마무스메가 있던 마군의 방향으로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고 마군쪽으로 돌아가던 고개가 멈추고 시선이 향한곳에는 마군과 맥퀸의 중간위치에서 맹렬한 속도로 맥퀸과의 거리를 좁혀오는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맥퀸이 떨쳐내기위해서 다시한번 스퍼트를 해보지만 그럼에도 맥퀸과 3번 주자의 거리는 벌려지기는커녕 계속 좁혀지기만 하였고, 결국은 맥퀸을 200m 지점에서 추월해버리고는 그대로 차이를 벌려서 3마신 차이로 1착을 해버려 맥퀸은 그날 그 레이스는 2착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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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의 레이스가 끝난 이후는 평소랑 그닥 다르지 않았다.

팀 멤버들을 데리고 트레이너는 가볍게 뒤풀이로서 다함께 식사를 하고, 트레이너실까지 다같이 돌아와서, 다음날 계획같은 대략적인 시간을 알려주고는, 해산하고 다음날 트레이닝 시작까지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는 대회날 자주 있던 일상적인 패턴이었다.


그날도 대회 참가자가 아니었던 스페셜 위크와 사일런스 스즈카가 함께 트레센의 코스로 몸을 푼다며 가서 달리기 시작하고, 위닝 티켓은 맥퀸을 위로하다가 도리어 자기가 먼저 울어버리는탓에 나리타 브라이언이 옷의 목덜미 잡고서는 나리타 타이신과 비와 하야히데에게 끌고갔고, 라이스 샤워는 이전에 사둔게 생각나서 보고싶어진 그림책을 읽으려고 기숙사로 바로 돌아갔다.

그 중 오늘 레이스에 참가했던 맥퀸은 다른 메지로의 영예인 라이언과 도베르와 만나서 푸념이라도 하고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모두 흩어지면 트레이너는 트레이너실에 가서 다음 트레이닝을 위해 메뉴를 조정하는 언제나의 일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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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씨...아직 계시려나?"


대부분 트레이너들도 업무를 끝내고서 슬슬 돌아가기 시작할 조금 늦은 시간

맥퀸은 아직 통금시간은 조금 여유가 남아있었기에 트레이너실에 놔뒀던 가방을 가지러 트레이너실로 향하고 있었다.

간단한 경위는 레이스를 뛰기위해 출발할때 생각보다 시간일정이 바빴던탓에 급하게 간다고 트레이너실에 가방을 던져놓고 갔던 맥퀸은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내일 제출해야하는 숙제가 있다는것과, 그 숙제를 할 공책이 트레이너실에 던져둔 가방 안에 있다는것이 기억났기에 급히 가지러 가는것었이다.


트레이너가 돌아가면 트레이너실은 문을 잠구기에 빠른걸음으로 맥퀸은 트레이너실을 향했다.

그러다 트레이너실이 보이는 복도로 들어선 맥퀸의 눈에는 다행히 트레이너실에 불이 켜져있는게 보였다.

맥퀸은 아직 문이 잠기지 않았다는것에 안도하려는 순간 여태 트레이너가 남아서 무리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리하고있지는 않은지를 보려고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본 맥퀸이 본 트레이너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트레이너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소파에서 머리를 싸맨체로 앉아있었다.

평소 맥퀸을 포함한 멤버들이 보던 트레이너는 자신감도 남못지않게 가득하고, 모두를 지탱하던 팀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버텨온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맡으며 모두에게도 우상같은 모습

팀의 이름대로 시리우스라는 1등성처럼 상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눈부신 존재로서 있어주고 있었다.

그런 트레이너가 저렇게까지 기운을 잃고서 괴로운듯한 모습은 그가 아직 서브 트레이너이던때부터 함께해온 맥퀸조차도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미안해...맥퀸..."


무언가를 중얼거리는듯하던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던 맥퀸의 귀를 찌르듯이 들려와버린 이 한마디

목소리는 울먹이며 떨리고 있었기에 트레이너의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는건 맥퀸이 아무리 이런 모습의 그를 처음 보았다고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있자 이내 그는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하며 아까와는 다른 말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아까 그 한마디를 들어버린 맥퀸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역시...나같은건...도저히...이 팀을..."


다른 부분들은 잘 들리지 않았다.

앞뒤로는 전부 잘 들리지도 않을정도로 뭉개지고 흐트러진 발음의 말들 뿐이었다.

