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링크: https://www.pixiv.net/artworks/96455739  

1편 링크:https://arca.live/b/umamusume/59701127?category=%EC%B0%BD%EC%9E%91%2F%ED%95%AB%EC%82%B0&p=1




“그럴 리가 없는데.”

 

키타는 작게 속삭였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건 혹시 정말로 키타가 그런 짓에 연관되어 있다는 걸까?

 

“진짜로 방금 연락 왔어.”

 

키타는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급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뵈요.”

 

“미안해, 나 때문에 녹차랑 과자까지 대접해줬는데.”

 

나는 키타네 집에서 나오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 도망갔다. 

 

도대체 내가 아까 본 것은 뭐였을까?

가끔씩이지만 키타랑 같이 다니다가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만날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런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너 괜찮아? 요즘 왜 이리 연락이 안돼. 무슨 일이라도 있어?]

 

친구한테 아무리 연락을 해봐도 다시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트레이너씨, 오늘은 뭐 하고 놀까요?”

 

“안돼, 키타. 오늘은 정말로 트레이닝을 해야 되거든.”

 

 

‘띠링’

[나 다음주에 휴가 내고 일본 가.]

[오랜만에 보니까 기대되네.]

 

여자친구한테 온 메시지였다. 일본 온 이후로는 실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장거리 연애 중이었는데, 휴가 내고 일본에 온다니. 오랜만에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트레이너씨,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키타가 내 옆에서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면서 내게 물었다.

 

“여자친구가 이번에 일본으로 온대. 한국에 있을 때 사귀고 일본에 오면서 그 동안 못 만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게 되니까 좀 기뻐서.”

 

여자친구라고 해서 그런지 키타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갑자기 싸늘하게 변해버렸다.

 

“그런 이유에서 다음주는 휴식할게. 여자친구랑 정말 몇 년 만에 보는 거거든. 미안해, 키타.”

 

“다녀오세요, 저도 그 동안의 피로 좀 풀게요.”

 

키타는 말로는 순순히 보내주는 느낌이었지만, 풍기는 분위기와 키타의 표정은 나에게 가지 말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랜만이네, 그 동안 잘 지냈어?”

 

“당연히 잘 지냈지, 얼굴 보니까 자기는 일본에 있는 동안 잘 지낸 거 같네.”

 

오랜만에 만난 여자친구는 나에게 큰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그녀와의 재회는 그 동안 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와 피로를 한 순간에 해소해주었다.

 

“일단 좀 걸을까?”

 

 

나는 오랜만에 만나 여자친구와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일본에서 내가 겪었던 얘기, 여자친구가 떨어져 지내며 생겼던 외로움, 내가 담당하게 된 키타에 대한 그런 얘기들을.

 

 

“그 키타산 블랙이라는 아이. 나도 한 번쯤 만나보고 싶네.”

 

여자친구와 함께 걷고 있었지만, 단 둘만이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자기야, 혹시 여기 오는 거 누구한테 말했어? 아까부터 누가 계속 우릴 따라와.”

 

뒤를 돌아보자 여자친구의 말대로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사람이 수상하게 우리를 미행하고 있었다.

 

“우리 자리 좀 옮길까?

 

“그럼 우리 집으로 갈까? 여기서 가까워.”

 

 

 

 

 

 

“여기가 내 집이야, 좀 좁지?”

 

“아니야 괜찮아. 근데 자기야, 이제 우리 둘 뿐인데 그건 안해? 오랜만이기도 하고, 그 동안 못해서 좀 쌓였는데….”

 

여자친구의 말은 외로움에 지쳐있던 나의 그것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곧바로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입을 맞추며 그녀의 옷을 조금씩 벗겼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만에 몸을 맞대며 사랑을 나누었다. 

 

 

“후아, 오랜만에 좋았어.”

 

여자친구는 나랑 다르게 거사를 치르고도 힘들지 않다는 듯 풀어헤친 머리를 다시 묶었다.

 

“자기야. 여기 주변에 편의점 같은 거라도 있어?”

 

“응, 나가서 바로 왼쪽으로 꺾고 좀 가다 보면 하나 나와.”

 

“가서 먹을 것 좀 사올게.”

 

“내가 같이 갈게. 지금 밖에 밤이라 위험해.”

 

“괜찮아, 일본도 한국처럼 밤에 안전하다고 들었어.”

 

그렇게 내 여자친구는 홀로 밖으로 나갔다.

 

 

 

 

“1시간이나 지났는데, 왜 안 돌아오지?”

 

여자친구가 나간 지도 시간 꽤 많이 흘렀는데도 돌아오질 않는다. 나는 곧바로 벗어 던진 옷을 챙겨 입었다. 어차피 이 동네 주변도 좁으니 찾는데 까지는 시간이 많이 안 걸릴 것이다.

