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괴문서는 애스턴 마짱의 육성스토리를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내 담당인 ‘애스턴 마짱’이 이상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째선지 마짱의 전적이 화려해질수록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기는커녕 더욱 적어졌다. 결국 마짱은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침울해 보였다. 마짱이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팬 감사제 때 마짱은 감기에 걸려서 오지 못했다. 나는 그런 마짱을 위해서 영상통화까지 해주었지만, 아무도 마짱을 찾아 오지 않았다. 

그때의 마짱은 애써 웃었지만 마짱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어디선가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리고 며칠 뒤 나도 잊어버리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뭔가 중요한 걸 까먹은 것 같은데.”

 

분명 담당 우마무스메에게 트레이닝 일정을 알려줘야 할 시간인데 담당이 누군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럴 때 어떤 우마무스메 인형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붉은 승부복에 왕관을 쓴 그런 우마무스메였다.

나는 마짱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바로 마짱이 평소에 말하던 바다로 달려나갔다.

 

 

“마짱!”

 

 

저 멀리에 마짱이 바다를 향해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짱은 바다에 다리가 잠겼지만 멈추지않고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잠시만 기다려줘. 마짱, 왜 그러는 거야!” 

 

“이번 봄에는 파도의 소리가 더욱 거세게 저를 부르고 있어서요.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은 당연한 거에요.”

마짱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너의 꿈인 우라 마스코트를 포기하려는 거야?”

 

 

“모두에게 잊혀진 저는 그 무엇도 될 수 없어요.”

마짱은 뒤를 돌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내가 널 기억하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기억해줄 테니까.”

 

 

마짱은 바다에서 육지로 다시 걸어 나왔다. 마짱의 교복에서 바닷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바닷물이 아닌 마짱의 눈물과 같이 보였다.

 

“당신에겐 아직도 마짱이 비치고 있는 거군요.”

 

마짱은 결심하는 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짱은 이제 무시하기로 정했어요. 이제부터 저를 부르는 저 바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걸로 할래요.”

 

 

마짱은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움켜쥐었다.

“애스턴 마짱이랍니다. 기억해주셨군요?”

 

“우리가 처음 만날 때 했던 말이네.”

 

“역시나, 기억해주셨네요.”

마짱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새벽 3시인데도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마짱, 이 시간에 무슨 일 있니?”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어요. 저를 계속 기억해주실 거죠?”

 

“당연하지, 마짱은 영원히 기억해준다고 약속했었잖아.”

 

“마짱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말을 끝으로 마짱은 전화를 끊었다. 바다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마짱은 이렇게 계속 시도 때도 없이 거의 집착인 수준으로 나에게 자신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언제는 트레이너실에 출근하자 벽에는 마짱의 포스터, 내 모니터에도 마짱의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방에는 마짱인형이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마짱은

“이렇게 해두지 않는다면 트레이너씨가 마짱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라고 말하며 내가 마짱과 관련된 물건을 건들지 못하도록 했다.

 

어느 때는 모니터 옆에 있는 마짱인형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옆으로 돌려놨을 때에 마짱에게 곧바로 전화가 왔었다.

 

“마짱의 얼굴을 보기 싫으신 건가요?”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마짱인형을 뒤로 돌려놓으셨잖아요? 역시 당신도 마짱을 잊으려 하는 건가요?”

마짱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다시 마짱인형을 내 얼굴쪽으로 돌려놨다.

 

“이제 트레이너씨가 잘 보이네요.”

 

“근데 마짱, 인형을 돌려 놓은 건 어떻게 안거야?”

 

내가 질문을 하자마자 마짱은 전화를 끊었다. 뭔가 마음이 복잡하다. 

 

 

“마짱이 요즘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가.”

 

마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간단히 상담이라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찾아오라는 것보단 내가 찾아가는 게 맞겠지.”

 

 

 

“마짱의 집이 여기였었나.”

 

나는 딸기 케이크를 들고 마짱의 집으로 찾아갔다. 옛날에 마짱의 인형제작을 도와줄 때 방문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위치는 알고 있었다.

 

“마짱, 혹시 안에 있어?”

나는 문에 노크를 하며 말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마짱이 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일로 마짱을 찾아오셨나요?”

 

“요즘 마짱이 힘들어 보여서 상담이라도 해주려고 왔어.”

 

“마짱은 완전 괜찮은 걸요?”

 

“나한테만큼은 털어놔도 괜찮아. 편하게 말해줘.”

 

 

마짱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마짱의 고민은 다름 아닌 나에게서 잊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괜찮아, 내가 너를 잊는 일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없게 만들 테니까.”

 

 

대화를 서있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다리가 살짝 아팠다.

 

“계속 서서 대화하기도 힘든데 혹시 방에 들어가서 이어서 얘기해도 될까?”

 

“그..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평소의 마짱과는 달리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방정리가 안됐다거나 하면 내가 도와줄게.”

 

마짱의 방문을 열자마자 마짱이 손으로 나를 막았다.

 

“그 이상은 좀 곤란해요. 트레이너씨.”

상당히 화가 난듯한 얼굴이었다.

 

“알았어, 미안해.”

 

방문을 닫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뻗다가 실수로 문을 쳐서 문이 열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짱, 저게 뭐야?”

 

이래서 문을 열면 안 된다고 했던 건가? 왜 온통 내 사진이 걸려있는 거야?

 

 

“문, 열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짱은 나를 바로 힘으로 제압했다. 한낱 인간인 나는 마짱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바로 바닥에 얼굴을 문대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마짱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무언가를 이용하여 내 손목을 묶었다.

 

“미안해, 마짱. 오늘 본건 전부 잊어버릴게.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줘.”

 

용서를 바라는 말이었지만 마짱은 오히려 더욱 분노한 듯이 내 상의 찢었다.

 

“역시 트레이너씨는 마짱을 잊으려 했군요.”

 

 

바닥을 쳐다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도 잠시 내 뒤에서 무언가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짱, 뭘 하려는 거야?”

 

작게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내 등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트레이너씨에게 마짱을 영원히 새기려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