다만 그 한마디만큼은 다른 말과는 달리 뚜렷하게 들려와서 그 말을 들은 맥퀸은 자기도 모르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ㅁ...맥퀸...!?"


맥퀸의 등장에 당황한 트레이너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얼굴을 감추었다.

아마 맥퀸도 그가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당황한 모습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눈물을 다 닦아내고서 이내 다시 맥퀸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맥퀸...그...어쩐일이야...?"

"가방을 가지러왔어요...그보다도...아까 그건 무슨소리에요...?"

"그거...라니...?"


트레이너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태연한 모습이었다.

평소의 팀메이트나 자신의 트레이닝을 봐주던 그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이며 맥퀸의 앞에 서있었다.

하지만 방금전 들어버린 트레이너의 혼잣말때문에 맥퀸은 이게 허세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허세라는걸 눈치챈 순간부터 불안감은 맥퀸의 가슴속을 찔러왔다.

그저 괜한 불안감정도로는 끝낼 수 없는 일종의 확신수준의 무언가가 있는 불안감이 있었다.

맥퀸은 밀려오는 불안감에 참지못하고 입밖으로 말을 뱉었다.


"설마...팀을..."


맥퀸의 한마디에 트레이너는 맥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무능한 나머지...맥퀸...너를 이기게 해주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는 트레이너는 마치 무언가를 이미 받아들이고 포기해버린듯한 상실감에 가득찬 미소를 짓고있었다.

맥퀸의 눈에 비친 트레이너는 여태껏 봤던 그 어떤순간의 모습보다도 괴로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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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은 결국 그날 트레이너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체로 그에게서 나오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도망치듯이 가방을 챙겨서 급히 돌아갔다.

하지만 돌아가는 도중에도 도저히 맥퀸의 머리속에서는 그의 괴로운걸 눌러 감추듯이 억지로 지은 그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맥퀸은 기숙사에 돌아가자마자 메지로가의 집사에게 연락해 트레이너에 대한 정보를 모으게했다.


학원에서는 트레이너들의 공개가 의무인 몇가지 정보들이 존재한다.

이름과 증명사진, 최종 학력과 자격증등의 취득정보와 그 자격증들의 급수 정보, 이외에는 업무용 전화번호와 긴급연락용 연락처, 개인별 일부 특이사항등이 이에 해당되고 이외에는 트레이너측에서 추가로 기재를 원하는 사안을 따로 추가해서 넣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런 트레이너들의 공개정보들은 트레센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들어있어 트레센의 어플이나 사이트등에 검색이 가능하도록 기재가 되어있다.


이걸로 그가 최종 학력이 어느 대학이고, 트레이너 자격 이외에도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등의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분명 그의 정보에는 특이사항에 '별다른 특이사항 없음'으로 기재되어있었다.

그외에도 그의 페이지는 의무 기재사항 이외에는 다른 정보는 전혀 기재되어있지 않았기에 무언가 다른 정보나 트레이너가 어떤 대회에 나갔는지라던가 대회에서 성적은 어떻게 따왔으며, 잘했던 분야는 무엇인가등의 과거의 행적들도 전혀 알 방도가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그의 그런 모습을 봐도 최근에 무언가 우울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정도의 생각으로도 충분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태껏 일심동체라고 말하며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누구보다 오래 봐온 맥퀸이었기에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여태 맥퀸조차 무언가 그의 분위기가 바뀐 감각을 느낀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맥퀸에게 들킨 직후의 그는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었으며, 맥퀸은 분위기에 짖눌려서 도망치긴 했지만 그 허세의 모습은 평소의 분위기와 분위기 자체의 차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그의 분위기의 정체를 알아채버렸고, 그 분위기를 평소와는 다르게 불쾌하게 느껴서 도망쳐버린것었이다.


주위에 있는 그가 맥퀸과 만나기 이전, 트레이너로서 중앙 트레센에 온 이후부터 계속 애용하고 다녔다는 가게를 소개받았을때도 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없다.

오히려 처음 왔을때랑 똑같다며 왜이리 너는 변함없냐는 느낌의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다.

그렇기에 그녀는 메지로가의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아챈거다.