 

“늦기는 했지만 마중이라도 가야겠어.”

 

나는 신발도 대충 신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기야, 어디 있어? 들리면 소리라도 질러봐!”

 

아무리 소리를 지르면서 불러봐도 여자친구로부터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제발! 대답 좀 해줘!”

 

아무리 주변을 뛰어다니며 소리쳐 봐도 여자친구의 대답은 역시나 돌아오지 않았고 그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해가 뜰 때까지고 찾아봤지만 그래도 결과는 똑같았다.

 

“벌써 아침인가…”

 

나는 결국 여자친구의 생사조차 알아내지 못한 채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키타가 기다리니까 출근은 해야지….”

 

나는 평소처럼 출근용 정장을 입고 트레센으로 향했다.

 

 

“트레이너씨, 오늘은 왜 그리 어두운 표정을 하고 계신가요?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키타는 주변에 관심이 많고 관찰력이 좋아서 내가 기분이 좋지 못한걸 금방 알아차리네.

 

“키타는 오늘도 정말 밝고 활기차네.”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세요. 가능하면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괜찮아, 키타.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졌는데 단순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그냥 어디로 도망가버린 거 일수도 있잖아요? 괜찮아요. 그 사람의 빈자리만큼 제가 채워드릴게요!”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려는 키타의 모습에 조금이지만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난 정말 좋은 우마무스메를 담당으로 뒀구나.

 

“절대 그럴 사람 아냐. 그리고 경찰에 신고해서라도 찾아…”

 

“그럼 제가 아버지한테 부탁 드려볼까요?”

 

키타가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괜찮대도. 아무리 네 아버지가 아무리 대단한 분이시라고 해도 힘들 거야. 내가 알아서 해볼게.”

 

“그래도 혹시 제가 도와드릴건….”

 

 

 

‘쾅!’

 

“괜찮다고!”

 

나는 무심코 짜증을 내며 책상을 내리치고 말았다.

 

“미안해. 전부 내 잘못인데, 정작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화가 좀 났었어.”

 

내가 그때 따라갔더라면 괜찮았을 것이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나이는 나이대로 먹고 정말 한심하기 짝에 없네.

 

“전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괜히 더 힘들게 만들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해요.”

 

키타는 나를 위로해주며 나에게 포옹을 해줬다. 그런 키타의 성숙한 모습에 연상인 내가 되려 기대고 말았다.

 

“아니야. 정말 고마워. 도와주려는 마음도 정말 고맙고.”

 

키타는 포옹을 풀고 나에게 눈을 맞추며 부드러운 왼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트레이너씨. 여자친구분은 괜찮을 거예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키타는 뒤로 돌고 트레이너실을 나가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키타, 있잖아.”

 

“네?”

 

“왼손 약지에 반지. 어디서 난 거야?”

 

키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내 눈에는 익숙해 보이는 것이었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내가 여자친구랑 100일 기념으로 맞췄었던 건데.

 

“…. 액세서리샵에서 산 거에요.”

 

키타는 평소랑은 다르게 고민이라도 한 듯이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그거 내가 주문제작한 거야. 동일한 디자인이 있을 리가 없는데?”

 

“우연이네요. 분명 우연이에요.”

 

키타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며 얼버무렸다.

 

“어쨌든 트레이너씨. 많이 힘드실 텐데 저랑 지내면서 휴식하시는 건 어떨까요?”

 

“함께 지내면서, 어디서?”

 

“저희 집이에요.”

 

키타네 집이라. 

분명 내 여자친구가 실종된 것은 키타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키타의 상냥한 모습에 속을 뻔 했지만, 나와 내 여자친구를 미행했던 사람도 키타네 집에서 봤었던 것 같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뿐인데 여자친구라는 것을 언급하면서 내 여자친구의 반지를 자신이 끼고 있다니.

 

 

“그래, 너랑 좀 같이 지내다 보면 심적으로라도 편안해질 수 있겠네.”

 

키타는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랑 같이 지내주실 건가요?”

 

“응, 트레이닝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키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큰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단순히 키타의 수상함에 대한 의문이 그런 선택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간단하게 짐을 싸서 키타네 집으로 향했다. 키타는 자신의 방 옆으로 나를 안내했고 당연하지만 방음은 잘되지 않아 보였다.

 

“마음 편해질 때까지만 지낼게.”

 

 

짐을 풀고 바닥에 누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내가 어쩌려고 여기까지 왔을까.

 

‘똑똑.’

키타가 내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였다.

 

“트레이너씨, 혹시 지금 괜찮으세요?”

 

“왜?”

 

“저희 부모님이 좀 뵙고 싶다고 하시네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미안하다. 써놓고 올리는거 깜빡하고 잠들었다가 지금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