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타즈나”

 

 루돌프의 트레이너가 이사장실을 나간 뒤, 타즈나가 들어왔다. 아키카와 이사장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

 

“예, 이사장님.”

“고뇌.... 내가 선택을 잘한건지 모르겠다.”

 

 타즈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서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이사장의 가냘픈 몸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결단... 나는 트레센 학원의 이사장으로서 학원에 다니는 우마무스메의 미래를 위해 그의 능력을 학생회장이 아닌 다른 우마무스메를 위해 쓰이기를 원했기에, 그를 불러서 강압적으로 지시를 했네, 그러나.. 걱정... 내 이 선택 때문에 학생회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 황제가 무너지게 되면 그녀를 이상으로 바라본 우마무스메들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그걸 내가... 내가 만들어 낸거라면.”

 

 이사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절망... 나는 더 이상 우마무스메들의 앞을 지도하는 이 학원의 이사장으로서 있을 수가 없을걸세..”

 

 이사장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몇분이 지난 뒤 타즈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사장님. 학생회장의 담당 트레이너가 정해졌을때를 기억하시는지요?”

 

“생생.. 기억이.. 안날리 없잖은가.”

“입학 당시부터 전무후무한 잠재력으로 모든 트레이너들의 이목을 끌었고, 압도적으로 1착을 한 선발 레이스 이후에는 ‘황제’가 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모두에게 공표하여 정신적인 면으로도 잠재력이 뛰어나다는걸 모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랬었지. 신기록... 그때 그녀를 스카우트하겠다는 트레이너들의 담당 우마무스메 G1 우승 총합 기록이 지금도 안깨지고 있으니까.”

“당시 그녀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계획서를 검토하기 위해 저랑 이사장님과 카시모토 수석 트레이너와 철야를 했던것도 기억 나시는지요?”

 

“명확... 그때는 정말 즐거웠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이 선택했던 트레이너는 의외의 인물이었죠.”

 

“경악... 그 당시에는 G2~3가 그의 경력 전부였으니까. 거기에 딱히 계획서 같은것도 다른 트레이너들에 비해 내용이 약했지, 오죽하면 카시모토 트레이너는 한번 더 검토해달라고 강력하게 조언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우리 학원의 방침상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간의 선택은 최대한 존중해줬지.”

“그리고 많은 트레이너들이 걱정을 했었지만, 그 둘은 지금까지 아무도 달성 못한 기록들을 써오고 있죠.”

 

“동의... 그때 우리들이 왜 걱정했는지. 기우... 한심한 걱정이었지.”

“그러면 이번에도 그들을 믿어보는게 어떨까요? 분명 잘 해낼거에요.”

 

========== ⏰ ==========

 

바깥에서 바람을 쐬서 마음을 달랜 후에 트레이너룸으로 가니까, 루돌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오에게 며칠전에 들었는데 말은 안했어, 분명 이사장님도 그대에게 말할거라 생각하고 있었지. 그녀도 이제 학생회장으로서 인수인계절차를 받다보니 요즘은 나대신 일을 해주고 있는데 며칠 전에 URA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것 같아.”

 

 루돌프는 허브티를 기품있게 한모금 했다. 현재 차기 학생회 부회장으로 당선된 메지로 맥퀸이 루돌프, 에어 그루브, 나리타 브라이언에게 선물해준 차였다. 가격이 상당했지만, 그만큼 머리아플 때 마시면 효과가 좋았다.

 

그녀도 그것 때문에 내가 이사장실에 다녀오는동안 한잔 타놓고 있었다.

 

“트레이너도 한잔 하는게 어떤가? 서로 구절양장한 문제에 처해 있을텐데.”

(구절양장(九折羊腸): 세상이 복잡하여 살아가기가 어려움 또는 꼬불꼬불한 험한 길을 말함)

 

“그래.”

“내가 준비해주지 잠깐 앉아서 기다려줘.”

 

루돌프는 빠르게 자리에 일어나서 찻잔에 티백을 넣더니 뜨거운물을 따라서 내 앞에 가져다 주었다. 나에게 차를 준 직후 그녀는 자신의 찻잔의 허브티를 한모금 하더니 바로 물어보았다.