그가 언제 한번 무언가 안좋은 일이 있어서 약간 기죽은 수준이 아닌 자신과 만나기 훨씬 이전인 트레센에 오기 이전부터 모종의 깊은 상처를 가지고있었고, 그 오랫동안 곪아있던 상처를 감추기위해 부린 허세가 여태 그의 원래 상태라고 맥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머리에 자리잡아버렸다는것을

그리고 그 모종의 상처를 알기 위해선 그가 중앙에 오기 이전...그러니까 대학생시절부터 어쩌면 유년기때까지의 그의 과거를, 그의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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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의 요청으로 그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메지로가의 사람들은 최대한 정보를 긁어 모았고, 그의 행적을 더듬으며 트레이너의 과거에 대한 정보를 차근차근 모으기 시작했다.

시작은 트레센의 데이터베이스에 기재된 그의 출신 대학에서 그의 정보를 찾고 모으는것이었다.

그 다음은 그가 입학을 위해 넣었던 원서를 이용해 그의 출신 고등학교를 찾는것이었고, 같은방식으로 입학 당시에 오갔던 공식문서중 남아있는 자료들로 중학교, 초등학교까지도 더듬으며 찾아갔고 그의 얼마 없는 자료들로 그의 과거에 대한 자료를 모아냈다.


이렇게 모아도 출신이나 전체 학력들같은 여러 자료를 포함해서 A4용지 4장으로 정리될정도로 그에 대한 정보는 적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료 자체가 오히려 적었던 덕분에 찾아내는것과 정리하는것에 그리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아 맥퀸이 요청을 한 다음날 하루만에 거의 모든 자료 수집과 정리를 끝내고 맥퀸에게 보낼 수 있었다.


이 자료를 받은 맥퀸은 밤동안 이 자료를 읽어보았고, 상위권에 속하긴 했지만 딱히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닌 그의 중학교때부터 대학까지의 학업에 대한 자료, 딱히 어떤 대회등에 나간 전적 없음과 같은 별다른 정보가 없어보이는 자료를 보고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과거의 행적이나 자료에도 흐릿하게 어떤 위화감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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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씨..."

"..."


팀 시리우스도 다른 팀들도 트레이닝 시간도 한참 지나서 조용할 시간

트레이너실에서 마주한 맥퀸과 트레이너의 사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이런 어색한 정적속에서 트레이너도 맥퀸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서로 하고싶은, 해야할 말들은 많았지만 그럼에도 트레이너는 자신의 그 상처가 너무나도 아팠기에, 맥퀸은 그의 상처를 후벼파는것같은 이 행동이 두려웠기에 서로 말은 커녕 눈조차 마음대로 맞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정적을 깬건 다름아닌 트레이너였다.


"맥퀸...어차피 조사는 끝낸거지...?"


맥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녀를 보고서 트레이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런 답답한 분위기에서 그런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것도 별로니까 조금 바람이라도 쐬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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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는 맥퀸과 함께 트레이너실을 나와서 옥상으로 올라왔다.

평소같으면 이곳에는 자주 나리타 타이신이나 나카야마 페스타가 자리잡고 있지만 오늘은 다행히도 둘다 이시간에 학원에는 없다.

트레이너는 이 둘의 트레이너들에게 타이신쪽에게서는 오늘 함께 수족관에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나카야마쪽에겐 팀멤버인 골드쉽이랑 평소처럼 영문 모를 승부를 한다며 쇼핑몰에 갔다는 푸념을 들었어서 이 둘이 오늘은 운좋게 둘다 없다는걸 알고있었다.


"다른애들한테 이야기는?"

"안했어요...트레이너씨가 그렇게까지 감춰온 사실이니 말하지 않는게 좋아보였으니까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옥상에서 머리를 조금 식히던 트레이너는 입술을 깨물고는 잠시 뜸들이더니 이내 조용하던 분위기에서 입을 열었다.


"맥퀸이 모두 조사를 했다고는 했지만...내가 이런걸 눈치챈것도 하루하고 반나절정도밖에 안되니까 많아봐야 내 학생시절 생활기록부들 정도밖에 열람하지 못했지?"


그녀는 살짝 놀라면서도 납득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맥퀸은 자신이 알던 트레이너의 모습이 위조된 허세라는걸 알아버려서 자신이 아는 그를 대하듯이 말해도 괜찮을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를 비교적 잘 알았듯이 그도 상상이상으로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조사를 할것도 다 예상하셨죠...?"

