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딸이 싫었던 적이 없는데 딸은 아빠가 싫었니?"


소녀와 남자는 그녀의 방 침대 위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개숙인 소녀와 달리 남자의 표정은 한없이 가벼워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래."

"...내가 못 달려도 괜찮아요?"

"그럼 딸은 아빠가 집에만 있으면 싫어?"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는 가끔 일이 있을 때가 아니면 백수랑 다를게 없는데, 딸은 아빠 일하는게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 아빠가 집에 있을 때는 아빠가 싫으니?"

"...아니에요."

"아빠도 마찬가지란다."

"그래도... 나 달리는 거 좋아했잖아요..."


남자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소녀는 남자에게 기댔다.


"아빠도 딸이 달리는 거 좋아했어. 딸이 활짝 웃는 것도 좋았지."


남자는 나직하게 말을 이어갔다.


"미간을 찌푸리고 전력질주를 때도, 아빠한테 전화로 자랑할 때도, 같이 외식하러 나갔을 때도, 네가 생일선물을 보내줬을 때도, 처음 학원에 들어갔을 때도, 네가 태어났을 때도."


소녀는 자신을 가볍게 안아주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딸의 트로피들이 진열된 선반 방향이었지만, 그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는 것 같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 선반 뒤로는 벽밖에 없었지만 남자의 시선은 벽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아빠는 그냥 딸이 있어서 좋았다. 잘 달리는 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딸이라서, 그리고 그 딸이 즐거워보여서 좋았다."


남자는 자세를 고쳐 앉아 소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신감 있어보이는 눈으로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딸, 아빠는 딸이 무슨 선택을 해도 딸의 뒤에서 응원할거란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빠는 딸이 경기장 객석에 있던 사람들보다, 무대 아래에서 너를 올려다보던 팬들보다, 그 이전부터 너를 응원하고 지켜봐온 1호 팬이니까. 그러니 딸이 다음 스테이지로 향한다면 아빠는 그곳에서도 너를 응원할거란다."

"...1호 팬이니까?"

"안 따라가면 다른 팬들한테 1호자리 뺏기잖아~."


소녀는 가볍게 웃었다.

남자는 딸의 웃는 모습을 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갔으니, 아빠도 오랜만에 컴백을 해야겠지?"

"컴백?"

"그래, 간만에 딸이 좋아하는 멋진 모습 보여줘야지. 제목은 <환상의 우마무스메>, 어때?"

"..."

"..."

"풉!"

"왜?"

"유치해... 푸흡!"

"왜 그래 딸, 때때로 유치한 게 여운을 줄 때도 있다고!"

"푸흡.... 푸핫!"


전부터 쓰고 싶었던 타즈나 비기닝