 

“그래, 이사장님은 뭐라고 하셨지?”

“그게....”

 

“말하기 어려우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반근착절한 문제기도 하고.”

“아냐.”

(반근착절(盤根錯節): 서린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라는 뜻으로, 복잡하여 처리하기 곤란한 일의 비유 출전은《후한서(後漢書)》〈우후전〉, 조선왕조실록 경종실록)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우마무스메도 아니고 너와 관련이 있는건데 말 못할 이유는 없어.”

 

그리고 나는 루돌프에게 이사장과 있었던 모든 대화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는 그녀의 표정에 그늘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어떻게 보면 그대가 나를 배려하기 위해 해준 행동이,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방약무인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군, 이 무슨 모순인지, 이사장님의 말씀은 틀린게 없어, 역시 겉으로는 아이처럼 행동해도 속은 삼세요달한 현자같은 분이야. 자 그럼.”

(삼세요달(三世了達) : 여러 부처의 지혜로 삼세의 도리를 밝게 통달하는 일.)

 

루돌프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트레이너, 그대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녀의 눈빛은 ‘그대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라. 나는 처음 그대와 같이 걷기 시작할때부터 그렇듯이 늘 그대의 결정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 였으나 눈동자가 조금은 흔들리고 있었다. 나와 루돌프간의 관계를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지를 택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건 그녀의 ‘황제의 길’에 전적으로 반하는 길이었기에, 나는 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깊이 한숨을 쉬고 그녀에게 말했다.

 

“다음 선발 레이스, 언제였지?”

“2주 뒤, 당분간은 내 스스로 트레이닝 할테니 그대는 치주지지 하지 않게 검토하여 선발했으면 좋겠어.”

(置錐之地(치추지지) : 송곳 하나 세울 만한 땅이란 뜻으로, 매우 좁아 조금의 여유도 없음을 이르는 말.)

 

 어느새 루돌프는 내가 트레이너로서 업무를 볼 때 사용하는 트레이너를 나에게 건내려하고 있었다.

 

“정금백련의 경지는 아니어도 내가 어느정도 봐뒀는데 그대가 한번 보고 참고했으면 좋겠군.”

(精金百鍊(정금백련) : 쇠붙이가 충분(充分)히 단련(鍛鍊)되었다는 뜻으로, 충분(充分)히 숙련(熟練)되고 많은 경험(經驗)을 쌓음을 비유(比喩)해 이르는 말.)

 

 태블릿을 받아서 보니까 몇몇 우마무스메를 루돌프가 표시를 해두었다.
 
 몇 년간 같이 황제의 길을 걸었으며 현역에서 물러나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황제의 길을 위해 그녀는 중앙의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황제의 길을 이어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녀는 시간 나는대로 나를 통해 트레이너 준비를 해왔다.

 

 그녀의 선택은 내 생각과 별 차이가 없었다. 상세 자료는 교관에게 정보를 얻어야겠지만, 루돌프가 조사해둔것으로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고마워.”

“괜찮아. 아 그리고 트레이너.”

 

 루돌프가 나를 불렀다.

 

“앞으로... 우리 둘만 있을때는 ‘루나’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루나’, 루돌프가 어렸을 때 불렸던 이름이고, 트윙클 시리즈가 끝난 뒤 그녀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어머니께서 웃으면서 이야기해줬었다. 다만,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안부르는 이름이라 해서 트레센 학원 내에서 그녀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었으나

 

 지금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다. 

 왜 그런지... 대충 짐작은 간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남자에게 다른 여자(우마무스메)가 가까이 붙게 되는 상황이다. 그녀는 그것을 막고 싶지만, 그것은 그녀가 추구하려는 그녀의 ‘황제의 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기 위해 자신을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불러주길 원하는 것일테지

 

 그것으로 자신이 다른 우마무스메들보다 나보다 더 가깝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테니까

 

“알았어. 루나.”

“고마워. 트레이닝 하고 올게. 뭘 해야할지는 잘 아니까.”

 

 루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나는 루나가 정리해둔 목록을 상세히 보면서 우마무스메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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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가 맡게될 우마무스메 이름을 뭘로 할지 고민된다
둘 뽑을건데 하나는 이미 정해졌고 다른 하나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