"글쎼...예상이라 할 수준은 아니고, 맥퀸이 할 수도 있겠다 정도의 생각은 했어...다만 이렇게 빨리 조사를 마치고서, 나에게 정면으로 물어보러올줄은 몰랐지만...그러면 이제 맥퀸이 듣고싶어할 옛날이야기라도 조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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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오늘도 놈들은 신발을 빼앗아 도망다니며 쫓아오는 그를 비웃는다.

저런 녀석들한테 이렇게 놀려져도, 괴롭힘을 당해도...그는 똑바로 저항할 수도 없다.


운동에도 공부에도 그 어느쪽도 제대로된 재능은 전혀 없었다.

같은 체력단련이나 공부를 하고 그가 1이나 2정도의 결과를 내면 남들은 7이나 10씩 결과를 내곤 했다.

언제나 그는 어떤 분야든 남들이 보통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수준과 같거나 그보다도 낮은 수준의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다.

국어도, 영어도, 수학도, 과학도, 사회도, 체육도 전부다 그의 성적은 언제어디서나 무얼 하던지 항상 평균 미달이었다.

무언가를 잘할 재능도, 요령을 잡는 능력도 무엇도 없었다.

이 시기에 그는 오직 자신만 이렇게 남들과 불공평하게 만들어놓은 신을 저주하기도 하였다.


가족들은 언제나 결과미달인 그를 보고서는 처음에는 '언젠가는 네게 맞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어'라며 응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믿음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이내 그가 무얼 하던지 기대는 커녕 어차피 또 꼴찌라며 신경조차 쓰지 않게되었다.

별로 유복한 집도 아니었기에 그가 아무리 실패한다고 해도 가정교사같은걸 부르거나 학원을 보내줄 여유조차도 없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기때문에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재능이 있는것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집안같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언가 익혀낸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말그대로 재능없는 빈 껍데기와도 같은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학교의 상담같은건 전혀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결국 하는 말이라고는 자신감을 가져라던가 분명 너도 무언가 할 수 있어 같은 무책임하고, 이미 모든것에서 실패한 그를 그저 더욱 괴롭혀오는 기대를 심으려는듯한 말들 뿐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그도 중학교로 올라갈 시기가 다가왔다.

그때쯤에는 이미 초등학교때 쌓여버린 자기혐오가 심해져서 꽤나 오랫동안 스스로를 상처입힌 상태였다.

팔은 여기저기에 크고작은 흉터가 가득하였고, 자신의 손조차 보는게 싫었던탓에 날이 갈수록 팔에 상처는 늘어만갔다.

자신감도, 무엇도 모두 잃어버린 그는 더이상 자신의 그런 형편없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의 인간상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형편없는 자신과 달리, 자신감있고, 일도 남들 못지않게 잘 해내고, 남들 사이에 껴있어도 혼자 눈에 띄는 구멍으로서 있지 않는 존재를 꿈꾸었다.


그리고 그런 인간상을 연기해내기위해 그는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세웠다.

평일에는 하루에 2시간정도만 자고서 학교에 가는 시간 이외에는 전부 체력훈련이나 공부등으로 재능이 부족한 부분을 노력한 시간으로 매꾸려고 했다.

주말에는 학교를 가지 않았기에 더욱 많은 시간을 공부나 체력훈련에 돌릴 수 있었기에 기세를 잃지 않고 계속하기위해 자는시간을 최소화해서 1시간만 자거나 아예 자지않는 날들도 허다했다.


이후 중학교에서부터는 그는 자신이 그렇게나 원하던 자신감있고 재능있는 우수한 자신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간단히 말하자면 대성공이었다.

그가 연기한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그렇게나 혐오하던 나약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벽히 덮어쓰고서 모두의 인식에서 자신의 모습으로서 자리잡아갔다.

게다가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공부와 체력단련을 계속한 성과로서 성적도 모든 분야가 크게 눈에 띄지 않을정도로 남들의 사이에 녹아들게 되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혐오하던 형편없고, 남들에게 뒤쳐지며, 열등감과 자괴감, 패배감에 찌들어서 익숙해져있던 나약한 패배자인 자신과는 다른 남들과 별반 차이없는 대등한 도전자라는 이 위치는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달콤했다.

