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같은 제목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썼는데


글을 어떻게 진행해야 고민하다 수정하고 추가해야 글을 이어 쓸 수 있을 것 같았음


그래서 지난번에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씀


전 글에 댓글 다신 분들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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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가수의 딸 키타산 블랙이 트레센 학원에 입학한 후, 선발 레이스를 하는 순간이 왔다.


많은 트레이너들이 그녀의 레이스를 보려고 몰려갔고, '그'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선발 레이스를 준비하는 키타산 블랙을 본 그는 입학 당시 언론에 공개된, 초등학생 티가 그대로 나타났던 모습과 지금의 크게 성장한 모습의 차이가 놀라웠다.


급격한 성장을 증명하는 붉게 튼 살이 체육복 밖으로 드러난 팔과 다리, 특히 팔꿈치와 무릎에 두드러지게 몰려 있었다.


그런 점들을 지켜보다 선발 레이스가 시작됐고…, 키타산 블랙은 꼴찌로 들어왔다.


분명 당당히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레이스를 보였던 그녀는 주행 시의 밸런스가 심각하게 안맞는, 굉장히 괴상한 주법으로 엄청난 꼴찌로 골인했다.


트레센 입학 담당관들의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추태를 본 트레이너들은 웅성댔고, 곧 상위권에 들어온 우마무스메들에게 스카우트 권유를 하러 떠났다.


하지만 '그'만은 지금의 레이스로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레센 학원은 외국의 왕도 멋대로 자기 자녀를 입학시킬 수 없는 곳이며, 아무리 유명한 엔카 가수라 해도 자신의 딸을 멋대로 입학시킬 수는 없다.


그녀의 팔다리의 튼살을 보고 자신의 감이 맞을거라는 확신이 든 그는 홀로 외로이 떨어져 고개와 허리를 깊이 숙인채로 숨을 몰아쉬는 키타산 블랙을 향해 다가갔다.


"괜찮니?"


"ㄴ,네… 괜찮습니다…."


"혹시 나의 담당이 돼줄 수 있겠니?'


"아… 아니요… 이대로… 스카웃 받을수는… 없어요!"


방금 전의 레이스에서 보여준 모습이 매우 부끄러웠는지 키타산 블랙은 여전히 땅을 바라보며 고개를 깊이 숙인채로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 밑의 땅에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나는 너를 빨리 스카웃 하고 싶어. 너의 팔다리의 튼살만 봐도 네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그런 상태에서 입학 시험을 치를 때의 주법을 그대로 쓰니까 몸에 균형이 안맞아서 제 성적을 못낸거라 생각해."


부들부들 떨던 키타산 블랙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빨리 스카웃 하고 싶어.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르지만 성장한 너에게 맞는 주법을 찾으면 너는 정말 위대한 우마무스메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키타산 블랙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살짝 공허해보였다.


"나의 담당이 돼줄 수 있겠니?"


키타산 블랙의 살짝 공허해보였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울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힘차게 그녀의 트레이너에게 대답했다.





그렇게 트레이너는 키타산 블랙과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담당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왜 나왔냐고?


키타산 블랙이 선발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꼴찌를 했음에도 담당 트레이너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는데, 트레이너를 보자마자 바로 자신의 담당이 돼달라고 했다.


"키타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분이라면 저도 믿고 지도를 받을 수 있어요!"


라고 팔을 붙잡으며 말했지만 트레이너는 안된다고 했다.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누구인가?


굴지의 재벌 사토노 가문의 영애이다.


그녀에게 거는 기대가 큰 그녀의 부모는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트레이너는 사토노 그룹의 특수 트라이얼을 거친 자를 정하겠다'라고 선포했다.


그 트라이얼은 분명히 매우 힘겨운 것일테고, 어차피 키타산 블랙을 담당하기로 한데다 그녀의 성장한 몸에 맞는 주법을 찾는 데 시일이 걸릴거라 생각한 트레이너는 그런 특수 트라이얼을 준비할 시간도, 그리고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이유들을 말하며 거절했지만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끈질기게 팔을 붙잠고 자신의 담당이 돼달라고 했고, 이를 본 키타산 블랙도 트라이얼에 참가 해보는게 어떻냐고 하자 트레이너는 결국 트라이얼 결과에 따라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담당하겠다고 했다.


참가하겠다고 한 만큼 나름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키타산 블랙의 올바른 주법을 위한 노력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만전이 아니란 것을 아는 트레이너는 사토노 가문의 트라이얼을 그저 편한 마음으로 치뤘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을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트레이너로 지정했다는 트라이얼 결과를 통보 받은 트레이너는 그게 순전히 자신의 노력 덕분이 아니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은 이제 키타산 블랙만이 아닌 사토노 다이아몬드도 담당하게 됐으니 그녀들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하기로 다짐하였다.




소꿉친구 관계인 키타산 블랙과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매우 친해서 둘의 관계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침 반도 같아서 일정도 같이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둘 사이에 차이는 존재했다.


성장한 몸에 맞는 주법을 찾는 중인 키타산 블랙과 달리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부모의 기대에 걸맞게 완성이 거의 다 된 상태였다.


그녀는 데뷔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키타산 블랙은 데뷔를 늦춰야 할 것으로 보였다.


"……… 언젠가 ………데뷔 ………"


"………응 고마……………"


어느 날 트레이너가 트레이너실에서 훈련 자료를 검색하던 중 둘이서 데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어째선지 키타산이 대답하는 것이 마지못해 건성으로 하는 것 처럼 들렸다.