이 달콤한 감각은 마치 마약과도 같이 더욱 그를 중독시켜갔고, 이 거짓말 마약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의 감각은 금단증상처럼 그를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지위한 행동을 하지않으면 불안감마저 느낄정도로 그를 점차 몰아세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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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가짜 얼굴을 덮어쓴 바보는 결국에는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얻어낸 성과와 학력으로 중앙 트레센의 이름난 팀의 팀 트레이너자리까지 와버렸지...탐탁치 않긴 하지만..."


트레이너의 과거는 맥퀸이 봤던 자료에서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맥퀸은 나름 우수한 그의 과거의 성적들을 보고서 언제부터 어떤 상처가 시작되었는지는 전혀 감조차도 잡지 못하였다.

그나마 생각해낸건 이때 지식으로 누군가를 도우려다 실패했다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진짜 그가 겪어왔던 과거는 맥퀸이 생각해낸 모습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맥퀸이 생각한 상처의 곪아온 시간은 현실보다 훨씬 짧았으며, 맥퀸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 우수한 성적과 그의 허세의 정체는 그 상처로 인한 발버둥의 산물이었다.


"...왜 그렇게...중앙 트레센에 오신걸 탐탁치 않아하시는거죠...?"


그녀의 의문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우마무스메의 레이스는 오래전부터 인기 스포츠였으며 지금이 되어서는 그 수준은 G1 레이스 한번이 한 종목의 올림픽 경기 혹은 그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기에 거기 출전하는 우마무스메를 양성하는 트레이너들중에서도 특히 중앙 트레센의 소속된 트레이너는 일각에서는 의사나 변호사, 공무원같은 직업 못지않게 성공한 직업이라고 평가받기도 하는 수준이다.


"간단히 말하자면...가짜 얼굴을 덮어쓴 가짜 재능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느낀거지..."


트레이너는 중앙 트레센에 들어오고서도 이전처럼 발악하듯이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나는대로 이전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선대 트레이너의 제자로서 팀 시리우스의 서브 트레이너의 자리에 들어가서 경험과 실전지식을 쌓고, 선대 트레이너와 팀의 에이스이자 기둥이던 오구리 캡의 은퇴로 팀이 사라질뻔했을때도 마지막까지 이 팀에 남아서준 맥퀸과 함께 팀의 부흥을 위해서 상의하고, 레이스에서 이겨내 사람들에게 팀 시리우스를 알리자는 방향성으로 계획이 정해지고 나서는 맥퀸을 이기게 해주기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렇게 필사적인 노력이라는 이름의 처절한 발버둥을 계속 칠수록 동기인 키류인 트레이너나 이외에도 전국에서 모인 수십수백의 실력파 트레이너들을 가까이서 보고있었기에 자신의 무력함은 날이 갈수록 질릴정도로 실감되어왔다.

다른 트레이너들이 그저 재능만을 가지고서 트레이너일을 하는게 아니란것도, 그들도 노력을 한다는것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지만 언제나 다른 트레이너를 볼때마다 다른 트레이너들의 여러가지 재능과 꿈이 형형색색으로 넘치는 모습 사이에서 혼자만 꿈도, 재능도 없는 잿빛으로서 붕 떠있는듯한 일종의 소외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그저 주변의 성장에 뒤쳐지지 않기위해 바둥거리는게 최선이었던 한심한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


"결국 난 어중간한 가짜니까...여기서 너희들의 발목을 잡으며 버티고 있기보다는 얼른 비키고서 다른 트레이너에게 이 팀을 맡기는게 최선이겠지...팀 담당의 인수인계는...맥...퀸...?"


그가 하는 말을 듣던중 옆에 앉아있던 맥퀸을 보았을때 맥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디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그의 머리속에는 계속 잘못된 어딘가를 찾고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녀들을 슬프게 하는 그저 쓸모없는 짐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자신때문에 발목을 붙잡혀 성장하지 못하여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슬퍼하게 하지 않기위해서 자신보다 능력있는 트레이너에게 팀을 인수인계후 사직서를 내려고 하고있었다.

분명 그걸로 모두들 기뻐해줄거라고...그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맥퀸의 눈물을 보자마자 목에 걸려버렸다.


"그런 이야기...하지 말아주세요..."


맥퀸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붙잡았다.

맥퀸의 머리속에는 여태 이야기를 들으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고, 그와 동시에 여러 감정들이 동시에 몰아쳤다.