트레이너는 이후 키타산 블랙을 따로 불러서 데뷔를 늦추겠다는 것을 알리자 그녀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으며, 트레이너의 시선을 피했다.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 지 고민하던 트레이너는 곧 입을 열었다.


"나를 믿니?"


"네…"


"나는 네가 진정으로 위대한 우마무스메 선수가 될 거라고 믿어. 그러니 너도 나를 믿는 만큼 너 자신이 위대한 우마무스메가 될 거라고 믿는 거야."


키타산 블랙은 고개를 돌려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너 자신을 믿지?"


트레이너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키타산 블랙의 표정에서 어둠이 서서히 걷혀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트레이너에게 대답했다.




키타산 블랙의 주법을 찾기 위해 노력 하고 있을 때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 왔다.


그녀는 정말 여유롭게 데뷔전 승리를 따냈다.


트레이너는 당당히 승리하고 대기실로 돌아온 그녀를 웃으면서 맞이했다.


그런데


"트레이너… 괜찮으세요?"


라며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괜찮은데?'라고 바로 대답하려던 트레이너였으나 어째서인지 입이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얼어있던 트레이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걱정 있으신가요?"


라고 물어오는 사토노 다이아몬드에게 트레이너는 시간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대답했다.


"나는 먼저 키타산에게 스카웃을 제의했고, 그 얘가 맞는 주법을 찾아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얘에게 맞는 추법을 찾지는 못했어.


"반면에 너는 내 담당이 돼기 전 부터 거의 완성됐었고, 이번 데뷔도 완벽하게 이겼지.


"솔직히 내가 너를 이끌어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네게 부담이 되는 것 아닌가 싶었어."


진지하게 트레이너의 대답을 들은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트레이너… 저를 믿으시나요?"


트레이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트레이너가 저를 사토노 가문의 영광스런 우마무스메가 되도록 인도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 트레이너도 저를 믿으시는 만큼 스스로를 믿으시는건 어때요?"


자신이 키타산을 위로해주면서 한 말을 다이아의 입으로 들은 트레이너는 놀란 표정으로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자신을 보는 트레이너에게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웃으면서 한 쪽 눈을 찡긋했다.


이를 보고 얼어있던 트레이너는 곧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너를 영광스러운 우마무스메가 되도록 해줄께."


"그리고 트레이너도 키타쨩에게 알맞는 주법을 반드시 찾아내실 거라고 믿어요."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트레이너를 바라봤다.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데뷔전을 이긴 후 호프풀 스테이크스까지 이겼는데도, 키타산 블랙은 아직 자신에게 맞는 주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너에게 맞는 주법을 찾기 전에 몸이 망가지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


트레이너는 이렇게 키타산 블랙에게 말하며 그녀가 무리하지 않게 했다.


아직 성장중인 몸에 큰 무리가 가해지면 그녀에게 매우 해로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무리하지 말라 강조한 것은 무엇보다 그 자신이 초초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됐을 때 신년이라는 핑계로 신사에 가서 제발 키타산 블랙이 자신에게 맞는 주법을 찾게 해달라고 빌며 많은 공물을 바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사츠키상을 준비할 무렵에도 키타산 블랙은 아직 주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키타산 블랙은 여느때처럼 밸런스가 안 맞는 주법으로 뛰고 있었고, 트레이너는 그런 키타산 블랙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트레이너의 마음 속은 '제발제발제발제발'로 폭발하기 직전까지 쌓인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달리던 키타산 블랙의 밸런스가 맞춰졌다.


처음에는 잘못 봤는가 싶던 트레이너였지만 트랙을 따라 돌던 키타산 블랙이 밸런스가 맞는 주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트레이너는 감격에 북받쳐 올랐다.


"세 바퀴 더-!"


트레이너가 외치는 소리를 들은 키타산 블랙은 고개를 끄덕이곤 지시대로 트랙을 세 바퀴 더 돌았다.


그녀가 추가된 세 번째 바퀴를 다 돌 무렵, 트레이너는 촬영을 그만 두고 트랙으로 내려갔다.


멀리에서 달려오던 키타산 블랙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트레이너에게 다가가서, 그를 꼭 끌어 안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 또한 키타산 블랙을 마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울었을까.


둘은 퉁퉁 부은 눈으로 떨어졌다.


"오늘 달린거, 계속 기억할 수 있지?"


트레이너의 질문에 키타산 블랙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제 무리하지 말고 가서 푹 쉬어."


키타산 블랙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트레이너는 부실로 돌아가 키타산 블랙이 밸런스를 되찾은 영상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보았다.


반복해서 보며 정리하는 와중에 트레이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메세지를 보낸 것이다.


[키타쨩이 마침내 주법을 찾았다고 매우 기뻐했어요. 그래도 트레이너께서 무리하지 말고 하셨으니 쉬라고 해서 지금은 푹 자고 있어요. 트레이너께서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트레이너는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는 다시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설령 키타산 블랙이 이 날의 주법을 잊더라도 자신이 다시 기억하게 만들 각오로 밤새도록 정리했다.


정리를 끝내고 움직일 기력도 없어 책상에 엎드려 잠에 빠진 트레이너는, 키타산 블랙이 완벽한 모습으로 경주를 우승하는 꿈을 꿨다.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사츠키상을 우승하기 2주 전, 키타산 블랙은 트레이너가 꿈 꾸던 모습 그대로 미승리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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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 https://arca.live/b/umamusume/63834114?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