여태 자신과 그의 둘의 관계를 일심동체라며 노래를 불러놓고도 그가 이렇게까지 마음이 망가진 상태라는걸 여태껏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과 죄책감을, 그렇게나 마음이 망가져서 자신이 1번 진것만으로도 그렇게까지 혼자서 괴로워하던 나약해져버린 마음으로 여태 자신을 포함한 시리우스의 멤버들이 고전할때마다 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말하지도 못한체 혼자 전부 끌어안고서는 괴로워하며 더더욱 마음이 병들어갔을 그의 모습이 눈가에 아른거리며 마치 심장을 날붙이로 쑤시고 도려내며 난도질하는듯한 괴로움을 느끼며 울고있었다.


"제발 그 이상은 말하지 말아주세요..."


맥퀸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서 울고있었다.

분명 그에게 있어서 어쩌면 이 일을 그만두는것이 그가 편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맥퀸은 이 감정이 순전히 자신만의 이기심이라 하더라도 그가 그만두기를 원치 않았다.


※ 이 브금 들으면서 뒷부분 읽으면 감성 UP ※

https://youtu.be/LgYRnnvLBp4


"맥퀸...하지만...너도 나보다는 능력이 좋은 트레이너랑..."

"상관없어요!"


"맥퀸...! 이건 너를 위해서도....!"

"싫어요...! 재능이 뭐가 그리 대단하단거예요...! 그저 능력이 좋으면 뭐해요...! 적어도 이 학원에서 저만큼은 당신이 이 학원의 그 어떤 트레이너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마음을 가진 노력가라는걸 알고있어요...! 다른 그 누구보다도 팀의 모두를 진심으로 아낀다는걸 저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그런건 다른 트레이너라도..."

"아니요...그 누구도 똑같이는 커녕 흉내조차 낼 수 없었어요...! 저는...저뿐만이 아니예요...! 팀 시리우스의 모두도...한명 한명에게 모두 진심으로 소중하게 대해주고, 팀의 모두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모든걸 희생하는것이 가능할정도로 모두를 생각해주는 당신이 팀의 트레이너로 있어주었기에 모두들 여태껏 따라와준거에요...!  트레이너씨는 본인이 생각하시는것보다 훨씬 강해요...! 뭐라해도 다른사람이라면 진작에 부러졌을 그런 고통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티며 모두를 지탱하며 팀의 모두를 이끌고 지탱해주는 든든한 팀의 기둥으로서 있어주셨어요...! 그 누구보다 많은 고통을 벼텨왔던 당신이 이끌고 함께해준 덕분에 라이스씨도, 티켓씨도, 브라이언씨도, 스즈카씨도, 저도 쓰러져버리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것같은 상황에서 다시 일어날 희망을 줄 수 있었어요...! 당신은 우리 모두의 길을 보여주신 1등성이란말이에요...!"


맥퀸의 말에 그의 눈에서는 봇물 터지듯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버텨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할 능력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른 진로의 끝에서 빛나고 있었던것이 이 트레이너라는 직업이었다.

결국 고른것도 스스로 무언가가 되는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빛나게 돕는 일종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인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일은 없을거야'라며 포기하고 있었다.

늘 재능도 없으며 꿈조차 가진다 한들 이루어질리 없다며 어린시절 가졌었고, 언젠가 모친에게도 말하였던 그 꿈마저도 완전히 놓고 있었다.

하지만 선대의 팀 시리우스의 서브 트레이너가 되면서 일을 할때마다 마음 어디선가 조금씩 채워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팀을 인계받은 이후에는 내가 선대가 하던 우마무스메에 대한 서포트를 하게되었을때는 분명 스스로는 불안감에 짖눌리고, 인수인계로 다른 트레이너에게 맡기는것도 훨씬 일찍이부터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매번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도 잊으려고 했고 놓아버리려했던 그 꿈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움직이고 선택하는 동기이자 무의식적인 판단 기준이 되어있었다.


"맥퀸...고마워...나...아직 조금만 더 힘내볼게...아직은 허세일지라도 언젠가 진심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노력해볼께...그러니...앞으로도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네...일심동체로서...끝까지 함께해드릴께요...!"


맥퀸을 끌어안으며 울고있는 트레이너...어린시절부터 그가 가졌던 꿈은


다른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해주는 별이 되는것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었던 그 꿈은 어느순간에서부턴가 스스로도 모르는사이에 이루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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